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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에서 공생으로' 이스라엘·UAE, 수교 합의

김향미 기자 입력 2020. 08. 14.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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껄끄러웠던 양국 손잡은 이유

[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외교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고 발표하자 옆에 있던 참모진이 박수를 치고 있다. 워싱턴 | AP연합뉴스

‘이란 견제’ 공동 목표·미 지원
트럼프 “3주 내 서명” 성과 과시
요르단강 서안 합병 중단 합의
팔레스타인 ‘UAE 반역’ 규정
중동 정세 불안 심화 우려도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13일(현지시간) 수교를 포함한 외교관계 정상화에 전격 합의했다. 중동 정세에는 일대 변화를 예고하는 사건이다. 일단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 일대 긴장은 완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팔레스타인과 이란 등의 거센 반발로 정정불안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교차한다.

■중동 평화 진전되나

두 나라는 이날 성명을 통해 외교관계 정상화를 선언했다. 종교·역사·외교적으로 이스라엘과 대다수 아랍국들은 ‘적대적’ 관계인데, UAE는 걸프 지역 최초로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맺는 나라가 됐다. 아랍권을 통틀어 이스라엘 수교국은 이집트(1980년)와 요르단(1994년)뿐이다. 양국은 조만간 투자·관광·교통 협정 등을 맺고, 대사관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는 협상 중재국 미국을 포함해 3개국 모두 “실리에 바탕을 둔 최선의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1948년 건국 후 이집트·시리아 등과 큰 전쟁만 네 차례 치른 이스라엘은 중동의 ‘고립된 섬’ 신세였고, 2009년 집권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를 탈피하기 위해 주변국과 관계 정상화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적대국 이란이 핵·미사일 등 군사력을 키워나가면서, 이스라엘은 ‘시아파 맹주’ 이란과 껄끄러운 사우디아라비아·UAE 등 ‘수니파 벨트’와 접촉면을 늘렸다. ‘중동 평화’ 명분을 앞세운 미국의 물밑 지원도 뒤따랐다.

UAE는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 합병 중단’이 담긴 것을 높게 평가했다. UAE 걸프뉴스는 이날 “양국의 용기가 중동 평화를 증진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6일 전쟁)에서 승리한 뒤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을 불법으로 점령했다. 국제사회 반대를 무릅쓰고 최근까지도 이 지역에 정착촌을 건설해왔다. 이런 ‘분쟁의 불씨’를 제거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UAE로서는 토후국 연합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로 발돋움할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오히려 역내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찮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번 합의가 ‘반역’이라며 이날 UAE 주재 대사를 자국으로 철수시켰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도 “UAE의 배신”이라고 비난했다. 이스라엘의 불법행위 중단은 당연한 조치인데, 이를 대가로 우방국이 ‘적국’의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이란은 강력 반발했다. 이란 외무부는 14일 발표한 성명에서 “모든 무슬림의 등에 칼을 꽂는 짓”이라며 “지난 70년간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흘린 피는 머지않아 배신자의 목을 조르게 될 것”이라고 UAE를 비판했다. 터키 정부도 “위선적 행위”라며 양국을 싸잡아 비판했다.

■대선 D-83 트럼프 ‘깜짝 성과’

양국의 합의 사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를 통해 가장 먼저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우리 두 위대한 친구의 역사적 평화협정이며 엄청난 돌파구”라고 밝혔다. 이날 백악관에서는 “양국 지도자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할 것”이라며 “3주 안에 (백악관에서) 합의서 서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 후보감”이라고 했다.

앞선 이스라엘-이집트 평화협정을 이끈 캠프 데이비드 협정(1978년)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해방기구 공존 방안이 담긴 오슬로 협정(1993년)의 주인공들은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AP통신은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보기 드문 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대통령 사위이자 유대인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1년6개월가량 동분서주하며 양국 합의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레인·오만 등 또 다른 걸프국과 이스라엘의 수교가 잇따를 가능성도 있다. 이를 계기로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한 미국 내 유대인 표심이 공화당으로 대거 이동한다면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도 그만큼 올라간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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