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태양광, 경사 10도 미만 산지에 설치"..국책硏 기준 무시한 산업부

오찬종 입력 2020. 8. 11. 16:06 수정 2020. 8. 1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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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發 산사태 논란
태양광 설치 가능한 산지 경사
2년 전 25도→15도 미만 강화
환경정책硏 "산사태 막으려면
10도 이하로 규제" 조언했지만
태양광 보급 연연해 반영 안해

산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국책연구원이 제시한 태양광패널 설치 가이드라인을 정부가 어기고 무리하게 패널을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천안 등 야산에서 태양광발전소가 무너지면서 육상 태양광 안전성 논란이 이는 가운데 이 같은 사고가 정부의 태양광 집착이 낳은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앞서 2018년 11월 태양광 산지 일시사용허가제도를 도입하고, 경사도 허가 기준을 기존 25도에서 15도로 강화했다.

이 같은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는 그해 여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을 통해 연구를 진행했다. 2018년 8월 환경부 장관에게 제출한 '육상 태양광발전사업 환경성 검토 가이드라인 마련 연구'가 그 보고서다. 해당 보고서에는 육상 태양광발전 환경성 검토 가이드라인이 제시돼 있다. 이 보고서는 환경부에 제출됐다. 이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입지 규제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 가이드라인 원문에는 입지를 회피해야 할 지역으로 산사태 및 토사 유출 방지를 위해 평균 경사도 10도 이상이며 최고 경사가 15도인 지역을 선정할 것을 제시했다. 토양 전문가들이 앞선 사고 사례들을 분석해 내린 결론이었다. 하지만 실제 시행령에는 전문가들이 제시한 평균 경사보다 5도 높은 평균 경사도 15도로 수정됐다. 환경 전문가들 우려보다 태양광 도입을 서두르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축소된 가이드라인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산줄기 주변 입지 규제 지역도 최초 가이드라인에서는 기맥은 좌우 각각 200m 이내, 지맥은 좌우 각각 100m 이내 지역을 제시했는데 정부가 실제로 시행한 규제에서는 기맥은 좌우 각각 100m 이내, 지맥은 좌우 각각 50m 이내 지역으로 절반만 적용했다.

정부의 무리한 태양광 집착은 이번 장마로 태양광 시설이 설치된 12곳에서 큰 산사태가 일어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난 9일 오후 기준 강원 철원, 충북 제천, 충남 금산(2개)·천안, 전북 남원, 전남 함평, 경북 성주·고령·봉화(2개) 등지다.

산림청은 지난 5월부터 6월 말까지 산지 태양광발전 시설을 전수 점검하고 보완이 필요한 602곳에 대해 사전 조치를 내렸지만, 해당 지역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이 같은 태양광 산사태는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2018년 7월에도 경북 청도에서 태양광발전 시설 일부가 무너지고 나무와 토사가 도로를 덮쳤다. 당시 가이드라인도 산사태 직후 사후약방문으로 만들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그마저도 결국 전문가 의견을 따르지 않으면서 태양광 산사태 사고가 되풀이됐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지 태양광발전 시설에 따른 산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산지특별점검단'을 구성하고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민가와 300m 이내 인접한 2차 피해 우려 지역 2180곳에 대한 점검을 마쳤다"고 말했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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