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이재명 대 윤석열 '스라소니 대 황소'

김광일 논설위원 2020. 8. 1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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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국민이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것 같은, 50일 가까운 폭우와 장맛비로 얼마나 고통이 크신지요. 직접적인 수해로 목숨을 잃고 희생을 당하신 분들, 농사와 집터와 가게가 물에 잠겨 엄청난 재산 피해를 입으신 분들, 정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대부분 자연재해라고 봐야겠지만, 그중에 인재라고 볼 수 있는 부분도 적지 않다. 지구촌 국가들이 함께 책임져야 할 근본적인 기후 변화 탓도 있을 것이고, 국내적으로는 위정자들이 돌아보고 사죄하고 책임져야 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결국은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봐야 하는데, 먼 앞날을 내다보고, 홍수 피해를 몇 년 앞서 미리 걱정하고, 물을 다스릴 줄 아는 위정자와 집권 세력을 선거로 잘 뽑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며, 정치가 시작과 끝이라면, 그 주력을 뽑아 위임을 하는 절차로서의 선거란 처음과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지인들을 만나서 물난리 걱정, 부동산 걱정, 검찰인사 걱정, 청와대 참모들의 사표 소동 걱정, 나라 걱정을 하다가, 아무리 걱정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선거를 잘못해놓으면 그 결과가 고스란히 유권자와 국민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세 한탄 등을 하다가 얘기의 끝에 이르는 것은 다음 대통령 선거이고, 결국 세상을 바꾸려면 선거로 바꾸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래서 얘기의 끝은 다음 대통령 선거에 여야 대표 주자로 누가 맞붙게 될까 하는 토론에 이르게 된다. 오늘 조선일보에는 흥미로는 글이 하나 실렸다. 건국대 문화콘텐츠 학과 조용헌 석좌교수가 주1회 쓰는 ‘조용헌 살롱’이란 칼럼이다. 제목이 ‘이재명 대(對) 윤석열’이다. 두 사람 모두 정계에서 그리고 검찰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으는 인물임에 틀림없지만, 두 사람을 노골적으로 맞세운 칼럼 제목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대선 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나란히 2위, 3위를 하고 있는 인물들이기도 한데, 어떤 자리에서는 결국 2022년3월 대통령 선거에서 여당 쪽에서는 이재명, 야당 쪽에서는 윤석열이 나와서 둘이 맞붙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하고 있다.

조용헌 교수는 먼저 이재명 경기 지사에 대해서는 이렇게 묘사했다. 직접 인용한다. "이재명은 밑바닥 인생에서 올라왔다는 스토리가 큰 강점이다. 이재명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성남의 목공소에 취직한 것으로 알고 있다. 70대도 아니고 50대 후반 세대에 해당하는 사람이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입에 풀칠하기 위해 목공소에 들어가야만 했다는 사실부터가 여러 가지를 말해준다. 나이도 어리고 키도 작은 어린이였던 이재명은 목공소에서 대여섯 살 위 형들에게 수시로 얻어터졌다고 한다. 열서너 살 된 애가 목공소라는 거친 작업 환경에서 온갖 잔심부름을 해야만 했을 것이고, 여러 이유로 수시로 얻어맞았을 것이다. 이재명의 여동생 하나는 야쿠르트 배달을 하러 다니다가 차에 치여서 교통사고로 죽었다. 이런 가정 형편과 생활이 한편으로는 기구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후일 정치적인 강단과 투지를 기르는 단련장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이재명 정치 인생에서 큰 위기 중 하나는 내가 보기에 ‘점(點) 사건’이었다. 신체의 중요 부위에 점이 있냐 없냐 하는 문제였다. 다른 사람 같으면 여기서 자빠지는데 이재명은 깡과 운으로 돌파하였다. 그의 인생에 화룡점정(畵龍點睛)의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서 ‘점(點) 사건’이란 지금부터 2년 전인 2018년 가을 여배우 김부선 씨와 이재명 지사가 ‘사귀는 사이였다, 아니다’, 이 논란으로 시끄러웠을 때 김부선 씨가 이 지사의 신체 특정 부위에 큰 점이 있다고 주장했던 사건을 말한다. 아주대병원은 "신체검증 결과 점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었고, 그러자 김부선 씨는 "점 빼느라 수고하셨네요."라고 했었다. 그런 진위 여부와는 별도로 조용헌 교수는 이 ‘점 사건’을 이재명이 운명의 역경을 돌파한 화룡점정 사건으로 평가한 것이다.

