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 기름 부은 대만의 F-16 전투기 도입

이우승 2020. 8. 1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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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이례적 대만해협 남북 지역 동시 훈련
대만을 방문하고 있는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0일 천스중(陳時中) 대만 위생복리부 부장(장관)과 함께 보건 협력 양해각서(MOU) 서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타이베이=AFP연합뉴스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1979년 양측이 단교한 이후 최고위급으로서는 처음 대만을 방문한 이후 양안 관계에 또다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대만이 수십 대의 미 최신예 전투기 F-16을 도입키로 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양안(중국과 대만) 갈등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미·중 관계 악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은 즉각 대만해협 북, 남쪽에서 이례적으로 동시 훈련을 실시했다. 이 가운데 15일로 예정됐던 미·중 무역협상 이행점검 고위급 회의도 무기한 연기됐다. 이해관계가 비교적 일치했던 무역협상 1단계 이행 부분도 갈등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자국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이 10년간 620억 달러(약 73조6000억원) 규모의 F-16 해외판매 계약을 확보했다고 지난 14일(현지시간) 밝혔다. 국방부는 전투기 목적지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통신 등 현지매체들은 구매처가 대만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대만은 공군력 강화를 위해 차세대 F-16 전투기 66대를 구입하기로 하고 작년에 미국 정부로부터 승인을 얻은 바 있다. 이번 전투기 계약은 날로 악화하는 미·중간 갈등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통신은 대만이 미국으로부터 고급 전투기를 사게 된 것은 1992년 당시 조지 H.W. 부시 대통령이 150대 F-16 판매를 승인한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대만은 1992년 구매 버전에서 더욱 업그레이드된 최신 기술과 무기를 탑재한 항공기를 갖게 되는 셈이다. 

중국으로서는 미국과 대만 거래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1979년 양국 수교 당시부터 중국은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을 반대해왔다. 최근 양국 관계가 악화하면서 미국과 대만이 급격히 가까워지고,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증가하자 중국도 대만에 대한 무력시위를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지난 13일 “최근 대만의 북쪽과 남쪽에서 군사훈련을 했다”고 발표했다. 동부전구는 인민해방군 5대 전구 가운데 하나다. 동중국해와 대만해협을 관할한다. 동부전구는 대만에서 북쪽으로 550㎞ 가량 떨어진 저우산(舟山) 군도와 대만 남부 도시 가오슝에서 남서쪽으로 300㎞ 가량 떨어진 푸젠성 장저우시에서 동시에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시기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대만의 F-16 무기도입이 결정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인민해방군이 즉시 대만 남북지역 동시 훈련 사실을 공개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이 언제든지 대만을 무력으로 합병할 수 있다는 무력시위인 동시에 미국과 대만을 겨냥해 강력한 경고 신호를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대만을 미수복 영토로 간주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대만은 홍콩과 함께 중국의 핵심 이익에 해당하는 사안으로 중국은 외교안보 영역에 있어 핵심이익에 대한 부분은 절대 양보하지 않아 왔다.  

실제로 15일 예정된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이행점검을 위한 고위급 회의가 연기됐다. 당초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류허 중국 부총리는 15일 화상으로 무역합의 이행상황을 점검하는 회의를 할 것으로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었다. 중국 내 전·현직 최고 지도자들이 모여 국가 현안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 회의가 계속되면서 고위급 점검회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정확한 연기 사유는 파악되고 있지 않다. 
대만 방문에 나선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왼쪽에서 2번째)이 지난 9일 타이베이 쑹산(松山) 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에이자 장관은 미국이 대만과 단교한 1979년 이후 이곳을 방문한 미 행정부 최고위급 인사다. 타이베이=AFP연합뉴스
1단계 무역협정 이행 부분은 미·중간 비교적 이해가 일치하는 부분이다. 1단계 무역협정마저 파기된다면 사실상 미·중 양측은 더 이상 대화의 지렛대를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무역합의 이행점검 고위급 회의는 향후 미·중 간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간주돼 왔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에 연기된 이행점검 고위급 회의가 곧 재개될지, 아니면 무기한 연기된 채 공전 할지도 향후 미·중 관계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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