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수사의 저주"..추미애·조국·손혜원 건드리면 다 좌천됐다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진행하던 검사들이 승진에서 배제되거나 지방으로 내쫓기는 인사가 반복되고 있다. 좌천된 검사 중 일부는 이미 사표를 제출했다. 이르면 내주 단행될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보복 인사가 되풀이되면 줄사표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선 검사들은 '권력 수사의 저주'라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고 한다.
14일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김남우(51·사법연수원 28기)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가 사표를 제출했다. 김 차장검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을 수사 중이었다. 김 차장검사는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을 지낸 기수 '에이스'다. 하지만 지난 7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하지 못했다. 한 검찰 간부는 "추 장관 아들 수사는 물론 문무일 검찰총장 휘하에서 대검 정책기획과장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했기 때문에 인사 불이익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인사에서 28기 중 처음으로 3명의 검사장이 나왔다. 통상 기수당 8~10명이 검사장에 오르는 것을 고려하면 김 차장검사도 다음 인사에서 승진될 수 있지만 사표를 제출했다. 김 차장검사는 "인사에 구걸하지 않겠다"는 뜻을 동료 검사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선 검사들은 "권력 수사로 좌천된 검사 중 상당수가 김 차장검사와 같은 마음으로 사표를 품고 다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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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손혜원 수사 검사 줄줄이 '좌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단행한 3번의 검찰 인사로 정권 수사 검사들을 대거 좌천시켰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 중이었던 한동훈(47·27기)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은 지난 1월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자리를 옮겼다. 한 검사장은 5개월만인 6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다. 양석조(47·29기) 당시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은 1월 대전고검 검사로 자리를 옮겼다. 한 검사장과 양 차장검사 모두 일선 수사 업무에서 배제된 좌천성 인사였다.
조 전 장관 일가 수사를 맡았던 송경호(50·29기) 당시 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으로 발령 났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를 맡았던 신봉수(50·29기) 당시 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평택지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사건을 수사한 홍승욱(47·28기) 동부지검 차장검사는 1월 대전지검 천안지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7일 고위간부 인사에서 검사장 승진 명단에 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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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부장검사들 좌천될까
손혜원 전 의원을 수사했던 검사들도 줄줄이 인사에서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6월 손 당시 무소속 의원을 부동산 투기 혐의 기소했을 당시 지휘부였던 권익환(52·22기) 남부지검장은 사표를 냈다. 김범기(51·26기) 2차장검사도 검사장 인사에서 탈락하고 서울고검 형사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차장검사는 올 초 대전고검 검사로 발령 났다.
조만간 있을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보복 인사가 반복될 수 있다. 조 전 장관 일가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유재수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을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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