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文대통령 광복절 축사..'북한' 단 한 차례도 안썼다

정용수 2020. 8. 15. 11: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광복절 축사 한반도 분야 집권 첫해 3분의 1로 축소
북한이라는 단어는 2017년 14회→지난해 9→올해 0
대신 남북협력은 지난해 4에서 8회로 늘리고
생명공동체 개념으로 코로나 19 시대 협력 강조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6600여자 분량의 8ㆍ15 경축사를 했다. 전체적으로 예년보다 1000여자 이상 줄었지만, 한반도 및 남북관계 분야의 언급을 대폭 축소한 게 눈에 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집권 첫해인 2017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2600여자를 한반도 및 남북관계 복원을 주문하는 데 할애했다. 당시 내용도 남북 대화 제안, 북핵 문제 해결 의지 피력,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2018년 2월) 참가 등 한반도 문제 전반을 망라했다.

하지만 오늘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선 890여자에 불과했다. 첫 해 경축사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한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올해 ‘북한’이라는 단어는 한 차례로 사용하지 않았다. 지난해와 2017년 각각 9차례, 14차례 언급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번 축사에선 북한의 수해지원과 관련한 내용도 없었다.

대신 문 대통령은 지난해 4차례 사용했던 ‘남북’이라는 단어를 8차례로 늘리며 협력을 강조했다. “남북협력이야말로 남과 북 모두에게 핵이나 군사력의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고의 안보정책”이라면서다. 문 대통령은 “남북협력이 안보이고, 곧 번영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 당국에 촉구한다”며 비핵화와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라던 직접적인 메시지(2017년) 대신 인도분야와 보건ㆍ의료 협력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문 대통령은 “죽기전에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가보고 싶은 곳을 가볼 수 있게 협력하는 것이 실질적인 남북협력”이라고 강조하며, 이산가족 상봉을 간접적으로 제안했다. “가보고 싶은 곳을”이라는 표현은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북한 개별관광을 암시한 것이란 관측이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금강산관광과 같은 대규모 현금(벌크 캐시)을 북한에 지급하는 ‘조직적인’ 사업 대신 개별적으로 북한을 찾는 개별관광은 제재에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를 검토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코로나 19 시대'의 남북협력을 제안했다. 그는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안보이자 평화”라며 “방역 협력과 공유하천의 공동관리로 남북의 국민들이 평화의 혜택을 실질적으로 체감하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보건의료와 산림협력, 농업기술과 품종개발에 대한 공동연구를 통해 생명공동체 구상을 북한에 던진 것이다. “북한 당국에 촉구한다”(2017년)며 자신감 넘친 목소리고 구체적으로 제안했던 것과 달리 생명공동체를 제안한 셈이다.

이날 ‘줄어든’ 대북메시지와 관련해선 문 대통령의 신중한 접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하는 축사는 대북 메시지를 발신하는 경로”라며 “시대와 상황에 따라 메시지가 달라지는데 이번에는 남북관계의 경색과 북ㆍ미 협상의 답보, 그리고 코로나 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라는 환경을 고려해 다소 방어적이고 추상적인 제안을 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지난 6월 남측을 ‘적’으로 규정하고,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며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한 상황에서 전면적인 교류를 제안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