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점령한 특수전 베테랑, 베일에 싸인 '무사트'를 만났다 [커버스토리]

전현진 기자 2020. 8.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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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무사트 이끄는 M국장 지난 10일 만난 민간 전술 컨설팅 기업 무사트의 M국장은 보안을 생명으로 하는 업무 특성상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얼굴을 가리고 카메라 앞에 섰다. M국장은 특수부대를 전역한 뒤 10년에 걸쳐 특수전 전술 체계화 작업을 진행했다. 이상훈 선임기자

■산전수전 ‘진짜 사나이’가 말하는 특수부대의 세계

M국장과의 만남은 비밀 작전처럼 이뤄졌다. 전화번호나 주소도 없는 무사트(MUSAT)의 홈페이지. 작게 쓰인 e메일 주소로 취재 요청을 한 뒤 며칠이 지나서야 짧은 답장이 왔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운영 담당 S이사와 먼저 만나 취재 목적과 취지를 설명했다. “베일에 감춰진 군사·보안 업체 무사트의 탄생과 현재를 소개하는 기획입니다.” S이사는 고개를 끄덕였고 무사트의 개발자, M국장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무사트는 특수부대 작전에 필요한 체계화된 전술이자 이를 개발한 민간업체 이름이다. 한국 최고의 특수부대인 해군 특수전 전단(UDT/SEAL)을 모델로 만들었다. 해적 소탕과 인질 구출 등 특수 임무를 담당하는 UDT가 각종 상황에서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술을 체계화한 게 무사트다.

무사트는 최근 인기를 끈 유튜브 콘텐츠 <가짜 사나이>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남성 유튜버 6명이 UDT 출신 교관들에게 기초적인 생존 훈련을 받는 모습을 현장감 있게 담아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강물에 ‘입수’하고 은신처인 ‘비트’를 파고 잠을 잔다. “너 인성 문제 있어?” “퇴교해!” 교관의 호통에 참가자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가짜 사나이>는 몇 해 전 방송된 MBC <진짜 사나이>를 비틀어 만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현실감 넘치는 진짜 훈련을 받는다는 강조의 의미를 담았다. 지난 10일 기준 누적 조회수 4300만회를 넘어섰다. 교관 및 참가자들의 후기 영상, 탈북자나 해외 군 출신 유튜버들의 리액션 영상(영상 등을 시청하는 반응을 보여주는 콘텐츠)이 잇달아 생겨났다. 유튜브에선 “이러다 전 국민이 ‘방구석 무사트’가 되겠다”는 말도 나온다.

장마가 이어지던 이달 초, 사전 미팅, 인터뷰, 사진 촬영 등을 위해 무사트 관계자들을 세 차례에 걸쳐 만났다. 외부에 공개할 수 없는 특수부대의 전술이 담긴 무사트는 어떻게 유튜브의 유행 키워드가 됐을까. 먼저 무사트의 탄생을 살펴봐야 한다.

■영화 ‘아저씨’ 속 원빈의 액션? ‘신세계’가 실전에 가깝다

해군 특수전 전단서 군생활하며 전술 체계화 필요 느껴…
“특수부대 필요한 제3세계에 훈련 시스템 수출해 한국 특수전 능력 우수성 알렸으면”

“직접 만나서 얼굴 보고 이야기한 사람이 몇 안 됩니다.” 모처에 있는 무사트(MUSAT) 사무실에서 만난 M국장은 이름도, 나이도, 출신도 비밀이다. 그를 만나려면 기밀을 유출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해야 한다. 해군 특수전 전단(UDT Underwater Demolition Team/SEAL SEa·Air·Land) 모 부대에서 5~6년 동안 부사관으로 군생활을 한 M국장. 그가 어떤 작전에 참여했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물론 비밀이다. 보안·전술 컨설팅업체인 무사트를 이끄는 그에게 보안 유지는 철칙이다.특수부대 요원의 신분 노출은 작전 실패와도 같다. “지인들도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몰라요. 직업을 물어보면 보험설계사라고 해요. 그럼 접근을 잘 안 하더라고요.”

M국장은 우락부락하진 않지만 단단해 보이는 체격을 지녔다.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질문에 대답할 때는 깊이 생각했다. 무거운 존재감을 느껴서인지 의외로 키가 크지 않다는 건 인터뷰를 마친 뒤에야 알았다. 그의 생김새를 더 묘사하는 것은 기밀 노출에 해당할지 모른다(사진 촬영을 할 때 그의 한쪽 눈을 노출해도 될지 오래 논의했다.) 그는 무사트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있었다. 무사트의 영문 머릿글자 M과 특수전 부대를 상징하는 삼지창, 넥타이를 맨 비밀요원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모자를 눌러 쓴 그는 투구를 쓴 무사를 떠올리게 했다.

