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세의 요미우리 주필, "일본 군국주의 책임 물었어야"

도쿄/이하원 특파원 2020. 8. 1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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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일제 패망 75주년 앞두고
'NHK 스페셜'에서 전쟁 반대 메시지
NHK는 이틀만에 11일 재방송
이례적 편성 배경에 다양한 관측

94세의 나이에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와타나베 쓰네오(渡邊恒雄) 요미우리 신문 대표 겸 주필이 일본 군국주의를 강하게 비판, 일본 사회에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3월에 이어 5개월만에 후편격으로 방송된 NHK의 와타나베 요미우리 신문 주필 인터뷰 모습/NHK방송

◇1시간 넘게 反戰 메시지

NHK 방송은 일본의 태평양 전쟁 패전(敗戰) 75주년을 앞두고 ‘NHK 스페셜-와타나베 쓰네오의 전쟁과 정치’ 를 9일 방송했다. 지난 3월 방송된 NHK 다큐멘터리 ‘독점 고백, 와타나베 쓰네오. 전후 정치는 이렇게 만들어졌다-쇼와(昭和)편’의 후편 격이었다.

와타나베 주필은 1시간 15분짜리 인터뷰에서 태평양 전쟁에서 300만명 이상의 일본인이 사망한 것과 관련,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책임을 묻지 않았기에 좋은 정치가 될 리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1945년 패전 이후에 군국주의자들에 대해 엄격한 처벌이 있어야 함을 주장한 것이다.

그는 요미우리신문이 2005년부터 1년간 ‘검증 전쟁 책임’이라는 기획물을 연재한 것에 대해 “수백만 명을 죽여 일본을 폐허로 만들었다. 젊은이들에게 전쟁 책임을 알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당시의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친한 관계를 맺었던 요시다 시게루, 하토야마 이치로, 이케다 하야토 전 총리는 모두 전쟁에 반대했었다고도 했다.

◇NHK 이틀 만에 재방송하며 ‘평화’ 메시지

NHK는 원래 일본 언론계는 물론 정계의 막후 거물인 와타나베 주필의 일대기를 쇼와(昭和), 헤이세이(平成) 나눠 방송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3월 쇼와 편이 방송된 후, 코로나 사태 때문에 제작 및 방송이 중단됐었다. 이후 헤이세이 편은 방송되지 않고 전적으로 전쟁 반대 메시지를 강조한 것으로 꾸며져 이색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NHK는 이번 프로그램에서 1982년 다나카 가쿠에이와 나카소네 야스히로가 연합해 나카소네가 총리가 된 배경에도 전쟁에 대한 혐오감이 있었다고 전했다. 둘 다 젊은 시절 군국주의가 일으킨 전쟁을 겪으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데 공감했기에 나카소네가 지원을 요청하고 100여 명의 의원을 거느리고 있던 다나카가 그를 지원했다는 것이다.

일본 사회는 오는 15일 일본의 패전 75주년을 앞두고 NHK가 9일 본 방송에 이어서 11일 다시 재방송을 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의 한 언론인은 “아베 내각을 비롯한 (우편향) 정치 지도자들에게 모종의 메시지를 주려고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와타나베의 한일 수교 과정 역할 재강조

이번 방송에서는 와타나베가 한일 수교 과정에서도 한 역할도 이번에 다시 강조됐다. 그는 당시 박정희 정권의 2인자였던 김종필과 한일 수교에 부정적이었던 오노 반보쿠 자민당 부총재를 만나게 했다. 그와 함께 활동했던 니시야마 타키치 전 마이니치 신문 기자는 “와타나베가 오노 부총재의 방한을 기획하고 동행자의 명단까지 만든 것은 물론 섭외도 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자민당 부총재를 한국에 가게 하여 1면 톱 특종기사를 쓴 데 이어 ‘김종필-오히라’ 메모를 다시 단독 보도해 한일 양국을 모두 흔들어놓았다. 그는 자신의 이런 역할에 대해 “전례가 없었지만 양국간 국교가 없으니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정당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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