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났는데 코로나로 정부 돈줄은 말랐다

원선우 기자 2020. 8. 10.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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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물폭탄] 3차례 추경으로 이미 59조 편성, 與 "일단 예비비로.." 추경 난색

올여름 폭우로 전국적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면서, 여야(與野) 정치권에서 제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섬진강 일대 호우 피해를 입은 전북 남원·임실·순창이 지역구인 무소속 이용호 의원은 9일 본지 통화에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으로서 4차 추경을 추진할 것"이라며 "코로나 사태에 폭우 피해까지 겹쳐 농·축산민들의 피해가 너무 크다. 4차 추경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최근 "재해 추경을 편성하자"고 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수해가 너무 극심한데 예산이 없으면 추경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민주당 당대표에 출마한 박주민 후보와 최고위원에 출마한 신동근 후보도 "추경을 추진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제천 파손된 태양광 설비 - 지난 8일 오후 충북 제천시 대랑동에 설치된 산지 태양광 시설 일부가 파손돼 패널들이 산 아래로 밀려나와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지도부는 일단 4차 추경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코로나로 인해 벌써 세 차례 추경(총 59조2000억원)을 편성했는데, 또 '수해 추경'을 추진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당대표에 출마한 이낙연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일단 예비비 2조원과 이미 확정한 예산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예비비에 아직 여유가 있다. 추경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수해 지역구의 민주당 호남 의원들은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특별재난지역 지원 예산은 국비에서 충당된다. 하지만 수해 복구 예산으로 써야 할 예비비 잔액은 코로나 대책에 상당 부분 소진한 상황이다. 현재 남은 2조원가량 예비비로는 모자란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폭우 피해가 이어지고 가을 태풍까지 고려해 4차 추경을 할 경우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구례 대피소의 이재민 - 지난 8일 전남 구례군의 한 이재민이 구례읍 구례여중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지급받은 긴급 구호용품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수해 상황이 악화하면서 지자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 사태 때 경쟁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호우 등 자연재해에 사용해야 할 재난기금을 미리 끌어다 썼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에선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고 하고 있다.

경기도는 전체 도민에게 10만원씩 지급한 코로나 재난기본소득 재원으로 재난관리기금, 재해구호기금을 사용했다. 경기도의 경우 올해 초까지 재난관리기금(6160억원), 재해구호기금(2990억원) 등 9200억원이 있었지만 현재(7월 말 기준) 2300억여원만 남은 상태다. 이번 집중호우에 공공시설 피해액만 330억원이 넘은 경기 안성시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재난관리기금은 65억원에 불과하다. 가평군도 추산 피해액이 90억원에 달하지만 재난관리기금은 8억원 정도만 남았다.

강원도는 재난관리기금(273억원), 재해구호기금(192억원) 등 465억원을 적립하고 있었으나, 코로나 여파로 긴급생활안정지원금 등의 마련에 435억원을 지출하면서 현재 30억원만 남았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재해 관련 기금으로 쓸 수 있는 예산 규모는 현재 540억원이다.

/조선일보

1000억원 이상의 폭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되는 충남도의 재난관리기금도 73억원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 500억원 이상의 재난관리기금이 적립될 예정이었지만 411억원이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에 사용됐다. 충북도는 412억원 정도 적립하고 있던 재난관리기금에서 코로나 재난지원금에 100억원 정도가 이미 쓰였다. 실제 이번 수해 복구에 사용할 수 있는 기금은 93억원에 불과하다. 폭우 피해가 비교적 크지 않았던 서울시 역시 올해 재난관리기금 운용 규모는 8430억원인데, 현재 남은 기금은 950억여원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 때문에 여야 정치권에서 모두 "4차 추경이 불가피하다"고 하고 있다. 실제 올해 본예산과 세 차례 추경에 편성됐던 총예비비 5조9500억원 중 수해 복구에 쓸 수 있는 돈은 2조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은 "코로나 대책에 쓰고 남은 예비비로는 이번 수해에 대처하기 턱없이 모자란다"고 했다. 과거 2002년 태풍 '루사'(4조1000억원) 때나 2006년 태풍 '에위니아'(2조2000억원) 당시에도 정부는 2조원 넘는 추경을 편성했었다.

그러나 이미 세 차례에 걸쳐 역대 최대 규모 추경(59조원)을 했던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4차 추경'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민주당 정책위 윤관석 수석부의장은 "지금은 내년 본예산을 편성할 때이지 4차 추경을 언급할 때가 아니다"라며 "현재 남은 예비비에서 부족하면 내년 본예산을 먼저 끌어 쓰는 방법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국민의당뿐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추경 불가피론'이 계속 나오는 것이 변수다. 민주당 최고위원에 출마한 신동근 의원은 9일 "지금 쓸 수 있는 예비비 정도로는 대처하기 어렵다"며 "8월 임시국회에서 시급히 4차 추경을 처리하자"고 했다. 이에 기재부도 4차 추경 편성에 대비, 실무 회의를 열고 피해 규모 파악 등 상황 점검과 부서별 업무 배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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