무사트 사무실 내부에 들어서면 M국장과 그의 동료들이 훈련을 도운 육·해·공 군부대 및 정부기관 등의 엠블럼 수십개가 눈에 들어온다. 직접 방문한 부대나 개별적으로 교육에 참가한 이들이 자신의 부대를 상징하는 문장을 선물한 것이다. 각종 모형 총기류도 진열돼 있다. 실제와 유사하게 만들었다. 군사 관련 장비를 취미 삼아 수집하는 마니아들이 침 흘릴 만한 물건들이지만, 무사트에서는 특수부대원들이 실전을 염두에 두고 전술 훈련을 하는 데 사용된다. “싸우는 방법대로 훈련하고 훈련한 방법대로 싸운다”는 게 무사트의 모토다.

실전에 임기응변이란 없다

무사트는 보안·전술 컨설팅과 고위험 경호 업무를 하는 업체명이자 특수전 요원들을 위해 만들어진 전술 체계의 이름이다. 무사트를 소개하자면, 우선 무사트를 만든 M국장의 현역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가 군 입대하던 때는 강릉 무장공비침투사건(1996년), 제1연평해전(1999년) 등으로 위기감이 고조된 시기였다. ‘엘리트 체육인’이었던 그는 ‘엘리트 군인’의 길을 선택했다. “2001년 미국에서 9·11테러가 발생했을 때 특수부대 지원율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저도 국가를 위해서 헌신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엘리트로서 최일선에서 일하고 싶어 (UDT에) 지원했습니다.”

군생활 중 다양한 실전을 겪었다. 각종 전술을 체계화해야겠다는 필요를 느낀 것도 그때였다. “자세한 이야기를 해드릴 수는 없다”며 잠시 생각할 땐 시선이 허공을 맴돌았다. 특수부대 요원들이 접하는 작전 상황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서 그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2000년대 초반은 세계적으로도 특수부대의 전술이 완벽한 체계를 갖추지 못한 시기였다고 했다. 그가 속한 UDT는 오랜 역사에 걸맞게 세계 어느 특수부대와 견줘도 뒤처지지 않는 전술 수준을 갖췄다고 했다. 하지만 현장에 나서는 현역 대원 입장에서는 더 정확하고 확고한 전술 체계화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전술은 임무를 받고 완수하기까지 필요한 절차다. 인질 구출 작전을 예로 들면, 구출을 위해 필요한 침투 및 퇴출 경로를 확보하고, 작전에 적절한 팀원들을 구성하는 것이 기본이다. 여기에 인질이나 대원이 부상 또는 사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 수많은 시나리오를 가정해 미리 대비해야 한다. 실전은 늘 예상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과정이 전술이다. 상황마다 전술은 다르게 적용된다. 이를 미리 훈련으로 익히기 위해 매뉴얼로 만드는 작업이 전술의 체계화다.

무사트는 특수부대원들이 마주하게 될 다양한 상황에 초점을 맞춰 전술을 체계화했다. 무사트는 전술을 크게 개인·팀·상황별로 나눴다. 한 사람의 요원에게 필요한 전술적 요소는 맨손·나이프·총기 등을 통한 전투, 권총에서 소총으로 병기를 빠르게 전환하는 방식 등이다. 이 같은 개별 훈련을 섭렵한 개인들이 팀을 이룬다. 팀 단위의 진입 방식, 전투 순서, 부상자 대처, 인질 구출 등 상황별로 전술을 체계화하는 작업을 거친다.

부대원들이 훈련을 통해 완성도 높은 전술을 몸에 익혔다면 그만큼 임무 성공률도 높아진다. 동시에 생존 확률도 높아진다. 비좁은 통로에서 적과 대치해야 하는 전투 상황. 팀을 이룬 요원 중 누가 먼저 진입해야 하는지, 아군이 부상을 입었을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인질과 아군이 부상당했을 때는 어떤 순서로 대응해야 하는지, 갑작스러운 기습 상황에서 어떤 병기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현장의 변수는 끝이 없다. 전술이 체계화되지 않으면 임기응변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임기응변이 아니게 만드는 것”이 전술 체계화의 목표다.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무사의 전술’

무사트는 ‘Multi UDT/SEAL Assault Tactics’의 약자로 ‘UDT 종합 공격 전술’이란 뜻도 있지만, ‘MUSA+Tactics’ 즉 ‘무사의 전술’이라는 의미도 있다. M국장은 “(본인이) UDT 출신이기도 하고, UDT의 우수성은 국내 특수부대에서도 인정받기 때문에 그 활동을 중점에 두고 전술 체계를 만들었다”며 “한국적인 특성을 담아 특정 부대를 가리지 않고 적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무사의 전술’이라는 의미도 덧붙였다”고 말했다.

