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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폭우는 시작에 불과" 열받은 한반도 '기후 역습'

세종=박경담 기자 입력 2020.08.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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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더 세진 기후변화, 이제부터가 시작 ( 上)

[편집자주] 올 여름 기상이변에 따른 최장 장마가 대한민국을 물 바다로 만들면서, 그동안 기후변화를 먼 나라 얘기로만 알던 국민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을 넷제로(Net Zero·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 수준으로 줄이지 않을 경우 더 큰 기후변화 피해가 야기될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이젠 기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비상 대책이 마련돼야 할 때다.

2030년엔 비오면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잠긴다


수십명의 사망자를 낸 역대 최장 장마는 기후 변화의 서곡에 불과하다. 이미 1900년대 초반보다 평균 기온이 1.8도나 상승한 대한민국은 거대한 기후변화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 위치했다.

5월부터 한반도를 달구는 폭염과 여름 장대비는 이미 일상이 됐다. 대한민국을 특징 짓던 소나무 등 침염수림대가 기온 상승으로 점차 사라지고 아열대성 작물이 한반도에 자리 잡는 등 식물 자원도 근본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2050년까지 기후 변화로 전 세계에서 1경원이 넘는 어머어마한 경제적 손실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이미 기후변화는 우리 인류의 생존과 경제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됐다.


◇인류 생존·경제 좌우하는 기후변화

중부지역 장마가 49일째 지속되며 역대 최장기간 기록을 세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강 수위가 높아져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15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6월24일 시작된 장마는 이날로 53일째를 맞았다. 2013년 49일을 넘어선 역대 최장 기록이다. 장마가 가장 늦게 그친 1987년(8월 10일) 기록도 훌쩍 넘어섰다.

환경부, 기상청이 작성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를 보면 여름 집중 호우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증가세가 뚜렷하다. 아열대 기후의 특징처럼 빨리 시작하고 기간도 확대 됐다.

올 여름 장마는 기록적 호우를 뿌리며, 곳곳에서 물난리와 산사태를 일으켰다. 중국 싼샤댐 붕괴 우려, 일본 남부지역의 수해 등 기후의 공격은 한국만 겪고 있는 현상도 아니다. 아프리카에는 사상 최대 가뭄 피해를, 시베리아와 호주, 유럽에는 역대 최고 폭염을, 북미에는 역대 최대 허리케인 피해를 안겨주고 있다.

◇빨리 시작하고 오래 뿌리는 장마


여름철 강수량 증가는 북서태평양 고기압 확장, 인도양 해수면 온도 상승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대서양 해수면 온도가 오르면서 한반도 남쪽에 있던 북서태평양 고기압은 서쪽으로 확장, 한반도로 유입되는 수증기를 늘렸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바다 온도 상승이 여름철 한반도 상공을 수증기로 가득 채운 것이다.

무서운 예측은 앞으로 이러한 변화가 여름철 일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를 막지 못하면 10년 후에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비롯해 한강 인근 저지대는 모두 물에 잠길 정도의 호우가 내릴 것이란 암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박태원 전남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대기 자체는 수증기를 머금게 된다"며 "올해처럼 수증기가 많은 상황에서 비 내리는 역할을 하는 장마 전선이 머무르면 강수량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겨울, 온도 오르면서 한파도 잦아져

서울 아침 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떨어지며 강추위가 찾아온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인근 한강변에 고드름이 달려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기후변화는 계절의 모습도 바꾼다. 5월과 9월의 폭염, 열대야는 흔한 일이 됐다. 6~8월로 규정된 여름은 이제 사전적 의미에 불과해졌다. 일년 중 절반은 아열대 지방처럼 무덥고 습한 여름 날씨가 된다.

평균 온도가 오른 겨울철은 역설적으로 기온이 갑자기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한파도 잦아졌다. 북극과 중위 지역 온도 차에 따라 발생하는 제트 기류가 북극 온도 상승으로 느슨해진 결과다.

온실가스 감축 등 온도 상승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기후변화 3종 세트인 폭염, 폭우, 한파는 더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인류가 받는 위협도 커진다.

WWF, 2050년까지 전세계 기후변화 피해 1경1690조원

기록적인 장마로 출하에 차질을 빚은 채소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11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온라인 주문으로 배송될 채소를 카트에 옮겨 담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기후변화는 막대한 인명 피해를 가져온다. 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2018년 온열 질환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만 48명이다. 온열질환자 감시체계가 처음 운영된 2011년 6명이 사망한 것과 비교하면 2018년 폭염의 무서움을 가늠할 수 있다. 올해 역시 이달 중후반부터 무더운 날씨가 예고됐다.

