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과한 샘 오취리..인종차별 문제 무딘 사회

한승곤 2020. 8. 13.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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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오취리에 대한 비난은 인종차별에 대한 감수성이 결여된 모습을 보여준 것이며, 특정 문화적 코드가 인종차별로 인식되는 행위라면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이번 논란에 대해 "블랙 페이스, 인종차별에 대한 감수성이 결여된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며 "단지 흑인을 묘사하기 위해 얼굴을 검게 칠했다고 하더라도 흑인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는 요소이며, 비하적인 코드를 담고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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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고 '흑인분장' 졸업사진 논란
샘 오취리 '인종차별' 지적하자 비난 여론 확산..결국 사과
"인종차별 문제 감수성 결여된 모습"
"특정 인종 비하하는 문화적 코드 지양해야"
의정부고 학생들이 가나에서 장례를 치를 때 밝은 음악을 틀고 춤을 추는 장례 문화를 패러디한 모습./사진=의정부고등학교 학생자치회 페이스북 게시물 캡쳐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강주희 인턴기자] 방송인 샘 오취리가 의정부고 학생들의 흑인 분장' 졸업사진에 불쾌감을 드러냈다가 비난 여론이 일자 사과했다. 학생들이 흑인을 비하할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이를 비판하는 것은 과민한 반응이라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의도가 없었을지라도 인종차별로 인식되는 행위를 한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전문가는 오취리에 대한 비난은 인종차별에 대한 감수성이 결여된 모습을 보여준 것이며, 특정 문화적 코드가 인종차별로 인식되는 행위라면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3일 의정부고 학생들이 가나에서 장례를 치를 때 밝은 음악을 틀고 춤을 추는 장례 문화를 패러디한 이른바 '관짝소년단' 졸업 사진이 공개되며 논란이 불거졌다. 학생들은 이를 재현하는 과정에서 흑인의 피부색처럼 얼굴을 검게 칠하는 분장을 했는데, 이를 두고 인종차별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나 출신 방송인인 샘 오취리도 지난 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이런 것을 보면 안타깝고 슬프다. 웃기지 않다"며 흑인들 입장에선 매우 불쾌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후 오취리의 인스타그램에는 그를 비난하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누리꾼들 "학생들은 비하할 의도가 없었다", "장난으로 한건데 과민반응을 한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그의 지적이 경솔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일부 누리꾼들은 과거 오취리가 방송에 출연해 '눈을 찢는 행동을 하며 동양인을 비하했다', '오취리가 학생들의 사진을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올려 초상권을 침해했다'는 등 이번 사건과 다른 이유 거론하며 비난을 이어갔다.

비난이 거세지자 오취리는 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내 의견을 표현하려고 했는데 선을 넘었다"며 사과했다.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가 흑인분장을 한 의정부 고등학교 졸업사진에 대해 "흑인들 입장에서 매우 불쾌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사진=샘 오취리 인스타그램 캡쳐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는 '블랙페이스'를 인종차별 행위로 인식한다. 블랙페이스는 과거 미국 코미디, 연극 등에서 백인 배우가 흑인 흉내를 내며 희화화할 때 사용 하던 분장으로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흑인이 아닌 다른 인종이 얼굴을 검게 칠하는 행위는 금기시되었다.

랠프 노덤 미국 버지니아 주지사는 과거 흑인 분장을 하고 찍은 졸업 사진이 알려지면서 사퇴 압박을 받기도 했으며,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구찌는 흑인의 검은 피부와 입술을 묘사한 스웨터 신제품을 내놨다가 '흑인을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자 사과문을 발표하고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코미디언들이 얼굴을 검게 칠하고 흑인 분장을 해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논란이 확산하자, 의정부고 측은 지난 7일 한 매체를 통해 "관짝소년단을 패러디한 학생들은 흑인을 비하하거나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샘 오취리의 행동에 학생들도 크게 상처를 받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의도가 없었을지라도 결과적으로 인종차별로 인식되는 행위를 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전문가는 특정 문화적 코드가 특정 인종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면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이번 논란에 대해 "블랙 페이스, 인종차별에 대한 감수성이 결여된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며 "단지 흑인을 묘사하기 위해 얼굴을 검게 칠했다고 하더라도 흑인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는 요소이며, 비하적인 코드를 담고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에서는 오취리의 과거 인종차별 발언이나 행동을 문제 삼으며 거론하는데, 그것과 이 문제는 별개로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흑인을 비하할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느끼는 사람이 불편하게 받아들였다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라며 "이런 문화적 코드가 있음을 인지하고 그것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할 수 있다면 지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 문화평론가는 또 칼럼을 통해 "'블랙페이스'는 뒤집어 보면 동양인들을 '옐로우'라고 표현하거나 '눈 찢기'로 표현할 때 우리가 느끼는 불쾌감을 통해서도 그 코드가 흑인들에게 줄 불쾌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며 "최근 대중문화에 있어서 한국의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는 게 사실이지만, 진정으로 우리의 위상이 높아지려면 성숙한 다문화에 대한 자세를 갖는 게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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