무사트는 2012년 그 뼈대가 만들어졌다. 그 무렵부터 UDT의 일부 부대와 소통하며 무사트를 알리기 시작했고, 이후엔 소말리아 해역에 파병돼 선박 검문·검색이나 상선 보호 등의 임무를 맡은 청해부대에도 전해졌다. 무사트를 ‘UDT가 사용하는 특수무술’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은데, 이는 무사트가 막 알려지던 시기에 ‘나이프 파이팅’이 대중의 눈길을 끌면서 생긴 오해다.

무사트의 나이프 파이팅은 해군 함정의 갑판 위에서 UDT 대원들이 단체로 단검을 사용해 훈련하는 영상으로 알려졌다. 단검을 활용한 빠르고 간결한 동작들을 반복·숙달한다. 격투 상황을 가정한 훈련도 한다. 영화 <아저씨>에서 배우 원빈이 선보였던 액션을 떠올리면 쉽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런 격투 훈련은 동작을 숙달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나이프 파이팅 훈련의 핵심은 실전 대비다. 맨손으로 흉기를 쥔 상대를 대할 땐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게 먼저다. 팀 동료가 찔리거나 베였을 때에는 적절한 전술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영화로 치자면 <아저씨>보다 <신세계>에 가깝다. 무사트에서는 실전 감각이 최우선이다.

M국장이 무사트를 만드는 동안 현역 시절 인연을 쌓은 미국이나 유럽의 특수부대원들과 활발히 교류했다. 전술 개발에 관심이 많은 해외 요원들의 네트워크 덕분에 공개가 쉽지 않은 전술적인 부분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해외 요원들이 전술을 만들고 부대를 운영하는 철학에서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유럽 한 국가의 특수부대원이 자랑스럽게 하는 이야기가 ‘우리 부대에는 없는 기수가 있다’는 것이었어요. 예를 들면 100기·101기·102기로 이어져야 하는데 101기 전체가 훈련 중 퇴소해서 아예 없다는 거죠. 훈련 중 교관의 지시를 어겼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임무 수행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신체적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팀워크를 저해하는 위반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M국장은 특수부대 작전 과정에서 전투요원과 지원요원 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실전 경험이 많은 미군 특수부대는 작전에 나서는 요원 못지않게 지원부대 요원을 중요시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지원부대와의 팀워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것이다.

“해외 요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현역 시절에 전투요원과 비전투요원을 다르게 보고 우월감을 느꼈던 스스로를 반성했습니다. 전술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선 팀의 범위를 더 넓게 바라봐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누구나 배울 순 없는 무사트…특수요원 전술 체계는 곧 군사력”

M국장과 동료들은 다양한 군 부대와 정부기관 요원을 대상으로 무사트 훈련을 지도해왔다. 사무실 한쪽엔 훈련에 참여한 이들의 기념사진과 참가 부대 엠블럼이 진열돼 있다. 사진 아래는 유튜브 콘텐츠 <가짜 사나이>에서 무사트 특별과정 교육을 받은 참가자들이 썼던 모자. 이상훈 선임기자

무사트, 특수부대 전역자 경험 살려 군 부대·국가기관 현역 요원 교육…
해외 파견 기업 보안 체계 컨설팅·민간 대상 훈련 과정도 운영

꿈은 원대했지만 무사트의 개발 과정은 쉽지 않았다. 고생했던 시절 이야기를 할 때 M국장은 처음으로 웃었다. “제일 힘든 건 생계죠.(웃음) 감사하게도 요즘 매스컴에 알려지면서 대규모 군사 업체라거나, 굉장히 잘되는 줄 알고 있는데 지금도 쉽지는 않아요. (생계로 어려움을 느낀 적이) 정말 많죠.” 초기에는 집 없이 여기저기 전전하기도 했다. 한겨울에 친구가 운영하는 헬스클럽 실내 계단 밑에서 침낭을 깔고 자기도 했다. 개발 초기 마음을 맞춰가다 생계의 어려움 탓에 떠난 동료도 있었다. 군 시절 동료들도 전술 체계화의 필요성은 느꼈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 하지 말아라” “너무 시기상조다” “네가 무슨 돈이 있냐”며 만류했다. M국장은 다른 군사 강대국과 비교해도 전술 체계화 작업이 결코 늦지 않았다는 소신으로 버텼다고 했다.

