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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NOW] 조선업 살리기 나선 일본 | "한국 따라잡자" 日 조선업계 공동전선

정욱 입력 2020.08.1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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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네이시홀딩스와 미쓰이E&S홀딩스는 지난 7월 31일 자본 제휴를 발표했다. 이름만으로는 업종조차 가늠하기 힘든 생소한 업체지만, 각각 일본 조선업계 4위와 8위 업체다. 2018년 5월부터 제조거점을 공유하던 것을 발전시키자며 미쓰이E&S조선에 츠네이시가 출자(50% 미만)하기로 했다. 두 회사 규모를 합하면 가와사키중공업을 제치고 일본 3위 조선사로 뛰어오른다. 앞서 3월에는 일본 최대 조선사 이마바리조선과 2위 JMU(재팬마린유나이티드)가 공동으로 개발·영업회사를 설립하는 제휴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이들 회사가 협력에 나서는 분야는 공동 영업이다. 함께 수주전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 조선사 규모가 날로 대형화되면서 개별 기업으로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JMU 관계자는 “한국에 매번 당하는 상황에서 수주 자체가 끊겼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 건조량은 1134만t이다. 각각 세계 3위와 5위인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664만t, 345만t이다. 미쓰이E&S와 츠네이시를 합친 것보다 삼성중공업 규모가 더 크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각국 규제당국의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중국에서도 1위인 중국선박공업집단(CSSC)이 2위 중국선박중공업집단(CSIC)과 지난해 11월 합병을 통해 중국선박집단(805만t)으로 거듭났다.

▶일본 조선 건조량 세계 38→24%

한국과 중국이 대형화하며 몸집을 불리는 사이에 일본 조선업 위상은 날로 쪼그라들었다. 지난 2000년 세계 건조량의 38%를 차지했던 일본 위상은 지난해에는 24%로 줄었다. 같은 기간 한국과 중국 비중은 40%에서 70%로 커졌다.

일본 조선업계 위상이 급전직하한 요인 중 하나는 중소 규모에 만족한 점이다. 일본 전역에 조선업체 50여개가 있다. 이들 기업은 기술력을 믿고 덩치를 키우는 데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또 타 분야까지 영역을 넓혀온 중공업 기업들은 조선 대신 항공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슬슬 발을 빼는 데 치중했다.

그사이 글로벌 시장은 대형사 위주로 재편됐다. 이제는 규모가 되지 않으면 수주 자체가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6월 우리 조선사들이 카타르에서 23조원 규모 LNG선 100척을 수주한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다.

당시 일본 국토교통성 한 간부는 일본 조선업계의 가장 시급한 과제를 묻는 질문에 “우선 각 사별이 아닌 공동 대응으로 수주에 나서야 입찰에 낄 수라도 있을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일본 조선업계가 적극적으로 합종연횡의 가능성을 물색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정부 역시 측면 지원에 나섰다. 컨테이너선이나 유조선을 발주하는 해운사에 대해 건당 수백억엔 규모 자금을 저금리로 조달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일본 조선사에 대한 선박 발주를 늘리겠다는 의도다. 일본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에 공적자금이 들어간 것을 정부의 부당 지원으로 문제 삼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비판해왔으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일단 조선업을 살리고 보겠다는 생각인 셈이다.

일본 조선업 역사는 끓는 물속의 개구리를 떠오르게 한다. 남의 일이라고 웃을 때가 아니다. 2000년 전 세계 건조량 39%를 차지했던 우리 조선업의 위상은 지난해 32%로 줄었다. 꼭 조선업에만 해당되는 얘기도 아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woo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1호 (2020.08.12~08.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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