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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동의 강간죄' 둘러싼 설전.."당연한 얘기"vs"공증 받아오라고?"

홍연우 입력 2020.08.14. 16:06 수정 2020.08.2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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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비동의 강간죄' 법안(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형법 개정안)에 대한 논쟁이 격렬하다. 상대방이 동의 의사를 표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관계를 한 사람을 강간죄로 처벌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를 두고 "보다 폭넓게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게 됐다"는 안도와 "오히려 무고한 피해자들을 더 양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됐다.

류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범죄 근절과 피해자 보호를 염원하는 많은 시민의 기대 앞에 섰다"며 "성범죄 처벌을 통해 보호해야 하는 법익은 '자기결정권'으로,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과 '인격권'의 일부"라고 했다.

이어 그는 "단순히 몇 가지 구성요건과 형량을 고치는 안이 아니다. 성범죄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규율하는 형법 제32장을 시대의 변화, 국제적 흐름에 맞추어 전면 재정비하는 법률안"이라며 개정안을 소개했다.

류 의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개정안은 ▲'간음'이라는 법문을 '성교'로 고치는 내용 ▲강간죄를 행위 태양에 따라 '상대방의 동의 없이', '폭행, 협박 또는 위계, 위력',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 이용하여' 세 가지로 세분화 ▲형량 상향 조정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해당 법안의 내용이 알려지자 누리꾼은 온라인상에서 이에 대한 의견을 활발히 교환하며 찬반으로 나뉘어 팽팽히 맞섰다.

비동의 강간죄에 찬성하는 측은 '너무나 상식적인 법안'이라 지지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한 누리꾼(cmah****)은 "정상적으로 멀쩡히 사는 사람들은 이 법안에 반대할 이유 없다"며 "혹시라도 내 가족이 피해자가 될 때 가해자에게 더욱 엄한 처벌을 할 수 있어 환영이다. 꽃뱀이니 미투니 하면서 법안을 반대하는 자들의 속내야 뻔하다. 메신저를 공격하는 자태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다른 누리꾼(molc****) 역시 "왜 난린지. 동의 없으면 강간으로 하는 게 원칙이다. 개도 아니고 상대방이 유혹했다고 다 넘어간 게 죄"라는 댓글을 남겼다.

이 외에도 "고리짝 법은 부끄러운 한국의 성 의식으로 진즉 바뀌었어야 할 법인데. 늦게나마 다행"(seoh****), "동의 없는 성교는 강간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 사실을 잊지 말자"(mjs0****) 등의 의견을 낸 누리꾼들도 있었다.

반면 모호한 '동의' 기준이 무고한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며 비판을 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았다.

한 누리꾼(sun1****)은 "강간과 성폭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경계하는 것은 백번 천 번 찬성"이라면서도 "문제는 그것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강간과 성폭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동시에 관련 법규에 따라서 무고죄와 위증죄를 강화하는 법률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남초' 커뮤니티에선 법안에 대한 논리적 비판이 아닌 류 의원을 향한 원색적 비난을 가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뉴(류)호정이가 임신하면…' 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기자들이라면 꼭 (류 의원에게) 물어보라"며 "임신 전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셨습니까? 합의하셨다면 문서로 남기셨는지, 그리고 공증을 받았습니까?"라는 문장으로 글을 시작한 뒤 류 의원에게 성희롱적 발언을 쏟아냈다. 해당 게시글에는 "현답이로다. 남자가 있을까는 모르겠다", "임신은 남자랑 관계해야 하는데" 등 류 의원을 모욕하는 댓글도 여러 개 달렸고, 이들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베스트 댓글'로 선정됐다.

논란이 지속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비동의 강간죄의 핵심은 '입증책임의 전환'이라고 분석했다.

우혜정 변호사 (법무법인 법여울 소속)는 "기존 강간죄는 폭행, 협박이 범죄 구성요건이기에 이를 검사가 입증해야 한다. 반면 비동의 강간죄의 경우, 상대방 동의 여부가 범죄 구성요건이 된다. 이때 동의가 있었음을 입증하는 것은 가해자의 몫"이라며 "결국 기존 강간죄의 입증책임이 검사에게서 가해자로 전환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변호사는 이어 "다만 '동의'라는 것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의사영역이라 가해자가 입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동의 여부를 단순히 피해자 진술에만 의존하지 않고 사건 정황 등 여러 증거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번 개정안은 정의당이 선정한 '5대 우선 입법과제' 중 하나다. 지난 2018년 촉발된 '미투' 운동 이후 20대 국회에서 총 10개의 '비동의 간음죄' 법안이 발의됐으나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의당이 당 차원에서 입법을 위해 나서는 만큼 통과를 위한 후속 활동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홍연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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