“다양한 상황에 모두 맞춘 전술 훈련 시스템을 만들고, 이것을 부대에 보급해 전술 능력을 향상시키는 게 애초 목적이었습니다. 그렇게 인정받을 수 있다면 이후엔 이 전술 체계를 기반으로 회사를 만들고, 특수부대 설립이 필요한 제3세계에도 역수출해 한국 특수전 능력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전술 체계화, 생명을 살리는 길

특수부대 대원들은 군의 귀중한 전력이다. 목숨 걸고 작전에 임하는 그들을 소모품처럼 여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은 상황도 많다고 했다.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는 ‘퇴출’이라는 개념이 세워지지 않은 부대도 있습니다. 위험한 임무니까 그냥 죽으라는 것이죠. 물론 임무를 하다 보면 죽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특수부대원들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오랜 기간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야 탄생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요원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훈련과 투자도 더 현실적으로 할 수 있을 겁니다. 전술 체계가 잘 잡혀 있다면 특수전 대원들의 안전도 보장될 수 있는 거죠.”

전술 체계가 잡혀져 있지 않다면 작전 실패로 이어지기 쉽다. 가장 잘 알려진 특수임무인 ‘아덴만의 여명 작전’을 생각해보자. 2011년 1월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인질 구출 작전이다. 해적 소탕과 인질 구출에 성공해 해군은 큰 박수를 받았다. 당시 석해균 선장이 해적이 쏜 총 6발을 맞아 위급한 상황에 빠졌다. 이때 작전에 투입된 UDT 요원이 사비로 구입한 응급키트로 지혈에 성공,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2012년 1월16일 조선일보는 “미해군 SEAL팀(한국의 UDT에 해당)과 연합훈련을 하면서 미군 실전 경험의 노하우가 담긴 응급키트가 매우 인상적이어서 구입했었다”며 “응급키트의 급속특수지혈 패드가 응급조치에 큰 도움이 됐다”는 대원의 후일담을 실었다.

결과적으로는 미담이지만, 이는 당시 부상자가 발생할 경우 적절히 치료할 준비, 즉 장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증거가 됐다. 인질 구출 작전의 성패를 가른 석 선장의 회복이 대원이 개인적으로 구입해둔 응급키트로 좌우됐다. 아덴만의 여명 작전에 사용된 지혈키트는 미군이 도입한 TCCC(Tactical Combat Casualty Care·전술적 전투 부상자 처치)가 적용된 장비로 알려졌다. 실전에서 부상자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처치할 것인지를 다룬 TCCC 역시 전술의 한 요소로 볼 수 있다. 전투에서 가장 빈번한 사망 원인인 과다 출혈 등 상황에 맞는 다양한 치료법을 다뤄 사망자 감소에 큰 효과를 보면서 미군에선 활발히 보급된 장비 시스템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 같은 시스템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다. 장비가 있어도 훈련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TCCC에는 수혈 등에 필요한 주사를 놓는 과정이 포함돼 있는데 환자 치료에 해당되는 정맥주사는 의료법상 의료인이 아닌 군인이 시행할 수 없다. 실전에서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마냥 의무병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M국장은 “전술 체계를 제대로 세운다는 건 전투에서 적을 제압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생명과 관련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무 수행 과정에서 벌어질 다양한 상황에 미리 대비한 체계적 전술이 있다면 그에 맞는 장비도 함께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각종 전술 체계화를 위해서는 실전과 같은 훈련이 당연히 필요하다. 국내에선 UDT 등 몇몇 부대를 제외하고는 사격 후 탄피를 전량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소총에 ‘탄피받이’를 장착해야 한다. 하지만 이 탄피받이가 실전과 유사한 자유로운 사격을 불가능하게 한다. 탄피가 튕겨 들어가 고장이 발생하기도 한다. 탄피 회수 규칙으로 인해 실전 훈련이 제약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M국장은 이 같은 규칙이 전술 체계를 세우는 데 한계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특수부대가 아니어도 체계적인 전술 훈련은 필요하다. 언뜻 육군 보병 하면 전시 상황에서 산간지대 전투만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도시화가 진행된 21세기에는 시가전이 반드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건물 내부에서 이뤄지는 근접전투(CQB·Close Quarters Battle) 등 근거리 전술 훈련이 육군 부대에선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M국장은 전술 체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비단 특수부대 요원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미군은 근접 전투 등 전술 훈련이 필요하지 않은 의무병들도 이런 훈련을 받는다고 합니다.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 기본적인 훈련이 모두 필요하다는 겁니다.”

