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회장 발언 비난 원희룡에 엇갈린 반응.."친일옹호" vs "소신발언"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5일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준비한 경축사를 생략한 뒤 김률근 광복회 제주지부장이 대독한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에 대한 유감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제주도 제공)2020.8.15/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을 겨냥하며 작심 비판발언을 쏟아낸 원희룡 제주도지사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과 제주녹생당,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등은 16일 잇따라 성명을 내며 원 지사의 돌발발언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제주도당은 "친일에 가담한 사람들에게 가족을 빼앗긴 수많은 대한민국 국민을 무시하는 원지사의 발언이야 말로 본인이 어떠한 역사관을 지니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며 "정치적 이슈몰이만을 위해 돌발행동만을 일삼는 원지사의 행동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제주녹색당은 "작은 정치인은 갈등을 키워서 자신을 드러내려 하고 큰 정치인은 자신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갈등을 조정하려 애쓴다"며 "유력한 대선후보가 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욕구겠지만 왜 대선후보 되기 위한 놀이판이 제주도가 되어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역시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마저 친일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자치단체장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며 "친일 옹호발언을 즉각 철회하고 도지사직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원 지사의 돌발발언을 옹호하는 취지의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광복절 국민이 하나 돼야 할 날 둘로 나눠야 했나 싶었다"며 "서로를 이해하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 소신있는 발언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살아 남아서 일제를 견뎌 나온 자들 중 한 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누구에게 돌팔매질을 한 단 말 입니까? 원 지사의 의견에 동감한다"고 밝혔다.

앞서 원 지사는 지난 15일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김률근 광복회 제주지부장이 대독한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에 강한 유감 입장을 표명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5일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제주도 제공)2020.8.15/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그는 "태어나 보니 일본 식민지였고, 일본 식민지의 신민으로 살아가면서 선택할 수 없는 인생 경로를 살았던 많은 사람들이 있다"며 "앞잡이들은 단죄를 받아야 하지만 식민지의 백성으로 살았던 것이 죄는 아니다"라고 했다.

원 지사는 "광복절 75주년을 맞은 역사의 한 시기에 이편 저편을 나눠 하나 만이 옳고 나머지는 단죄받아야 하는 그러한 시각으로 역사를 조각내고 국민을 다시 편가르기 하는 (김 회장의) 시각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끝으로 "(광복절 경축식은) 특정 정치견해 집회가 아니다"며 "앞으로 이런 식의 기념사를 (제주에) 또 보낸다면 광복절 경축식에 대한 모든 계획과 행정 집행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oho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