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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승객 돈 천만원 일주일간 트렁크에 넣고 다닌 택시기사..죄 될까?

윤기은·이보라 기자 입력 2020.08.13. 14:39 수정 2020.08.1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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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해 11월4일 오후 서울역 앞에 택시가 정차해있는 가운데 타다 택시가 지나가고 있다. 권도현 기자


승객이 두고 내린 1000만원 상당 돈이 든 가방을 1주일간 차 트렁크에 보관하다가 경찰이 연락하자 뒤늦게 돌려준 택시기사에게 죄가 성립할까.

13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4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28일 1000만원 상당의 현금과 수표가 든 가방을 들고 서울 영등포역 앞에서 택시를 탔다. 돈은 입원한 아내의 병원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도착지에 내리고 난 뒤 택시에 가방을 두고 내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A씨는 영등포경찰서 관할 지구대를 찾아가 경찰에게 돈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A씨가 탔던 택시를 곧바로 찾을 수 없었다. A씨가 택시비를 현금으로 계산했고 차량 번호도 몰랐기 때문이다. 경찰은 약 1주일간 폐쇄회로(CC)TV 분석 등으로 해당 택시를 찾았다.

경찰의 연락을 받은 택시기사는 지난 5일 가방을 지구대에 돌려줬다. 택시기사는 “돌려주려고 했는데 깜빡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택시기사가 가방 속에 돈이 들었는지를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A씨는 돌려받은 가방 속의 돈이 줄어들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6일 택시기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 혐의가 있는지 여부는 수사를 해봐야 안다”며 “추가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기사에겐 점유이탈물횡령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점유이탈물횡령은 유실물·표류물·매장물 또는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하는 범죄를 말한다. 택시기사가 가방을 돌려주려 했다는 점이 입증되면 해당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다.

김범한 법무법인YK 변호사는 “해당 범죄성립 여부는 물건을 불법으로 취득할 의사가 있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며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적용되지 않으려면 택시기사가 가방을 경찰이나 회사에 반납하려는 등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절도 혐의는 성립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김 변호사는 “타인의 행위로 점유가 배제될 경우는 절도죄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애초에 점유에서 배제된 물건을 취득하는 건 점유이탈물횡령죄가 될 수 있다”며 “다른 승객이 가방을 가져갔다면 절도죄가 될 수 있지만 택시기사가 갖고 있었다면 절도죄가 별도로 성립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윤기은·이보라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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