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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 '검찰 인사' 후폭풍..여권 내부서 공수처 속도조절론

박홍두·임지선 기자 입력 2020. 08. 09. 20:50 수정 2020. 08. 09.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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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부동산 등 악재 속 추미애 비판 여론 확산에 부담
윤석열 총장과 '불필요한 대립' 검찰개혁 명분 훼손 우려
통합당, 급할 것 없어..공수처 강행 땐 '독재 프레임 강화'

[경향신문]

국회 앞에서 나부끼는 ‘공수처 출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문제가 8월 임시국회 쟁점으로 부상했다. 9일 한 시민이 시위용으로 제작한 ‘공수처 출범’을 요구하는 깃발이 장맛비에 젖은 채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고위 간부 인사 후폭풍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 7일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의견을 배제한 채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을 대거 승진·배치하면서 개혁 명분을 상실한 인사라는 비판이 커지면서다. 이 때문에 여권에선 문재인 정부 핵심 개혁과제이자 하반기 국회 최대 관건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야당은 이번 검찰 인사를 ‘짬짜미 인사’로 규정하면서 여당의 공수처 강행을 비판하고 있다. 검찰 인사 파장이 공수처 출범 문제로 확전될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한 원내지도부는 9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공수처 출범을 앞두고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검찰 인사가 단행돼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자칫 ‘추·윤’ 갈등의 불씨가 공수처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읽힌다.

당내에선 추 장관 취임 이후 윤 총장과 ‘강 대 강’으로 대립하면서 불필요하게 비판 여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었다. 8·29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인 이원욱 의원은 지난 7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나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전체주의, 독재와 같은 비난을 일삼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같은 사람들이 뽑혀 나가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여기에 이번 검찰 인사 여파가 더해지면서 검찰개혁 명분까지 훼손될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비등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이 하반기에 추진하려던 공수처 출범 시기와 관련해 ‘속도조절론’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민주당은 법정 출범일을 넘긴 공수처에 대해 ‘176석’의 힘을 활용해 ‘공수처 모법 개정’까지 압박하고 있다. 또 일단 8월 임시국회 시작(18일쯤) 전까지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선임해달라고 미래통합당에 공식 요청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던 상황이다.

하지만 검찰 인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당내에선 “좀 더 지켜보는 게 나을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당 지지율이 총선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속도조절 필요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정권 지지율과 검찰개혁 여론이 공수처 출범의 ‘상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 상황은 두 측면 모두 ‘좋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통합당은 공수처와 관련해 “삼권분립 위반”을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위헌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천위원 선정에 나서는 것 자체가 자기모순이라는 뜻이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위헌 논란이 있기 때문에 (공수처 출범) 논의에 참여할 수 없지만, 참여한다 해도 우리가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인데 무슨 위원을 추천하는가”라고 말했다.

통합당은 민주당이 공수처 출범을 강행할 경우 ‘여당 독주’ 프레임을 공고히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장 추천위원 선임 논의에 참여하지 않는 다른 배경이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은 “다수결이라는 핸들을 잡은 폭주자의 속력을 조정할 유일한 장치는 야당”이라며 “(그러나) 정부·여당은 오히려 공수처를 계속 밀어붙이고, 검찰을 짬짜미 인사로 장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홍두·임지선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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