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원래 산사태 없던 곳인데.." 폭우에 의심받는 태양광

이가람 2020. 8. 1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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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 산비탈에 설치했던 태양광발전설비가 8일 최근 내린 큰 비에 무너져 있다. 뉴시스

태양광 패널은 산비탈에 설치한 경우가 많다. 일정 경사 이상의 산비탈이 햇빛을 최대한 오랫동안 받는 데 유리한 조건이라서다. 평지보다 상대적으로 땅값이 싼 것도 한몫 했다. 하지만 집중호우로 전국 곳곳에서 산사태가 일어나자 태양광 사업에도 불똥이 튀었다.


산사태 주민 “태양광 난개발 때문”

8일 오후 충북 제천시 대랑동 태양광 설비가 산사태로 파손돼 있다. 연합뉴스

산림청 집계 결과 6월부터 이달 10일까지 산사태 피해는 전국적으로 1079건이다. 대피 중인 산사태 취약지역 주민만 1571명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집중호우 사망자 31명 중 16명이 산사태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 1일부터 300mm 넘는 폭우가 내린 충북 지역은 태양광 발전소 인근 피해가 잇따랐다. 제천시 봉양읍 공전리에 위치한 대형 태양광 발전시설은 설비 대부분이 주저앉았다. 대랑동 임야에 자리 잡은 태양광 발전시설은 토사가 붕괴하면서 산 아래 농경지를 덮쳤다. 피해를 본 한 주민은 “태양광이 들어서기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며 “난개발이 물 흐름을 막고 산사태를 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남 영암군 신북면 모사리에 사는 최명숙씨는 “나무가 있을 때는 뿌리의 힘으로 흙을 잡아주는데 나무를 죄다 베어버리니 맨땅에 물이 쏟아져 산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며 “나무를 베고 토사를 쌓아 만든 태양광 시설들을 볼 때마다 언제 무너질지 몰라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최씨가 운영하는 과수원 인근에는 2017년 6월 약 5만여㎡ 규모의 대규모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섰다.

정치권에서도 수해로 인한 산사태와 태양광 발전시설의 연관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국회에서 “집중호우와 함께 산사태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데 태양광 발전시설의 난개발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태양광 발전시설과 산사태 등 수해 연관성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제안했다.


“태양광 시설 중 산사태 0.09% 불과”
반면 산림청은 “산지 태양광발전시설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9일 기준 12건으로 전체 산사태 피해 중 1.1%에 불과하다”며 태양광 관련 시설과 산사태와의 연관성에는 선을 그었다. 전국의 태양광 발전시설 1만2721곳 중 산사태가 발생한 12곳은 전체 비중의 0.09%에 불과하다.

하익수 경남대 토목안전공학과 교수는 “같은 조건에서 산지에 나무가 얼마나 남아있느냐에 따라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달라질 수는 있다”며 “다만 태양광 시설은 각종 절차를 거쳐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안정성을 검증받아 공사한다. 산사태 위험성을 무시하고 진행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을 깎고 벌목을 해도 배수 시설을 만드는 식으로 추가 조치가 이뤄지기 때문에 태양광 시설의 설치가 산사태로 직결된다고 결론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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