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동훈과 공모 강조하려 녹취록에 없는 말 공소장 넣었다

정유진 2020. 8. 1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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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재, 유시민 신라젠 캔다 하자
한동훈 "그건 나 같아도 그렇게 해"
공소장 적시했지만 녹취록엔 없어
한씨 "유시민 관심없다" 발언은 빼
한동훈

채널A 기자의 강요 미수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기소하면서 작성한 공소장엔 지난 2월 13일 이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부산고검에서 나눈 대화 녹취록을 요약한 부분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앞서 이 전 기자 측이 지난달 배포한 부산고검 대화 녹취록·녹취파일과 10일 공개된 공소장의 요약 내용을 비교했더니 한 검사장 발언이 원래와 다르게 기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두 사람 간 공모 입증에 불리한 대화는 빼고 대화 순서를 섞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공소장에서 “피고인 이동재는 ‘그때 말씀하시는 것도 있고, 수사는 수사대로 하되 백○○를 시켜 유시민을 찾고 있다. 이철의 와이프를 찾아다니고 있다’는 취지로 말하고, 피고인 백○○도 ‘시민 수사를 위해서 취재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하자 한동훈은 ‘그거는 나 같아도 그렇게 해, 그거는 해볼 만하지’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그거는 나 같아도 그렇게 해”라는 부분은 녹취록에 없는 내용이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 취재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처럼 표현하기 위해 없는 말을 만들어 집어넣은 것이라면 허위 공소장”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또 공소장에서 “이동재는 ‘요즘에 신라젠 이런 거 알아보고 있다. 취재 목표는 유시민이다. 유시민도 강연 같은 것 한 번 할 때 3000만원씩 받지 않았겠냐’라는 취지로 말하자 한동훈은 ‘주가 조작의 차원이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적었다. 신라젠 사건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공모한 주가 조작 사건인 것처럼 한 검사장이 말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대목이다.

이동재·한동훈 공모 부각 위해 녹취록 편집 의혹

하지만 녹취파일에는 이 전 기자가 유 이사장 의혹에 대해 한 검사장의 관심을 끌려는 듯 “신라젠도, 서민 다중 피해도 중요하지만 결국 유시민 꼴 보기 싫으니까…”라고 하자 한 검사장은 “유시민씨가 어디에서 뭘 했는지 나는 전혀 모른다. 그 사람 (이제) 정치인도 아니지 않으냐, 정치적 수사도 아니고”라고 말한 것으로 나온다. 이 전 기자가 “강연 같은 거 한 번 할 때 한 3000만원씩 주고 했을 거 아니에요”라고 말하자 한 검사장은 “진짜 그렇게 많이 하면 그게(축사) 주가조작 차원이잖아”라고 언급한 뒤 곧바로 “하여튼 금융 범죄를 정확하게 규명하는 게 중요해”라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한 검사장이 유 이사장에 대해 관심없다고 한 부분은 다 빼고 공모 주장에 유리한 문장만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편집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표현과 맥락이 정확하게 녹취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이 전 기자 공소장에 한 검사장이 하지 않은 발언은 포함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소지도 지적한다. 검찰이 공소장에 “피고인 이동재는 지난 1월 26일경부터 3월 22일경까지 한동훈과 통화 15회, 보이스톡 3회,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등 327회에 걸쳐 계속 연락을 취했다”고 적은 것을 두고서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공소장에 판사의 예단이 생기게 할 수 있는 서류, 기타 물건을 첨부하거나 그 내용을 인용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현직 부장판사는 “327회의 통화가 전부 신라젠 또는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 코리아(VIK) 대표 관련 통화인지를 입증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 같은 기재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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