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함'으로 결론 난 숙명여고 쌍둥이의 "정당한 노력" 주장

CBS노컷뉴스 김재완 기자 2020. 8. 1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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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유출' 父 형 확정에도 무죄 주장한 자매, 1심 '집행유예'
성적 급상승, 깨알정답, 수정 전 정답기재 모두 유죄 증거로 인정
혐의 줄곧 부인한 자매에게 재판장 "잘못 뉘우치지 않아" 지적
재판 내내 덤덤한 태도 보인 자매..변호인 "대법 판결에 숨으려는 의도"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숙명여고 교사였던 아버지가 유출한 정기고사 답안으로 시험을 치른 혐의를 받는 쌍둥이 자매에게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아버지의 형 확정에도 끝까지 노력에 의한 성적 향상이라던 입장을 고수했던 자매의 반성 없는 재판 태도는 결과적으로 악수(惡手)가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12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자매 언니와 동생에게 나란히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한, 240시간의 사회봉사도 함께 명령했다.

자매는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2018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5차례의 정기고사에서 아버지이자 당시 숙명여고 교무부장이었던 현모씨와 공모해 시험문제와 답안을 유출해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2017년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때까지 자매의 성적은 전교생 451명 중 언니는 121등, 동생은 59등으로 중상위권에 위치했지만 이후 성적이 급상승해 1년 뒤 언니는 문과 1등, 동생은 이과 1등을 각각 차지했다.

이같은 이례적인 성적 급상승에 비해 같은 기간 모의고사나 학원 성적은 정기고사 성적에 크게 못 미치면서 교내에서 부정행위 의혹이 제기됐고 이어 진행된 경찰수사에서 '정답 깨알 메모', '풀이과정 없이 답만 적힌 시험지' 등 의혹을 뒷받침할 간접증거들이 다수 발견됐다.

당초 미성년자라는 이유 등으로 가정법원에 송치돼 형사처분을 피할 수 있던 자매도 아버지의 2심 재판이 진행되던 중 정식 재판의 필요성에 따라 정식 기소됐다.

이후 아버지에게 징역 3년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됐지만 자매는 노력에 의한 성적 향상이라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숙명여고나 인근 다른 학교에서도 성적이 급상승하거나 정기고사와 모의고사 간 성적 차가 컸던 학생들의 사례를 증거로 제출하기도 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하지만 재판부는 아버지의 재판에서 인정된 간접증거들을 재차 언급하며 자매의 주장을 하나하나 기각했다.

재판부는 성적 급상승이 자매 만의 경우는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더라도 자매처럼 정기고사 성적이 동시에 중상위권에서 문‧이과 1등으로 올라서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봤다. 정기고사에 비해 저조한 모의고사 및 학원 성적에 대해서도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교사들의 증언을 토대로 범행이 의심되는 정황으로 받아들였다.

이 밖에 자매가 시험지 한쪽에 객관식 정답을 작고 희미한 글씨로 적어놓거나 메모장에 정답을 적어둔 것도 아버지 재판과 마찬가지로 유출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자매는 시험이 끝난 뒤 반장이 불러 준 모범답안을 까먹을까 봐 적어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답안은 교실에 곧바로 게재됐고 반의 단체대화방에도 공유됐다"며 "사전 유출로 보이는 행동을 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풀이과정이 없는 정답기재, 수정 전 정답기재 등도 모두 고스란히 유죄의 증거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같이 판결하며 이 사건은 "공정하게 응시해야 할 내부 정기고사 성적 처리와 관련해 일련의 기간 동안 업무를 방해했고 다른 학생의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박탈한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 내내 혐의를 부인한 자매에게 "죄질이 나쁘지만 이 법정에 와서도 (자매는)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꾸짖었다.

다만 △자매가 범행 당시 미성년자였으며 현재도 소년법상 소년에 해당하는 점 △범행전과가 없는 점 △아버지가 같은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점 △이 사건으로 숙명여고에서 퇴학처리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집행유예가 선고되며 실형을 면한 자매는 선고 내내 크게 동요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판결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나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법정을 나섰다.

변호인은 "이 사건은 이 사건대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의 증명이 있는지 판단해야 하는데 (아버지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에 숨으려는 의도인 것 같아서 실망했다"며 선고결과에 불복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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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재완 기자] canbestar30@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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