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위 이틀 사투 끝에 얻은 새생명'..구조된 소 쌍둥이 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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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를 살리려고 지붕에서 악착같이 버텼나 봐요."
전남 구례군 양정마을이 침수되는 난리 통에 지붕 위에 올랐던 이 암소는 구출 직후인 11일 새벽 쌍둥이 송아지를 출산했다.
비가 그치자 사람들이 몰려와 지붕 위에 함께 있던 다른 소를 구조하기 시작했지만 이 어미 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백 씨는 "유독 저 소만 지붕에서 내려오지 않으려고 해 결국 마취총으로 재운 다음 구조했다"며 "새끼가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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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새끼를 살리려고 지붕에서 악착같이 버텼나 봐요."
순박한 눈망울을 끔벅거리던 6살 된 암소는 탯줄을 길게 늘어뜨린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전남 구례군 양정마을이 침수되는 난리 통에 지붕 위에 올랐던 이 암소는 구출 직후인 11일 새벽 쌍둥이 송아지를 출산했다.
폭우로 물이 차오른 축사에서 빠져나온 어미 소는 물길에 떠내려가며 버둥거리다 가까스로 지붕 위에 발이 닿았을 터였다.
두 마리의 새끼를 품고 있던 어미 소는 더는 떠내려가지 않으려 굳게 서서 매섭게 쏟아지는 비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비가 그치고 물이 빠질 때까지 꼬박 이틀간 먹이 한 줌, 물 한 모금 제대로 먹지 못하면서도 악착같이 버텨냈다.
비가 그치자 사람들이 몰려와 지붕 위에 함께 있던 다른 소를 구조하기 시작했지만 이 어미 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의 손을 거부하며 끝까지 지붕 위를 지키려 해 구조대는 결국 마취 총을 쏴야 했다.
마취 약에 취해 밤새 몽롱해 하던 어미 소는 모두가 잠든 시각, 홀로 깨어나 그제야 두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지치고 힘든 몸으로 출산하느라 마지막 남은 힘까지 짜냈을 어미 소이지만 새끼 걱정에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다.
잘 마른 건초가 놓인 축사 한쪽에 새끼가 웅크려 있자 무사한지 살펴보려는 듯 다가가 냄새를 맡아보거나 혀로 핥아주며 모성애를 드러냈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본 축사 주인 백남례(61) 씨는 안쓰러운 마음에 눈시울을 붉혔다.
백 씨는 "유독 저 소만 지붕에서 내려오지 않으려고 해 결국 마취총으로 재운 다음 구조했다"며 "새끼가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 녀석이 지붕 위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면 너무 안쓰럽다"며 "살아 돌아와 준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쌍둥이까지 무사히 출산하다니 너무 대견하다"고 말했다.
양정마을에서 지붕 위에 대피한 소를 구조하는 '구출 작전'은 이날도 계속됐다.
구조된 소들은 축사 건물이 무사히 남아있는 곳에 맡겨지거나 구조된 자리에 그대로 묶여 주인을 기다렸다.
이와 관련해 백씨는 또 다른 희소식을 듣기도 했다.
수해로 잃어버린 소 2마리가 경남 하동에서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은 것.
하동까지 찾아가 되찾아올 여력이 안 돼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수해를 이겨낸 소들이 대견할 따름이라고 했다.
백씨 외에도 소를 잃어버린 주인들은 자식과도 같은 소를 찾아 이웃을 이곳저곳 쉴 새 없이 돌아다녔다.
축사에 있는 구조된 소들은 지붕 위에서 힘을 다 써버린 탓인지 기력 없는 모습으로 앉거나 누워있었다.
특히 고열 증상을 보이는 소가 많아 소 주인들은 마음을 졸이며 해열제가 든 주사를 놔주기도 했다.
한 마을 주민은 "비가 그치면 주인을 찾아주는 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며 "잃어버린 소가 많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소가 다시 건강하게 클 수 있게끔 잘 보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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