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t] 옆자리 신참이 사무실서 유튜브 찍어요, 괜찮나요?

장형태 기자 2020. 8. 10.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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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x리멤버] 직장인 와글와글

7월의 어느 토요일 저녁, 한 여성이 서류가 가득한 사무실 책상을 정리하고 백팩을 싸서 나온다. 목에는 공무원증이 걸려있다. 불이 환하게 켜진 세종시 기획재정부 건물이 클로즈업된다. ‘늦잠 자고 일어나서 일 좀 마무리하니 저녁이다’ 자막이 지나간다. 유튜브 채널 ‘김드연de yeon’ 운영자는 기획재정부 연구개발예산과의 김다현(28) 사무관이다. 구독자는 3400명(9일 기준)이다. 지난달부터 광고 수익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김 사무관은 “문제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규정을 다 따져보고 시작했다”며 “유튜브도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같은 개인 소셜미디어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말 4시간 정도를 유튜브 채널 운영에 쓴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정착하면서 퇴근 후 유튜브 방송을 하며 제2의 삶을 찾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취미가 아닌 부업 수준으로 수익이 나는 경우, 회사의 ‘겸업 금지 조항’과 충돌하기도 한다. 대부분 기업은 “개인 취미 활동까지 회사가 나서서 막을 순 없다”는 입장이지만, 보안 문제가 생길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사무관·외국계·임원…직장인 유튜버 열풍

이베이코리아의 김성신(여·32) 매니저는 구독자 1만5200명을 거느린 유튜버다. 채널명은 ‘GOONINWIFE(군인와이프)’. 주한미군인 남편과 함께 영어로 한 달에 3~4개씩 영상을 찍어 올린다. ‘외국계 기업 직장인의 하루’ 영상에는 직장명과 사무실 모습이 고스란히 나온다. 김 매니저는 “구체적인 업무 내용이나 다른 직원들 얼굴은 촬영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수익은 한 달에 10만원 정도다.

유튜브 열풍에는 임원도 예외가 없다. 홍보대행업체 KPR의 김하원(47) 상무는 작년 8월 유튜브 채널 ‘망고야놀자’를 열었다. 반려견 ‘망고’의 일상을 담은 ‘개튜브(개+유튜브)’로 구독자는 370명이다. 김 상무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올리는데 일에 지장이 된다면 안 할 것이다. 일단 일이 최우선이다”라고 말했다.

본지와 만난 직장인 유튜버들은 “퇴근 후 취미로 하는 것이라 업무에 전혀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옆자리에서 이들을 보는 동료들의 생각은 어떨까. 김다현 사무관의 직속 상사 육현수 기재부 과장은 ‘쿨’하게 말했다. “(김 사무관은) 유튜브 하면서도 맡은 업무를 완벽하게 합니다. 후배 공무원들이 트렌드에 발맞춰 나가는 게 보기 좋은데요.” 이베이 김성신 매니저의 상사인 홍윤희 이사는 “회사에 피해 갈 영상만 올리지 않으면 상관없다고 본다”고 했다. 다 이렇게 너그럽지는 않다. 후배에게 ‘꼰대’ 소리 듣기 두렵다며 익명을 요구한 한 50대 기업 임원은 “편하게 돈 벌고 인기까지 누리려 하니… 젊은 층 미래가 걱정이다”라고 했다.

◇직장인 83% “유튜브 겸업 찬성”

본지가 비즈니스 포털 서비스 리멤버와 함께 최근 직장인 150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3%가 직장인 유튜버 겸업에 대해 ‘찬성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다니는 회사, 그 자체에 대한 유튜브에 대해선 껄끄러워했다. 직장인 유튜브가 어디까지 가능할까에 대해선 68%가 ‘회사 이름이 언급되지 않는 개인 콘텐츠’라고 했다.

직장인 유튜버가 회사의 적나라한 ‘민낯’을 온라인 세상에 까발릴 경우 기업 이미지가 훼손될 우려도 있다. 이런 이유로 유튜브 관련 조항이나 SNS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회사가 늘어난다. 삼성전자는 2014년에 만든 SNS 가이드 라인에 ‘영상’이란 단어를 추가했다. 카카오는 ‘대외비 보안 유지’ ‘사견임을 분명히 하기’ 등 항목이 담긴 SNS 가이드 라인을 두고 있다.

글로벌 기업은 어떨까. 스웨덴 회사 이케아는 회사명을 개인 콘텐츠로 활용할 경우 내부 승인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이해 충돌 조항과 상충되지 않는 선에서 회사와 협의한다”고 정해두고 있다.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는 라인은 개인 SNS에 사무실 공간, 서비스 내용, 업무 관련 콘텐츠를 올리면 안 된다고 규정한다.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를 서비스하는 라이엇게임즈의 임혜정 인사팀장은 “게임 업계나 회사에 관련한 내용을 올릴 시 직원임을 밝히고, 수익을 목적으로 소셜미디어 또는 스트리밍 채널을 운영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Mint는 조선일보의 대표 경제 섹션 WEEKLY BIZ를 업그레이드한 새로운 경제 섹션입니다. 글로벌 CEO와의 단독 인터뷰, 투자 큰손에게 들은 안목과 전망, 미래의 스티브 잡스가 될 스타트업들이 기존 질서를 파괴해가는 생생한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Mint를 보면 돈이 보입니다. 매주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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