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삶터까지 파고든 수마..참담한 이재민들
[앵커]
전북 남원을 비롯해 임실과 순창 등 섬진강 유역 역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런데 집 안의 흙을 다 씻어내기도 전에 또 큰 비 온다는 소식이 있어서 주민들이 막막해하고 있습니다.
안승길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집 앞마다 잔뜩 쌓여 있는 살림살이들.
부서진 가구에 진흙 범벅이 된 가전제품까지, 쓸 수 없게 돼버린 물건들로 가득합니다.
흥건한 물기를 닦아내고 물 먹은 벽지와 장판도 뜯어내 보지만 수마의 흔적을 지워내긴 쉽지 않습니다.
[이현기/전북 순창군 적성면 : "(어르신들) 너무 놀라셔서 식사도 못 하시고. 물 말아서 억지로 드셔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손 놓고 있어요."]
쉴 새 없이 쏟아진 집중 호우는 마을 전체를 삼켜버렸고, 주민들의 삶 터, 가장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습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할머니는 이미 못 쓰게 된 물건들을 바라보며 한숨만 내쉽니다.
[정순례/전북 순창군 적성면 : "말할 것도 없어, 없다니까. 어떻게 표현을 못해. 세상에, 뭔 짓인가 몰라."]
마을회관으로 대피한 지 사흘째.
눈만 감으면 허리까지 차오르던 물을 피해 옷가지만 급히 챙겨 대피하던 그날의 새벽이 떠오릅니다.
[권영임/전북 순창군 적성면 : "발만 떠버리면 넘어갈 것 같아서 담을 잡고 왔어요. 그렇게 금방 물이 불어버리데요. 내 생애 처음이야."]
폭우에 떠밀린 흙과 모래는 담벼락을 뚫고 순식간에 집안으로 들이닥쳤습니다.
흙을 걷어냈지만 불안한 마음에 편히 잠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엄정길/전북 임실군 관촌면 : "만약 여기서 잤더라면 우리 두 식구 다 죽을 뻔했어요. 흙더미를 한 차 이상 퍼냈는데..."]
겨우 물이 빠져 이틀 만에 돌아온 집은 아수라장이 돼버렸고, 생계를 잇던 벌통들은 죄다 못 쓰게 돼버렸습니다.
[진영국/전북 임실군 관촌면 : "계속 이렇게 비가 와서 손을 못 쓰겠어요. 정리도 하다 만 상태인데 계속 비 오고. 너무 속상하네요."]
수해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들려오는 비 소식에, 이재민들은 잠도 못 이루고 있습니다.
KBS 뉴스 안승길입니다.
촬영기자:강수헌
안승길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일 새벽 또 장맛비..충청·전북 등 최고 200mm↑
- [르포] 삶터까지 파고든 수마..참담한 이재민들
- [영상] '시간당 90mm 기록적 폭우' 양주에 무슨 일이?
- 의약품 전달·인명 수색까지..'드론' 재난 현장서 맹활약
- 문 대통령 "중저가 1주택 감세..부동산 감독기구 신설 검토"
- 또 교회發 4차 감염..해외 유입 바이러스 '변이' 3건 확인
- 한국형 '아이언돔' 만든다..5년간 300조 투입
- [제보영상] 떨어진 복숭아에 곰팡이만..1년 농사 헛고생
- [크랩] '붓'대신 '분무기' 썼다고 계약 해지 당한 치킨집
- [여심야심] 72년 만에야 국회에 등장한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