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새 정강정책 뜯어보니..'재창당' 수준의 파격 변신

박준호 2020. 8. 1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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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 변신 명문화..중도층, 與 이탈층까지 공략
2012년 새누리당 시절 명시한 경제민주화 재등장
양성평등사회 구현, 노동시장의 양극화 해소 등
민주화 운동 정신 계승..민주당보다 더 많이 나열
국회의원 4선 연임 제한, 피선거권 만 18세 하향 등
파격적 정강정책에 당 내 실현 가능성 회의론도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탄핵 국면 이후 처음으로 여당보다 앞선 당 지지율의 역전 현상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현명하기 때문에 무엇이 잘 되고 잘못하는지 스스로가 평가하기 때문에 지지율로 나타나지 않나"라고 말했다. 2020.08.13.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미래통합당이 새 정강정책을 통해 보수와 진보, 중도를 망라한 다양한 이념을 아우르면서 당의 적극적 변신을 명문화하고 외연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 '완전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는 정강정책은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시절 급속도로 우경화의 길을 걷던 당의 노선을 왼쪽으로 옮겨 '태극기 부대'를 넘어 중도층은 물론 여권 지지에서 이탈한 부동층까지 공략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

다만 일각에선 여타 정당 정강정책의 '축소판', '복사판'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념과 진영에 얽매이지 않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정당의 핵심 정강정책과 내용이 상당부분 겹친다는 것이다.

13일 발표된 통합당 정강정책은 '모두의 내일을 위한 약속'이라는 주제로 ▲모두에게 열린 기회의 나라 ▲미래변화를 선도하는 경제혁신 ▲약자와의 동행, 경제민주화 구현 ▲일하는 모두가 존중 받는 사회 ▲국민과 함께 하는 정치 개혁 ▲모두를 위한 사법 개혁 ▲깨끗한 지구,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내 삶이 자유로운 나라 ▲남녀 모두가 행복한 남녀 평등 사회 ▲우리의 내일을 열어가는 외교안보로 구성된다.

2012년 새누리당 정강정책은 ▲모든 국민이 더불어 행복한 복지국가 ▲일자리 걱정 없는 나라 ▲공정한 시장경제 ▲기회균등의 창조형 미래교육 ▲다양함을 존중하는 소통과 배려의 사회문화 ▲지속가능한 친환경성장 ▲한반도 평화와 국익중심의 북방외교 ▲통일한반도시대의 주도 ▲국민과 소통하는 신뢰의 정치 구현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신뢰정부 등으로 짜여졌다.

새누리당과 통합당 정강정책은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색채가 짙은 공통점이 있다. 김 위원장이 경제적으로는 좌클릭을 통한 외연 확장으로 산토끼를 공략하면서도 안보적으로는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해 집토끼를 잡아두는 전략을 썼다는 평이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김병민 미래통합당 정강정책개정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정강정책개정특위 10대 정책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08.13. photothink@newsis.com

대표적으로 새누리당 시절 명기했다가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을 거치면서 삭제됐던 '경제민주화'가 되살아났다. 진보진영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경제민주화를 다시 새겨넣은 건 '재벌 개혁론자' 김 위원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측면이 있다. 정강정책개정특위 자체가 비대위 산하 조직인 만큼 김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경제민주화는 2012년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얻게 한 원동력으로 지금도 통합당 정강정책의 핵심 사항으로 유효하다. 당 정강정책의 '보수' 표현 삭제를 지시할 만큼 중도층으로의 지지기반 확장력을 가진 김 위원장의 '좌향좌' 전략과 맞닿아 있다.

공정한 시장경제질서 수립을 통한 경제 민주화 구현이나 양성평등사회 구현, 한미동맹 중시 기조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 등 북핵 문제에 대한 단호한 입장은 새누리당 정강정책과도 상통한다.

통합당 정강정책의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 '노동자의 고용 안전망 강화'는 김 위원장이 새누리당 정강정책에 명시했던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 해소'와 맥을 같이 한다.

새누리당의 '교육기회균등의 실현과 공교육 강화' 역시 '다양한 교육의 기회가 보장', '경제적 능력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맞춤형 교육의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를 추구하는 통합당의 정강정책과 일치한다.

기본소득은 김 위원장이 새누리당 정강정책 제1조에 넣었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존중'의 완성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회적 약자가 물질적 자유를 누릴 때 비로소 실질적 자유가 구현된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신념인 만큼 기본소득은 사회적 약자의 권리 증진과 맞닿아 있다. 통합당은 정강정책에 "국가는 국민 개인이 기본소득을 통해 안정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다"고 명기했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김병민 미래통합당 정강정책개정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정강정책개정특위 10대 정책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08.13. photothink@newsis.com

더불어민주당에 명시된 민주화운동도 통합당은 상당부분 '차용'하고 나아가 '확장'시켰다.

통합당은 정강정책에 산업화 정신 뿐만 아니라 '민주화 정신'을 병기했다. 2·28 대구 민주운동, 3·8 대전 민주의거, 3·15 의거, 4·19 혁명, 부마항쟁, 5·18 민주화 운동, 6·10 항쟁 등 자유민주주의를 공고히 한 현대사의 민주화 운동 정신을 이어간다는 내용이 정강정책에 담겨 있다.

이는 민주당의 정강정책보다 오히려 더 많은 민주화운동 사례을 열거한 것이다. 민주당은 '4월혁명, 부마민주항쟁, 광주민주화운동, 6월항쟁, 촛불시민혁명의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옛 바른정당이 민주화운동을 이끈 호남정신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5·18민주화운동을 정강정책에 명시한 적은 있지만,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새누리당·신한국당 당시에도 '민주화' 정도의 표현만 썼을 뿐 구체적으로 민주화 운동을 나열한 적은 없었다.

김종인 비대위가 이처럼 기본소득을 비롯해 국회의원 4선 연임 제한, 피선거권 연령 만 18세 하향, 광역·기초 의회 통폐합 등 파격적인 정강정책을 내놨지만 당 내에서 실현 가능성을 두고 반론과 회의적인 시선이 없지 않아 이를 극복하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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