목숨건 구조대원들 "위험하고 힘들어도 '무조건 구한다' 생각뿐"

허고운 기자 2020. 8. 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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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선박 사고 투입된 최희준 팀장 "목숨 걸지 않으면 구조대 아냐"
서울 구로소방서 유태기 구조대장 "시민들 무사히 구할때가 가장 뿌듯"
3일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산유리의 한 펜션에 토사가 덮쳐 소방당국이 중장비를 동원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펜션 사장 가족과 직원으로 추정되는 4명이 매몰됐으며 시신 3구가 수습됐다. 2020.8.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위험하고 힘들어도 무조건 구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최후의 보루인 우리가 포기하면 모든 게 끝입니다."

최희준 가평소방서 119구조대 1팀장은 7일 뉴스1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구조 현장은 위험하다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데 위험하기 때문에 우리가 가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최 팀장은 이달 초부터 쏟아진 집중호우로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지난 3일 산에서 쓸러내려 온 토사에 가평의 펜션이 매몰되는 사고에 투입됐다.

곳곳이 진흙과 잔해물로 뒤덮여 차량 진입이 어려웠고, 구조대는 2차 산사태의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 들어가 펜션 주인과 그의 딸, 손자 등 일가족 3명의 시신을 발견했다.

최 팀장은 가평 지역에서 산사태가 속출해 고립된 여행객들과 주민들을 구하는 수많은 작업에 참여했다. 현재는 춘천 의암댐 선박 전복 사고 실종자를 찾고 있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8월 내내 하루의 시작과 끝이 구조 작업이다.

해군특수전전단(UDT) 중사 출신으로 구조대원 특채로 들어온 지 어느덧 23년이 된 최 팀장은 "구조대는 오로지 돌진, 오로지 구조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위험한 순간이 1년에 적어도 1,2번은 찾아오는데 그때 목숨을 걸고 뛰어들지 않는다면 구조대에서 일할 자격이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머리보다는 튼튼한 정신과 육체로 일하며 다른 생각을 하지 않다 보니 진급이 항상 늦는데다 인력도 항상 부족하다"면서도 "그래도 모두 각오하고 일에만 집중해서 그런지 그만두거나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대전지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된 30일 오전 대전 서구 정림동 한 아파트에서 119구조대원들이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2020.7.30/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구조대원들은 신체적 고통과 위험 만큼이나 시민과 동료의 사고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하다. 지난달 31일 전남 순천소방서 산악 119구조대 소속 김국환 소방장이 물에 빠진 피서객을 구하다 순직한 일도 전국의 동료들을 눈물짓게 했다.

최 팀장은 "이런 일은 전에도 여러 번 있었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사람이라면 다 똑같을 것"이라며 "동료들과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나쁜 기억은 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정기적으로 소방서를 방문하는 심리상담사의 도움을 받는 직원들도 있다고 한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최 팀장의 두 아들은 소방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최 팀장은 "아내가 걱정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니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요즘은 우리를 도와주고 이해해주시는 시민들이 많아 고마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소방서의 유태기 구조대장도 집중호우로 분주해졌다. 관할 지역인 도림천에서는 지난 1일 80대 노인이 급류에 휩쓸려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후에도 비가 계속 내리면서 누전이나 경보기 오작동 등으로 인한 출동이 많다.

대전지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된 30일 오전 대전 서구 정림동 한 아파트에서 119구조대원들이 주민들을 구조하고 있다. 2020.7.30/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구조대 생활 29년차인 유 대장은 출동할 때 어떤 생각을 하느냐는 질문에 "특별한 각오는 없고 오로지 시민들이 다치거나 돌아가시는 일 없길 바란다고 생각한다"며 "힘들고 두려운 때도 물론 있지만 내가 택한 숙명인 만큼 안고가야 한다"고 답했다.

유 대장은 "가장 뿌듯하고 기분 좋은 순간은 역시 출동해서 인명을 무사히 구조했을 때"라며 과거 화재 현장에서 구조한 어린이가 밝게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하자며 손을 높이 들었던 일을 소개했다. 문을 열어주거나 병원으로 이송해주는 등의 도움을 받은 후 찾아와 연신 감사 인사를 하는 시민도 있다고 한다.

평소 시민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자주 듣느냐는 질문에는 "우리가 시민들을 도와주는 것은 그분들에게 큰 불행이 닥쳤기 때문인 만큼 고맙다고 할 여력이 없을 것이고 우리도 당연히 인사를 원하고 일을 하는 게 아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유 대장은 "처음 일을 시작할 땐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직업의식이 강해지는 것 같다"며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100%까진 아니어도 보람도 많이 느끼고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7일 오전까지 집중호우 관련 인명피해는 사망 17명, 실종 10명이며 지금까지 구조한 인명은 이의 50배 수준인 1357명이다. 다음 주까지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전국 구조대원들의 노고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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