경제가 받는 타격도 크다. WWF(세계자연기금)가 최근 발표한 ‘지구의 미래(Global Futures)’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매년 4790억 달러(약 568조원), 2050년까지 총 9조8600억 달러(약 1경1690조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한국은 앞으로 30년 동안 매년 100억달러(11조854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볼 것으로 분석했다.

당장 다음 달 말 추석을 앞두고 농작물 피해로 밥상 물가가 급등할 전망이다. 서비스업 중 관광업, 레저업 등은 기후변화로 가장 위축될 산업이다. 기후변화 여파가 큰 지역에 공장을 둔 제조업 기업은 공장 이전을 고민할 처지에 놓였다.

이동근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한국기후변화학회장)는 "기후 변화는 산업 성장을 저해하는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며 "기업은 기업 이전 등 물리적 위험 등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후변화는 경제가 가장 경계하는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대체에너지 전환, 녹색성장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응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경담 기자
올해 이상 기후로 사망자 54% 늘었다
(춘천=뉴스1) 김명섭 기자 = 의암댐 선박 전복 사고 발생 사흘째인 8일 민간 수상레저 업체 관계자들이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서천리 경강대교 인근에서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지난 6일 강원 춘천시 의암댐 인근에서 수초 섬을 고정 작업하던 민간 고무보트와 춘천시청 행정선(환경감시선), 경찰정 등 선박 3척이 전복돼 2명 구조, 3명 사망, 3명 실종 상황이다. 2020.8.8/뉴스1

올해 집중 호우로 인한 사망자 규모(37명)가 지난해 태풍 등 모든 자연재해에 따른 사망자(24명)를 54%나 상회했다. 이상기후가 촉발한 재난이 대규모 경제 손실 뿐 아니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을 앗아가는 참사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중·소규모 하천과 같은 집중호우 취약지대를 정비하는 홍수대책을 비롯해 각종 기후변화에 대비한 대응 체계가 근본적으로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폭염→태풍→장마에 110여명 사망

(곡성=뉴스1) 허경 기자 = 9일 전남 곡성 오산면 한 마을의 일부 주택들이 산사태로 인해 토사로 뒤덮여 있다. 지난 7일 오후8시29분쯤 해당 마을 뒷산에서 쏟아진 토사로 주택 5채가 매몰돼 5명이 숨졌다. 2020.8.9/뉴스1


폭염 및 집중호우 등 풍수해 재난 주관부처인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4일 현재까지 집계된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37명이다. 지난해 제13호 태풍 링링, 18호 태풍 미탁 등이 한반도에 불어닥치며 태풍으로 16명이 사망하는 등 호우(1명) 풍랑(1명) 기타(6명) 등 2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뒤 올해는 50일 넘는 역대 최장기간 장마가 이어졌다.

그 결과 물이 치솟고, 산이 무너지면서 사망자가 다 방면에서 발생했다. 이로써 2018년 폭염 2019년 태풍 2020년 장마 순으로 이어진 이상기후 현상과 관련된 사망자 규모는 110명을 넘어섰다.

지난 2018년엔 자연재해로 52명이 사망했다. 당시 31.4일 간의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해 48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잇단 재난에 소비 위축…조단위 세금, 또 다시 복구에

올해 재해에 따른 재산 피해액과 국비 및 지방비를 합친 복구액 규모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행안부 일각에선 "피해 상황을 감안하면 지난해(2162억원)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 집중호우가 지난해 재해 피해의 핵심 원인이었던 두 개의 태풍(제13호 링링, 18호 미탁) 보다 광범위한 지역에 피해를 일으킨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피해가 늘면 복구비도 1조3203억원이었던 지난해 규모를 웃돌 전망이다.

재난에 따른 피해 뿐 아니라 경기 전반이 악화될 위기에 놓인 점도 문제다. 코로나19(COVID-19)로 연초부터 어려웠던 경기 여건에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소비가 간신히 힘을 받는 듯 했다가 또 한번 타격을 입게 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장마가 지속되니 코로나19사태에 비교적 선방을 했던 편의점 업계도 '어려워진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기후변화·재난에선 활동과 소비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며 "특별재난지역 지정 뿐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소비 활성화 등을 위한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봤다.

