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암호 수초가 사람 목숨보다 소중했나"

이삭 기자 입력 2020. 8. 9. 16:45 수정 2020. 8. 9.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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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앞뒤 잘려나간 경찰정 지난 8일 강원 춘천시 의암댐 하류 경강대교 인근에서 전날 발견된 경찰정을 인양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실종자 수색 난항 강원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 사고 발생 나흘째인 9일 서면 인근 북한강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족들 “지시 받고 현장 출동”
블랙박스 속 배 탑승 주무관
“미치겠네, 징계 걱정” 흐느껴

전복사고 진상규명 잇단 요구
청와대 국민청원 글까지 올라

경찰이 3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된 강원 춘천 의암호 전복 사고 진상규명에 나선다. 강원경찰청 춘천 의암호 조난사고 수사전담팀은 실종자 가족들로부터 실종자들의 휴대전화와 차량 블랙박스를 전달받아 분석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왜 실종자들이 수문까지 연 위험한 상황에서 인공 수초섬 고정 작업에 나섰는지 가족과 시민들의 진상규명 요구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6일 실종된 춘천시청 이모 주무관(32)의 가족 A씨는 8일 경강교 인근 사고수습대책본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 주무관이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현장에 나갔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실종된 이 주무관은 사고 당시 휴가 중이었다. A씨는 “이 주무관이 사고 당일인 6일 차 안에서 수초섬 관리 민간 업체 관계자로 추정되는 사람과 ‘지금 사람이 다칠 것 같으니 오전에 나가지 말라고 하셨다’는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전달을 한 것”이라며 “이 지시를 누가 내렸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 A씨는 이 주무관이 사고에 앞서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힘들어했다”고 밝혔다. 블랙박스에는 이 주무관이 혼잣말로 “미치겠네. 미치겠어” “나 또 집에 가겠네. 혼자만 징계 먹고”라고 말한 뒤 흐느끼는 소리도 담겨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7일 ‘춘천 의암호 사고에 대하여 춘천시장의 사퇴를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작성한 게시자는 “이번 사건은 정확한 인재(人災)”라고 주장했다. 작성자는 “소양댐과 의암댐 수문 개방으로 물살이 평소보다 10배가량 빠름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작업을 진행하게 했다”며 “이런 서글프고 화나는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그 누구의 지시도 없었다는 황당한 뉴스가 나오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그렇다면 춘천 행정 수반인 이재수 시장님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며 “16억짜리 인공 수초섬이 사람 목숨보다 소중하냐”라고 말했다.

이 주무관의 가족들로부터 차량 블랙박스를 전달받은 경찰은 그가 누구의 지시를 받고 현장으로 향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춘천시청 및 업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인공 수초섬 유실 방지 작업을 하게 된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며 “사고현장 폐쇄회로(CC)TV, 휴대폰 통화내역, 관계자 진술 등을 종합해 사고 경위에 대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면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의암호 선박 전복사고 수습대책본부는 사고 4일째인 9일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을 진행했지만 수색 구간 곳곳에 안개가 낀 데다 유속이 거센 탓에 차질을 빚었다.

앞서 지난 6일 강원 춘천시 의암호에서 인공 수초섬 고정 작업에 나선 춘천시청 행정선(환경감시선) 등 선박 3척이 전복돼 3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됐다. 사고 선박 3척에는 8명이 타고 있었다. 이모씨(68·기간제 노동자)는 6일, 경찰관 이모 경위(55)와 민간 업체 직원 김모씨(47)는 8일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환경감시선에 탔던 이 주무관 등 3명은 실종 상태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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