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폭우 헤치고 40명 구한 구례 '보트 영웅'

구례=김태언 기자 2020. 8. 1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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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10시 50분경 전남 구례군 구례읍 봉동리 인근 서시천 제방이 갑자기 무너졌다.

전날부터 290.5mm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봉동리 일대는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손 씨가 물에 들어가 할아버지를 들쳐 업고서야 겨우 보트에 태웠다.

두 사람은 또 119구호품을 보트에 싣고 건물에 갇힌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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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석-손성모 씨, 개인 보트 띄워 아파트 갇힌 아이-노인 등 구조
119 대신해 구호품 전달하기도
자신들 공장-집도 물에 잠겼지만
"당연히 해야할 일 했을 뿐인데.."
10일 오후 최봉석 씨(왼쪽 사진)와 손성모 씨가 자신들의 일터에서 이웃들을 구하느라 미처 챙기지 못해 물에 휩쓸린 물건을 치우고 있다. 최봉석, 손성모 씨 제공
8일 오전 10시 50분경 전남 구례군 구례읍 봉동리 인근 서시천 제방이 갑자기 무너졌다. 전날부터 290.5mm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봉동리 일대는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물은 인근 아파트 2층 높이까지 차올랐다. 주민들은 창밖으로 “구해주세요” “살려주세요”라고 소리쳤다. 아파트가 물에 잠길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이때 검은색 모터보트를 타고 최봉석 씨(43)와 손성모 씨(37)가 나타났다.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아파트 계단 옆 창문에 보트를 댔다. 그러고는 창문을 창틀째 뜯어냈다. 이곳으로 포대기에 싼 갓난아기를 안고 있던 여성이 간신히 빠져나와 보트에 올랐다. 두 사람은 오후 7시까지 마을 일대 아파트와 연립주택, 빌라, 상가 등을 돌며 고립됐던 40여 명의 생명을 구했다.

최 씨는 1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오전에 지인이 ‘아파트가 물에 잠겼다. 아내와 4세 아이가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했다. 당장 도우러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지인 가족만 구하고 돌아오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이 필요했다.

구조에 나서기 전 최 씨는 자신의 농기계 공장에 물이 차는 것을 막고 있었다. 발목까지 찼던 물은 순식간에 무릎까지 차오르는 등 긴박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웃들이 아파트에 고립됐다는 소식에 숨 돌릴 틈도 없이 후배 손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낚시용 보트를 갖고 있던 손 씨가 떠올랐던 것이다. 건설업을 하는 손 씨도 창고에 있던 자재가 물에 젖지 않게 옮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막 창고 정리를 끝내고 보트를 정비하던 중에 최 씨의 전화를 받았다. 손 씨는 “선배가 의협심이 강한 분이다. ‘배 있지’라고 묻길래 바로 트럭에 싣고 달려갔다”고 했다.

폭우 속에 노약자를 보트에 태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아파트에 갇혔던 한 할아버지는 거동이 불편해 혼자 보트에 오를 수 없었다. 손 씨가 물에 들어가 할아버지를 들쳐 업고서야 겨우 보트에 태웠다. 손 씨는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도 있었고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등 다양한 사람을 구했다”고 회상했다.

119구급대도 두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최 씨는 “우리가 사람을 구하고 있으니까 구급대원들도 ‘저기에 갇힌 사람이 있다’고 외쳤다. 119대원들은 더 위급한 환자를 구하느라 바빴고 기꺼이 구조를 도왔다”고 했다. 두 사람은 또 119구호품을 보트에 싣고 건물에 갇힌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물과 전기가 끊겨 불편을 겪던 주민들은 두 사람이 준 휴대용 가스레인지와 생수, 보조 배터리로 밤을 버텼다.

수해 현장을 누빈 두 영웅은 정작 자신의 주변은 살피지 못했다. 구조를 마친 최 씨를 기다린 것은 수해로 망가진 공장이었다. 손 씨도 침수된 집을 뒤늦게 정리하느라 바빴다. 아끼던 구명보트도 망가져 못쓰게 됐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며 덤덤히 말했다.

구례=김태언 beborn@donga.com·조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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