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안 다녀갔으면 실직도 없었다"..인국공 비정규직 삭발식

이밝음 기자 2020. 8. 13.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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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는 죽었습니다. 비정규직인 저는 죽었습니다."

2001년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했을 때부터 20년 가까이 보안검색 업무를 맡아온 박미영씨(38)는 발언 중간중간 울음이 터져 나와 말을 잇지 못했다.

박씨는 "대통령님, 비정규직은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권리도 없습니까. 대통령님에게 감사하며 흘렸던 눈물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며 "정부와 대통령은 처음 말한 고용안정을 책임져 주십시오. 비정규직 죽이기를 그만 멈춰주십시오"라고 흐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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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비정규직 노조, 청계천서 집회 열고 삭발식
"자회사 정규직 됐는데 직고용 추진으로 실직 위기"
인천공항보안검색서비스노동조합 조합원 박미영씨(38)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졸속 정규직화 규탄 및 해결책 마련 촉구 집회'에서 삭발식을 마치고 발언을 하고 있다. 2020.8.1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오늘 저는 죽었습니다. 비정규직인 저는 죽었습니다."

2001년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했을 때부터 20년 가까이 보안검색 업무를 맡아온 박미영씨(38)는 발언 중간중간 울음이 터져 나와 말을 잇지 못했다. 몇분 전까지도 길었던 머리카락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님이 정규직을 시켜준다고 했을 때 저는 믿었습니다…그러나 지금 인천공항은 우리에게 정규직 전환에서 탈락하면 실직자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흘린 땀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박씨를 비롯해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의 비정규직 노동자 30명은 13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졸속 정규직화 규탄 및 해결책 마련 촉구 집회'에서 머리를 밀었다. 머리를 모두 밀어버린 사람의 눈에도, 머리를 밀어준 사람의 눈에도 서러움이 흘러나왔다.

박씨는 "대통령님, 비정규직은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권리도 없습니까. 대통령님에게 감사하며 흘렸던 눈물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며 "정부와 대통령은 처음 말한 고용안정을 책임져 주십시오. 비정규직 죽이기를 그만 멈춰주십시오"라고 흐느꼈다.

이날 집회는 한국노총 인천지역본부 산하 조직에 소속된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인국공의 정규직 전환 재논의를 요구하기 위해 열렸다.

이들은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추진은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전환"이라며 "기존 근로자를 해고하는 졸속 정규직화를 중단하고 고용안정을 보장해달라"고 호소했다.

2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해 고용안정을 약속한 뒤 자회사의 정규직이 됐는데도 공사 측이 직고용 인원 30%를 맞추기 위해 직고용 채용절차 응시를 강요하고 있고 탈락 시 해고될 위기에 처했다는 주장이다.

이날 사회를 맡은 홍정영 인천공항 보안검색서비스노조 사무처장도 "멀쩡히 근무하던 우리의 미래를 해고자로 만드는 게 대통령이 말한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냐"며 "차라리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다녀가지 않았다면 가족 먹여 살릴 걱정은 안 했을 것"이라고 외쳤다.

삭발식에 참가한 이종혁 인천공항 야생동물통제근무팀장도 "인천공항에서 19년을 근무했는데,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된 나를 공항공사가 시험을 보라고 하더니 이젠 비정규직도 아니고 실직자가 되었다"며 "이제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키워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인국공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삭발식을 진행한 뒤 직고용 중단과 노사정 협의 재개를 요구하며 청계천 일대를 행진했다.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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