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 한 반 33명중 5명만 진도 따라와..중위권 학생도 급감

고민서,신혜림 2020. 8. 1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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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말하는 교육격차
중위권 학생들 하위권 추락
최상위권만 원격수업 이해
교사 74% "학습부진 학생
지도 안돼 성적 더 떨어져"
학부모 경제력 따라 격차 심화
사교육 많은 과목서 두드러져

◆ 코로나發 교육양극화 ◆

지난 4월 개학한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온라인으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과 전면 원격수업을 겪으면서 가정 환경에 따른 `교육 양극화`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이충우 기자]
"한 반 학생 33명 중 5명 정도만 학습 진도를 따라오고 이해한 것 같아요."

경기도 용인의 한 중학교에서 3학년 담임(사회 교과)을 맡고 있는 A교사는 1학기 원격수업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소위 '최상위권' 학생들만 인터넷 강의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A교사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예년보다 기말시험 문제를 쉽게 출제했다. 하지만 평가를 해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20~30점대 하위권 학생이 늘고, 60점 이상 받아야 하는 중위권 학생도 50점 밑으로 떨어진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자기 통제와 집중력이 뛰어난 최상위권 학생은 원격수업이 학습 효과가 있지만,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 학생은 학습 과정을 따라가기도 벅차다는 분석이다.

긴 장마로 짧았던 '방콕 여름방학'도 마무리되고 이르면 다음주부터 초·중·고교 2학기 수업이 시작된다. 교육부는 1학기보다 등교수업을 대폭 늘리겠다는 입장이지만 코로나19 재확산이 우려되면 언제든지 '100% 온라인 수업'을 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교육 현장에서는 원격수업이 길어질수록 학부모 경제력과 관심도에 따라 교육 격차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교사 2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원격수업 중 학습 부진아 지도가 되지 않고 있다"고 답한 교사가 74.4%에 달했다.

학습 격차가 두드러진 과목은 수학 등 사교육 수요가 높은 과목이다.

경기 B중학교 교사는 "중위권 학생들이 수학에서 유독 따라오지 못해 안타까웠다"면서 "대면수업이라면 충분히 상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었던 학생들이 원격수업에 적응하지 못해 하위권이 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C고교 교사도 "원격수업을 해보면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 배운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사이에 차이가 명확했다"면서 "2학기에는 하위권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교육 방식에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코로나19발 학습 격차가 현실화하면서 학부모들은 '대치동'으로 대표되는 사교육을 더 찾고 있다. 실제 교육부가 지난 1학기 학부모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절반가량(49%)이 "가정에서 원격수업을 지도할 사람이 부족해 어려움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비대면 수업이 방역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대부분이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은 더 늘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3 자녀를 데리고 주말마다 대치동 학원을 찾고 있다는 학부모 D씨(대전 거주)는 "1학기 원격수업이 부실해서 고입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 서울로 학원을 다니고 있다"면서 "비용 부담은 크지만 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순 없지 않냐"고 말했다.

코로나19 시대에 '부모의 맞벌이' 여부도 학습 격차를 키우고 있다.

경기도 안양의 초등학교 교사들은 1학기를 마치고 '쌍방향 수업 성공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같은 안양에서도 교육열이 높은 지역 학교는 실시간 수업 출석률이 100%인 반면,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은 지역 학교는 60%에 그쳤다.

안양에서 초등학교 4학년을 담당하는 한 교사는 "학교에 맞벌이 가정 아이가 80%에 달하고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도 많다"면서 "당초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려 했지만, '자녀를 컴퓨터 앞에 붙잡고 돌봐줄 사람이 없다'며 반대하는 학부모가 많아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더라도 등교수업만으로 진행하는 시대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원격수업에 따른 '기초학력 부진'과 '교육 격차'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원격수업을 피할 수 없다면 교육의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교사들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의 E고교 진로·진학 상담 교사는 "다문화·차상위계층 가정 학생들은 1학기에 여러 이유로 방치됐다"며 "2학기에도 이런 식이면 학습 이해도 측면에서 하위권을 벗어나기 더욱 힘든 구조"라고 지적했다.

아동 그룹홈 시설인 광주 돈보스코나눔의집 이상윤 시설장은 "저소득층 학생이 돌봄을 받느냐, 못 받느냐는 명백한 차별"이라며 "저소득 학생들의 학습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민서 기자 /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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