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선하면 북한과 신속히 협상"..'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 깜짝 카드 소멸
[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재선 시 조속한 대북협상’을 언급해 발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대선에서 이기면 이란과 매우 신속하게 협상할 것이고 북한과도 매우 신속하게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미국 언론과 국내 전문가들은 이 말의 ‘오디언스(청자)’는 북한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대선에 방해될 행동을 하지 않도록 다독이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러시아·중국의 미 대선 개입 가능성에 대한 질의응답 과정에 나온 것이어서 이 같은 해석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고 해도 북한과 신속하게 협상을 재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애초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한 것은 재선을 위한 외교적 성과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 컸다. 따라서 더 이상 선거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재선 대통령 트럼프’가 북한에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고 관심도 줄어든 상태”라며 “재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태도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을 통해 확실해진 것도 있다. 최소한 대선 전에는 북한과 협상을 재개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스스로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대선 전 막판 협상 시도에 대한 기대나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열세를 뒤집기 위한 깜짝 카드로 오는 10월쯤 북·미 정상회담을 가지려 할 것이라는 관측은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 대선에서 외교정책은 판세를 좌우할 만한 변수가 아니다”라며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국면 전환을 위해 이른바 ‘10월 서프라이즈’를 시도한다면 북한 문제와 같은 나라 밖 문제가 아니라 국내 정치와 관련된 이슈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신모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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