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매'도 해외선 징역.. '체벌=훈육'이라는 인식 바꿔야 [아동학대 더이상은 안된다]

홍예지 2020. 8. 1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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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뻥 뚫린 제도 인프라
4. 해외보다 뒤처진 학대 처벌
60개국서 부모의 체벌 금지
英, 폭력·방임 등 최대 10년형
美, 학대로 사망땐 살인죄 적용
日도 4월부터 체벌금지법 시행
"훈육 빙자한 학대 막아야"
스웨덴, 아동학대법 강화 후
부모 90% "체벌 필요 없다"
국내, 친권자 징계권 삭제추진

'달라도 너무 다른' 두 나라의 처벌은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한국 사회에 시사점을 던졌다. 그러나 5년이 지난 현재 국내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마다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여지없이 뒤따른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국가들이 아동학대 유형을 나누는 방법은 비슷하다.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성적 학대와 방임(고의적 방치)으로 나뉜다. 하지만 아동학대를 보는 시각에선 그 무게감이 다르다. 해외 선진국들은 아동학대를 매우 중대한 범죄로 인식, 징역 30년 이상의 강력한 처벌을 하거나 심지어는 '무관심'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아동의 상처에도 처벌한다.

선진국들 "내 자식도 체벌 금지"

영국 BBC에 따르면 스웨덴, 독일 등 전 세계 60개국에서 부모의 자녀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일명 '사랑의 매'가 처벌 대상이다.

훈육 명목으로 자녀를 체벌하는 게 당연시돼온 우리나라와 가장 차이가 두드러지는 지점이다. 아이가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가부장적 인식이 여전히 존재하고, 자녀 양육에 있어 엄격한 훈육이 강조돼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아동학대 가해 부모들은 종종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에 과도하게 훈육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스웨덴은 1979년 세계 최초로 아동체벌 금지를 명문화한 '어린이와 부모법'을 만들었다. 가정은 물론 학교, 공공장소에서도 아동을 때리거나 벌주는 등의 체벌이 금지됐다. 위협, 폭언 등도 금지 대상이다. 부모를 포함, 가해자는 최대 징역 10년 등 무거운 처벌이 따른다. 아동을 독립된 인격체로 보고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겠단 취지다.

영국에서는 1970년대 중반부터 '부모의 권리'에서 '부모의 책임'으로 용어 변경이 이루어졌다. 부모가 자녀에게 힘을 행사하는 게 아니라 자녀를 위해 양육, 보호, 안전 등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은 아동보호 책임자가 폭력, 학대, 방임, 유기 및 정신적 학대를 한 경우 최대 10년형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영국은 2014년 자녀에게 애정을 주지 않는 감정적 학대를 가하는 부모에 대해 최고 10년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는 '신데렐라법'을 만들었다. 눈에 보이는 폭력과 고통, 상처뿐만 아니라 아동의 육체, 지능, 감정 발달에 피해를 주는 모든 행위를 처벌한다.

미국도 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멍이나 흔적이 남을 정도로 부모가 자녀를 때리는 행위는 부모를 기소할 수 있는 사안이다. 특히 미 뉴멕시코주에선 아동학대가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 1급 살인으로 간주, 3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끔 했다.

프랑스도 부모 등 친권자가 폭력을 이용해 아동을 의도와 상관없이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30년 이상의 징역(의도적 살인의 경우 무기징역), 장애를 야기했다면 20년의 징역에 처한다. 미국과 프랑스 모두 법원 판단에 따라 부모의 친권 일부 또는 전체를 박탈할 수 있다.

독일은 2000년 민법전 개정을 통해 자녀 체벌 금지 조항을 신설했다. 뉴질랜드도 '교정을 목적으로 행해지는 유형력의 행사는 그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되지 못한다'고 규정해 가정 내 체벌을 불법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선 부모의 체벌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아 아동학대방지법을 개정, 올해 4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의외의 닮은꼴…늦었지만 이제라도

우리나라에서도 충격적인 아동학대 및 방임 사례들이 알려지면서 아동학대를 중대범죄로 인식,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국내 아동복지법에서는 이미 '보호자는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 정신적 고통을 가해서는 안된다'는 '체벌 금지 조항'이 있지만 민법에서는 체벌을 사실상 허용했다.

민법 915조는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이 부모에게 체벌 권한을 주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9일 훈육을 빙자해 자녀를 체벌하고 학대로 이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친권자의 징계권 조항의 삭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여러모로 자녀에게 체벌을 가할 수 있다는 부모의 인식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체벌이 훈육이 아니라는 인식이 심어져야 아동학대도 근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아동보호의 역사가 길지 않다. 국내에서는 법률·사회적 보호 차원의 '아동학대'라는 용어는 2000년에서야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처음 정의됐다. 2014년이 되어서야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신고의무자 제도를 확대했다. 전 세계 아동인권 보호의 선두주자 스웨덴과는 35년 가까이 차이가 난다.

하지만 스웨덴 역시 1960년대까지만 해도 아동체벌은 부모들이 손쉽게 선택하는 훈육방법이었다고 한다. 부정적 인식도 드물었다. 우리나라 비슷한 분위기였던 셈이다. 그러던 것이 법률적 규제와 정부의 대대적 홍보 등으로 스웨덴 부모들의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스웨덴 정부에 의해 시행된 여론조사에서 체벌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부모는 1965년 35%에서 1971년에는 60%로, 2000년대에는 90%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의 성공 사례가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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