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쑥대밭 '화개장터' 영호남 주민들 수해복구 구슬땀

한송학 기자 2020. 8. 10.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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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광양 등서 곳곳서 도움의 손길 속속 합류
태풍 장미 영향 영향 빗방울 굵어지자 '긴장'
수해로 발생한 쓰레기를 내다 버리기 위해 모아 놓은 화개장터 내부. © 뉴스1

(경남=뉴스1) 한송학 기자 = 영호남 화합의 상징인 하동 화개장터 침수 현장에 영호남 주민들이 힘을 합쳐 복구작업에 수슬땀을 흘리고 있다. 화개장터는 지난 8일 4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에 물바다가 됐다.

물이 빠져나간 10일 오전 하동 화개장터는 이른 아침부터 복구작업에 분주한 모습이다. 덤프트럭이 도로를 쉴 새 없이 다니면서 쓰레기를 나르고, 포크레인을 동원해 침수로 못쓰게 된 물품들을 트럭에 싣고 있었다.

지난 9일에 이어 이날도 소방, 상인, 공무원, 군인, 경찰, 자원봉사자 등이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비를 잔뜩 머금은 태풍이 북상 중인 만큼 작업자들의 손놀림은 바빠지고 있다.

지난 9일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등 1200여명을 동원해 뻘 제거 작업을 했지만, 여전히 도로 등 군데군데 씻겨지지 않은 뻘이 질퍽거리고 있다.

화개장터 앞 도로의 유리 등 쓰레기들을 자원봉사자가 청소하고 있다. © 뉴스1

화개장터 바로 앞 도로에서는 한 자원봉사자가 비와 땀에 뒤범벅돼 차들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열심히 삽으로 뻘과 유리 조각 등을 한쪽으로 모으고 있었다.

화개장터 장옥은 물이 사람 키 높이 이상까지 차면서 제품 등 집기류 전체가 쓸려가면서 텅 빈 곳도 있다. 치즈류 먹거리를 판매했다는 한 상인은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 과거 홍수 때가 기억나 어깨높이 정도로 제품들을 올려놓았는데도 물이 지붕까지 차올라 완전히 쓸어갔다"며 멍하니 하늘만 바라봤다.

한쪽에서는 쓸만한 제품을 골라내는 손놀림이 분주했다. 상인과 자원봉사자들이 삼삼오오 달라붙어 제품을 골라내고 있지만, 폐기물로 분류되는 물건들이 대부분이다.

상품이 될만한 제품을 골라내는 자원봉사자들. © 뉴스1

바다와 민물 등 횟집들의 수족관은 텅 비어 있다. 수족관은 깨지거나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뒤틀어진 것도 있었다. 대부분 점포들의 유리 창문은 금이 가거나 깨져 날카로운 유리 조각이 바닥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화개장터에서 화개교 건너 점포들도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그대로 드러났다. 모든 상가가 집기류와 상품들을 도로변에 내어놓고 분류 작업 중이다. 물에 젖어도 큰 문제없는 캔류 등 제품들은 한쪽으로 골라내고 있지만, 대부분이 폐기되는 상품들이다.

화개교 아래 나무들은 형용 색색 각종 쓰레기 들이 걸려 을씨년스런 모습이다. 물에 떠내려온 튜브와 비닐류 등이 가로수 여기저기에 걸려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화개교 아래 주차장은 뻘로 가득 차 있고 쓰레기 등 부유물들이 널브러져 있다.

화개장터 주차장에서는 삼성전자와 대한적십자사가 천막을 설치해 사랑의 밥차를 운영고 있었다. 작업에 지친 자원봉사자 등에게 식사와 간식, 음료 등을 제공하고 있다.

화개장터 피해복구 작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달려온 진주의용소방대 연합회에서 물건을 옮기고 있다. © 뉴스1

도움의 손길도 속속 도착했다. 광양시와 광양자원봉사센터에서는 버스에 '하동군민 여러분 힘내세요'라는 현수막을 달고 자원봉사자 수십명이 달려왔다.

진주소방서 의용소방대 연합회에서도 일손을 거들기 위해 대원들을 모집했다. 이들은 화개장터에 도착하자마자 무거운 폐기물을 옮기는 데 투입됐다. 강동길 연합회장은 "화개장터가 침수됐다는 소식을 듣고 대원들을 모집했다"며 "하동 의용소방대와 협조해 피해 극복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해로 발생한 쓰레기들은 화개장터 인근에 임시 적재소를 만들어 쓰레기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이날 오전 화개장터에는 비가 오다 말기를 반복하다가 오전 11시부터 빗방울이 굵어졌다. 지난 9일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잠시 수위가 낮아진 섬진강은 태풍의 영향으로 다시 빗방울이 굵어지면서 물이 불어나고 있어 주민들은 다시 긴장하고 있다.

흙탕물의 섬진강이 수위가 높아지면서 화개장터 상인들은 또 수해를 입지 않을까 근심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주민은 “장마가 길어지면서 올해는 장사가 잘되지 않다가 최근 비가 그치면서 장사가 잘 돼 새로운 제품도 가져다 놓고 했는데 이번 홍수로 완전히 망했다”면서 “큰비와 함께 태풍이 온다는데 이미 모든 것을 쓸어가 버려 이제는 챙길 것도 없다”며 망연 자실해 했다.

물이 빠졌다가 다시 수위가 높아지는 섬진강. © 뉴스1

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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