현역 대원들은 어떤 전술과 훈련이 좋을지 고민이 많지만, 군대라는 조직 특성상 이 같은 움직임이 바로 변화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그동안 해왔던 훈련 방식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전술 체계를 도입하는 데에 결정 권한이 있는 군 수뇌부에서 부담을 갖거나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얘기가 나온다.

“아직 우리 군은 민간과 협력해서 전술을 만들거나 보급하는 일을 생소해합니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만들어보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 부대에서는 전술 연구와 개발을 위한 전담팀을 꾸리고 있지만, 아직 모든 부대에 자리 잡은 건 아닌 것 같습니다. 현역 군인이 기본 업무를 하면서 동시에 전술 체계화 작업을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무사트의 미래

군 내부에서 무사트가 얼마나 활용되고 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M국장은 “특수 임무를 맡는 여러 군부대와 정부기관에 교육을 하고 있다”는 정도만 밝혔다. 개인적으로 훈련을 받겠다며 찾아오는 현역 요원들도 많다고 한다. 지휘관보다 실제 임무를 담당하는 요원들이 더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모 군 특수부대는 무사트의 전술 컨설팅을 받은 뒤 작전 수행 임무를 겨루는 경연대회에서 우승했다며 감사패를 선물하기도 했다.

의지만 있다고 누구나 무사트의 전술을 배울 수 있는 건 아니다. 무사트는 대부분 ‘영업 기밀’이다. 유튜브를 통해 알려진 무사트의 생존 훈련과 병기술은 외부에 공개할 수 있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보안을 중요시하는 것은 영업 유지를 위해서만은 아니다.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요원들의 전술 체계는 한 나라의 군사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만약 적대 세력에 노출된다면 무사트라는 업체의 손해만으론 끝나지 않는다. M국장은 “우리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국가에서 고액을 제안하며 훈련을 요청했지만 이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무사트는 민간을 대상으로 한 훈련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민간 과정은 주로 자기 방어 및 생존 훈련으로 이뤄진다. 이론 훈련을 한 뒤 24시간 내외로 무수면·금식 상태로 생존하는 훈련이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임하기 위한 정신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다. <가짜 사나이>에서처럼 ‘얼차려’를 준다거나 교관이 윽박지르는 일은 없다고 했다. 기업이나 단체의 요청으로 특별과정을 만들기도 하지만, 훈련 강도가 세서 전문적인 훈련을 받아본 이들도 퇴교를 고민할 정도라고 한다. M국장은 범죄 등 나쁜 의도로 훈련을 받고자 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보안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인다고 했다. 민간 훈련 과정은 지원자의 동기와 배경을 꼼꼼히 검토한 뒤 진행한다.

강사는 특수부대 출신이 다수다. 특수부대 출신 대원들은 ‘돈 주고도 배울 수 없는’ 기술을 군대에서 배웠지만, 정작 군 생활 중 안정적인 처우가 보장되지 않고 전역한 뒤에도 특기를 살리기가 쉽지 않다. 경찰·해경 특공대가 되거나, 소위 ‘용병’으로 해외에서 보안·경호 업무를 담당하는 것 정도가 아니면, 전혀 다른 분야로 빠지는 경우가 흔하다. 해외 파견 기업의 보안 체계를 컨설팅하거나, 해외 특수부대의 훈련을 돕는 것도 무사트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이런 업무에 특수부대 출신 전역자들의 경험과 실력이 활용되고 있다.

무사트가 유튜브를 통해 알려진 건 최근이다. 올 초 UDT 출신 영상제작자와 협업해 콘텐츠를 만들면서부터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일선 군부대 방문이 어려워지자 보안을 지킬 수 있는 선에서 적극적으로 유튜브 채널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강철비> <반도> 같은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가 꾸준히 제작되면서 각종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고증과 자문을 요청받는 등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도 생기고 있다. 하지만 M국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군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하루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리 군의 특수부대 발전을 위해서 돕고 싶습니다. 돈이 목적이었다면 애초부터 시작하지 않았을 겁니다.”

M국장은 해외의 유명 특수부대를 보며 부러움을 느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전술 훈련과 한 사람 한 사람의 부대원을 소중한 자원으로 생각하는 태도를 보면서 한국의 특수부대도 그렇게 발전할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군사력이 약하면 평화롭게 살 수 없고, 반대로 전쟁이나 전투 상황은 상상보다 참혹하기에 너무 가볍게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오락거리로 여기거나, 너무 무시해서도 안 되는 게 안보와 국방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수부대원들의 역할이 그런 일입니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특수부대가 한국에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고, 무사트가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도 알리고 싶습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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