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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중앙은행들 '민간 기업 견제' 디지털화폐 도입 속도 낸다

안광호 기자 입력 2020. 08. 09.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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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영향 '현금 중심 금융 시스템 대체' 개발 서둘러
페북, 연말 '리브라' 발행..스웨덴 시범운영·중국도 적극적 행보
한은 "국제 흐름 맞춰 준비"에 "한은, 선도적 도입 추진해야" 주문

[경향신문]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비대면·비접촉 경제활동이 늘어나면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향후 CBDC가 현금 중심의 금융 시스템을 대체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국은행도 국제사회 흐름에 맞춰 도입을 준비 중이다. 일각에선 CBDC 도입에 따른 기대 효과가 큰 만큼 한은이 선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9일 한은에 따르면 한은은 이달까지 CBDC 구현 기술 검토를 마치고 내년에는 가동 테스트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전자화폐로, 차세대 지급결제 수단으로 평가받는다. CBDC 개발·완료까지는 크게 모델 수립, 개념 검증, 시범운영(파일럿), 대고객 서비스 등의 단계를 거친다.

CBDC는 지폐·동전 등 현금과 비교해 이용 편의성과 거래 투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화폐 관리비용을 절감하고 자금세탁 방지에도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민간의 지급결제 서비스는 이미 활발한 기술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이용자 20억명 이상을 보유한 정보기술(IT) 공룡기업인 페이스북이 연말쯤 자체적으로 개발한 디지털화폐 리브라(libra)를 발행할 계획이다. 리브라와 같은 민간 지급결제 사업자들이 잇따라 뛰어들 경우 발행량 조절과 통화 흐름 추적 등을 위해 각국 중앙은행의 CBDC 도입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또 CBDC가 현금보다 접근성과 편의성이 좋아 코로나19 이후 저금리 영향으로 풍부해진 유동성을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도록 할 여지도 더 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은 최근 CBDC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중국 인민은행은 결제시장의 강자로 급부상한 알리페이·위챗페이 등 민간업체를 견제하고, 미 달러화에 맞서 디지털 위안화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CBDC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은 시범운영을 앞두고 있다. 소액결제에서 현금 사용 비중이 2010년 40%에서 2018년 13.0%로 급감한 스웨덴은 연말까지 기술 검토와 테스트를 완료하고 내년 여론 수렴 후 발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한은은 당장 CBDC를 도입할 것은 아니지만 국제 흐름에 보조는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섬 지역이 많은 바하마 등 지급결제 인프라가 취약한 일부 신흥시장국의 경우 화폐 관리비용 절감 차원에서, 스웨덴과 같은 현금 사용이 급감하고 있는 나라들이 적극적”이라며 “우리나라는 지급결제 시스템이 선진화돼 있는 데다 여전히 현금 수요가 높아 당장 CBDC를 발행할 필요성은 크지 않지만 국제사회 흐름에 맞춰 미리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현금 결제 비중은 2018년 기준 19.8%다.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경제·사회적으로 기대 비용 효과가 큰 만큼 국제사회 흐름에만 맞출 게 아니라 이미 갖춰진 지급결제 수단을 토대로 선도적으로 CBDC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중앙은행의 힘이 과도해질 경우 민간 영역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CBDC 도입과 관련한 현금 수요 추이, 법률 개정, 디지털 소외계층 배려, 금융안정성 등도 사전에 점검해야 할 조건으로 거론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CBDC 도입 시 한은 입장에선 통화정책 여력 등 역할과 권한이 확대될 수 있겠으나, 은행 예금과 간편결제·송금 등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하면 금융기관의 자금중개 기능과 금융시장의 신용배분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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