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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2400명 사망, 우리는 왜 날마다 도루묵인가

오임술 입력 2020.08.0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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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

[오임술]

 CJ대한통운 물류센터 현장 사진
ⓒ cjlogistics
   
청년노동자는 군을 제대하고 학비를 보태고자 택배 분류 아르바이트를 선택했으나 결국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사고 예방이 충분히 가능했음에도 감전 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폭염 속에서 웃통을 벗고 열심히 일한 이유로 죽어야 했던 청년노동자의 나이는 23살이었다.

2018년 8월 초 대전 CJ대한통운에서 발생한 사고였다. 사고 발생 2년 만인 7월 14일 대전지법 형사 11단독 서재국 판사는 안전관리자에게 금고 10월 법정 구속, 총괄책임자는 벌금 1500만 원, 협력업체 대표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CJ대한통운과 협력업체는 각각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사고 당시 정부는 산재사망 절반 줄이기를 핵심목표로 추진 중이었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역시 '산재사망사고 예방 100일' 대책 시행을 대대적으로 홍보 활동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CJ대한통운에서 잇따른 3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같은 해 10월, 상하차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후진하는 트레일러 차량에 치여 숨졌다. 감전사고 이후 실시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은 물류센터 실내에만 진행되었고, 실외 감독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4월 29일 38명이 숨진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에 대해 김훈 작가는 한겨레 칼럼을 통해 "우리는 왜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가. 우리는 왜 넘어진 자리에서 거듭 넘어지는가. 우리는 왜 빤히 보이는 길을 가지 못하는가. 우리는 왜 날마다 도루묵이 되는가. 우리는 왜 날마다 명복을 비는가. 우리는 왜 이런가"라고 일갈했다.

2020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는 2008년이천 냉동창고 화재 참사와 거의 비슷했다. 2008년 사고 때 40명이 죽고 2천만 원의 솜방망이 벌금이 부과되었다. 그리고 지난 7월 24일 용인 냉동창고 화재로 5명이 사망했다.
   
산안법 위반 재범률 약 97%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 5월 1일 오후 한 시민단체가 기자회견 후 놓아둔 국화꽃이 놓여 있다.
ⓒ 연합뉴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1714건 산업재해 판결을 분석 (2018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건 판결 분석연구, 노동부)한 결과, 산안법 위반의 재범률은 약 97%로 일반 범죄 재범률 43%의 2배를 훨씬 넘었다. 2017년 처리된 산안법 위반사건 1만3187건 중 정식 재판에 넘겨진 경우는 613건(4.64%)에 불과했다. 사업주 등 책임자가 구속 수사를 받은 사건은 1건(0.007%)에 지나지 않았다. 전체 사건의 82.9%가 벌금 약식명령 청구로 종결되었다. 
  
이러한 현실에서 하청, 일용직 노동자들의 산재 사망이 증가하고 있다. 자본과 국가기관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를 사용하고 있지만, 모든 시설은 원청의 것이고 원청 지시에 따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태안화력 김용균노동자의 사망사고의 원인은 작업지시를 너무나 충실하게 수행하고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전력산업의 원·하청 구조에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안전조치의 책임은 원청과 발주자(처)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기업 살인이 발생해도 안전관리자와 하청의 총괄 담당자만 처벌받고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만 부과된다. 권한과 책임이 있는 원청사업주와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공무원들에 대한 처벌이 가능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이유다.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처벌해야 사전 예방 조치가 강화된다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사업하다가 일하다가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것이 산재 사고가 아니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고 제반 안전대책을 만들지 않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유독 산업재해 사망사고에 대해서만 관대한 처벌과 관대한 인식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에서도 회사 측은 고인의 어머니에게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해서 김용균 노동자가 죽었다고 했다. 최근 파쇄기에 끼여 숨진 김재순 청년노동자에게도 어김없이 개인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라고 주장한다. 두 달 만에 또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한 삼표시멘트, 현대중공업의 잇따른 산재사망사고, 현대제철의 사망사고, 또 다른 사업장에서의 사망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죽지 않기 위해 작업 중지권 요구한 노동자들 

지금은 하루 7명의 노동자들이 산재로 사망하는 재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300여 명의 아까운 목숨을 빼앗아 갔지만, 산업재해는 한해 2400명의 생명을 앗아 가고 있다. 어떤 것이 재난 상황인가? 끼이고, 떨어지고, 부딪혀서 죽어간 장소에서 함께 일한 노동자들은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남겨진 가족 또한 마찬가지다. 피땀 흘린 노동력의 댓가로 집 한 채 구입하기 힘든 세상에서 노동자들은 죽지 않기 위해 작업환경 개선과 위험으로부터의 회피와 작업 중지권을 요구한다. 살기 위해서 상시지속 업무에 대한 정규직화를 요구한다. 법과 제도로 뒷 받침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조합 할 권리를 주장하고 특별법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한다. 

고온·고열 작업장에서 작업 중지로 온열질환자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노동 현장이 얼마나 될까? 법과 제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예방 조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일까?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해야 하고 정부는 노동조합 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노동3권은 헌법으로 보장되어 있다고 시험으로만 나오면 안 된다. 헌법의 가치가 무시되고 노동권이 무시되고 있는 현실에서 사회적 합의 소리가 들린다. '떡 줄 놈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 는 속담이 생각난다. 악수하는 사이라고 다 좋은 관계는 아니다. 노동자 시민의 힘으로 특별법을 제정하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국회입법청원운동이 8월 말 시작된다.

덧붙이는 글 | 대전충남인권연대 칼럼 기고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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