◇"예·경보 강화 등 총체적 대응해야"

서울, 경기와 강원, 충청, 경북북부에 호우경보와 주의보가 내려진 3일 오전 한강과 중랑천 수위 상승으로 서울 동부간선도로와 중랑천 통행로가 전면 통제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재해 피해는 예방을 등한시한 결과란 점에서 인재(人災)의 측면도 있다.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은 몇 년 간 홍수피해상황 보고서를 통해 중·소규모 하천이 취약하다는 의견을 반복적으로 제기했다. 그럼에도 정비가 더뎌 올해에만 70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당초 기상청이 예보했던 여름철 폭염 대신 풍수해가 확대되며 이상기후에 따른 예보 정확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영일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도시홍수연구소장)는 "구조물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과 예경보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모두 대비를 강화해야 한다"며 "특히 하수 지하터널이나 구조물 등은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사업은 (재난 대비를 위해) 국가가 (주도적으로)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기후변화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듣고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며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국내위기요소 등을 분석하기 위해 재난위기 극복을 위한 대비체계 구축방안 연구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CO2 줄이면 일자리도 줄어들까"…'온실가스 감축' 딜레마
'이례적인 긴 장마와 폭우, 홍수, 이상고온, 빙하유실…'

전 세계가 통제 불가능한 규모의 자연재해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를 그 원인으로 지목한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온실가스'를 꼽는다. 온실가스 하면 바로 떠오르는 건 이산화탄소(CO2)다. 온실가스는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 소비에 따른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일각에선 온실가스 감축과 경제성장의 상충을 우려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려면 전력·산업·수송 등의 에너지 사용량을 현재보다 줄여야 하고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해 막대한 비용도 지불해야 한다. 무리한 온실가스 감축으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75%~40% 감축…환경단체 "탄소중립 목표 명확히 밝혀야"

15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말까지 유엔(UN)에 제출할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 수립 과정에 들어갔다.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은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따라 모든 당사국들이 205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하, 가급적 1.5도까지 제한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구체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모든 당사국이 올해 말까지 제출해야 한다.

현재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17개 국가가 UN에 제출했다. 한국도 전문가 100여 명이 참여한 민간주도 협의체인 ‘2050 저탄소 사회 비전 포럼’을 통해 2050년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대비 최대 75%에서 최저 40%로 설정한 5개의 감축 시나리오를 만들어 올해 초 발표했다. 정부는 민간 포럼 권고안과 사회적 논의 결과 등을 종합해 올 연말까지 LEDS를 수립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전 세계 70여개 국가가 선언한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이산화탄소 배출 총량을 0으로 만드는 것) 방안이 빠진 점을 지적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정부가 탄소중립 목표를 명확하게 세워야 한다고 것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도 지난 6월 내놓은 '2050 저탄소 사회 비전 포럼 검토안 주요 내용' 보고서에서 선진국에 비하면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보고서는 "모든 안이 2017년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적극적인 감축안"이라면서도 "2030년 후 인구당 배출량 및 국내총생산(GDP) 당 배출량 개선 속도는 선진국 대비 늦다"고 지적했다.


◇산업계 "온실가스 감축으로 일자리 130만개 사라질수도"

민간 포럼이 발표한 권고안에 대해 산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포럼의 제시안이 제조업 비중이 큰 한국의 상황을 감안하지 않아 자칫 산업 구조조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산업계의 반발이다.

지난달 열린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 산업계 토론회’에서 한국철강협회는 이미 2050 LEDS를 제출한 유럽연합(EU)과 일본은 철을 만드는 과정에 수소를 쓰는 기술을 통해 각각 5%, 10%의 온실가스만을 줄이겠다고 했는데 포럼은 우리가 선제적으로 45% 감축할 것을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감축 수단에 대한 목표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도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려면 추가적인 공정이 필요해 온실가스 배출은 오히려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감소를 우려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감축 수단에 대한 대안 없이 권고안대로 시행되면 2050년 제조업 생산의 최대 44%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는 곧 국내 기업의 위축이나 폐업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5가지 권고안을 바탕으로 국내 제조업의 전·후방 산업까지 고려한 고용감소 유발효과가 최소 86만 명에서 최대 13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기성훈 기자

세종=박경담 기자 damdam@mt.co.kr,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기성훈 기자 ki03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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