이어서 조용헌 교수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묘사한 부분을 보겠다. 이렇게 돼 있다. "윤석열은 아버지가 연대 교수였고 집안도 좋다. 학벌도 서울 법대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고시에서 아홉 번이나 낙방함으로써 스토리가 시작된다. 한약재 중에서 숙지황을 법제할 때 아홉 번 솥에다 쪄서 말리기를 반복하는 과정이 있다. 이걸 구증구포(九蒸九曝)라고 한다. 여러 번 찌는 과정에서 거친 기운이 빠지고 약효가 증가된다. (윤석열이 말했던)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도 솥단지에 찌는 과정이었다고 해석된다. 말이 그렇지 솥단지에 들어가 장작불에 달궈지는 과정은 엄청난 고독과 고통이 따른다. ‘내 인생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내 인생은 여기서 멈추는가?’ 하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수없이 던져야만 했을 것이다. 지금도 벼슬은 검찰총장이지만 희한하게도 솥단지에 들어가서 장작불로 계속 달궈지고 있는 독보적 팔자다. 정권에 의해 장렬하게 전사하느냐가 관건이다."

조용헌 교수는 결론을 이렇게 맺었다. "만약 둘이 붙는다면 ‘반항’과 ‘항명’의 대결이다. 동물 관상으로 놓고 보자면 ‘스라소니’와 ‘황소’의 한판 대결이 될 것이다."

요즘 민주당 내에서는 이재명 지사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사실상 최우선 대권주자로서 ‘이재명 계파’가 은연중에 형성되는 것 아니냐고 보는 것이다. 이재명 지사가 대부업 법정 최고 금리를 연24%에서 연10%로 낮춰달라는 편지를 민주당 의원들에게 돌리자 김남국 의원이 똑같은 내용으로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경기도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지자체 노동경찰제’ 얘기가 나오자 윤중병 의원이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재명 지사가 페이스북에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을 주장하자 신정훈 등 15명 의원이 같은 내용으로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 8월10일 발표된 여론조사는 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가 급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 조사인데, ‘잘하고 있다’가 43.9%, ‘잘못하고 있다’가 52.4%다. 격차는 8.5%P로 오차 범위를 벗어났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 35.1%, 통합당 34.6%로 격차는 불과 0.5%P로 좁혀졌다. 바람 부는 방향이 바뀌면 ‘새들이 모여드는’ 쪽이 있는가 하면 ‘새들도 세상을 뜨는’ 쪽이 있게 마련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한 마디에 재깍재깍 법률 개정 발의가 이뤄지고 있는 반면, 최근 청와대에서는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급 참모 6명이 집단 사표를 냈다. 그러자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난파선 탈출과 조기 레임덕" "고요한 절간 같은 청와대, 사람들이 다 떠난 텅 빈 집"이라고 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붕괴 순간이 더 빨리 오는 것 같다"고 했다.

이재명 지사 쪽 풍경이 이렇다면, 윤석열 총장 쪽 풍경은 갈수록 스산하다. 지난 주말 추미애 법무장관의 검찰인사로 윤석열 총장은 완전 고립무원이 됐다. 김웅 통합당 의원은 "정권의 앞잡이, 정권의 심기경호가 유일한 경력인 ‘애완용 검사’들이 득세하는 세상이 됐다"고 했다. 반면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선 윤석열 총장 같은 사람들이 뽑혀 나가야 한다"고 했고,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윤 총장 해임 결의안을 준비할 테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달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추미애 장관의 인사에 반발하여 사표를 던진 문찬석 광주지검장은 "윤 총장을 혼자 두고 나가는 게 미안하다" "국민께서 바로잡아주셔야 한다"고 했다.

국민이 바로 잡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말한 조용헌 교수가 윤석열 총장에 대해 말한 부분을 다시 한 번 보면 이렇게 돼 있다. "(그는) 지금도 벼슬은 검찰총장이지만 희한하게도 솥단지에 들어가서 장작불로 계속 달궈지고 있는 독보적 팔자다. 정권에 의해 장렬하게 전사(戰死)하느냐가 관건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윤석열 총장은 정권에 의해 장렬하게 전사(戰死)할 운명이라고 보십니까. 그래서 장차 야권의 대선 주자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보십니까.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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