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배신..1주택자 종부세 확 늘고 수퍼 다주택자는 감소

김도년 2020. 8. 1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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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일 오후 강남구 대모산 정상에서 바라본 대치동 일대에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8년 한 해 동안 보유 주택이 10채를 초과한 ‘수퍼 다주택자’는 늘었다. 그러나 이들이 부담한 종합부동산세는 오히려 감소했다. 다주택자들이 배우자 등에 주택 지분을 증여해 ‘집 쪼개기’를 한 결과다. 반면 실수요자 비중이 큰 1주택자가 낸 종부세는 급증했다. 정부가 강조한 “실수요자 보호”에 허점이 드러났다.


‘수퍼 다주택자’ 종부세 부담 줄어
16일 국세청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주택을 10채 넘게 가진 다주택자는 3만200명으로 한 해 전보다 1653명 증가했다. 종부세 대상인 다주택자 수가 늘면 세수가 늘어나는 게 맞다. 하지만 이들로부터 걷은 종부세는 그해 1222억86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6억7800만원 감소했다.

이런 현상은 보유 주택이 50채가 넘는 다주택자에서도 나타났다. 50채 초과 다주택자는 2018년 647명으로 55명 늘었지만, 종부세 세수는 85억5400만원 감소했다.

2017~2018년 다주택자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납세 인원과 세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실수요 보호” 강조했지만, 1주택자 부담 급증
수도권 주택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전체 종부세 수입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2019년 종부세 고지현황’에 따르면, 주택·토지를 합쳐 고지된 종부세 총액은 3조3471억원이었다. 이는 2018년 고지액(2조1148억원)보다 1조2000여억원 늘어난 액수다. 보유 주택 수로 따지면 실거주자 비중이 큰 ‘1채 보유자’의 종부세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이들 12만7369명은 2018년 낸 종부세는 한 해 전보다 55.9% 늘었다. 반면 임대 수익이나 시세 차익을 노리고 주택을 대량 구매한 11채 이상 ‘수퍼 다주택자’의 세 부담은 1년 사이 2.9% 줄었다. 정부는 “실수요자 보호”를 강조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어떻게 종부세 줄였나?
세정당국은 이 같은 결과는 다주택자가 배우자 등에 주택 지분 절반을 증여하는 ‘집 쪼개기’를 한 탓이라고 설명한다. 종부세는 세대가 아니라 개인별로 주택 수를 계산해 과세한다. 단독 명의로 주택을 보유하면 공시가격 9억원까지 종부세가 면제된다. 그러나 부부 공동명의로 집을 쪼개면 1인당 6억원씩, 부부 합산 공시가격 12억원까지 종부세를 내지 않는다. 단독 명의자가 배우자에게 지분 절반을 증여할 때, 부부끼리는 10년간 6억원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는다. 세정당국 관계자는 “종부세는 개인이 가진 주택 보유 지분 가치가 비쌀수록 세율이 오르지만, 지분을 분산하면 낮은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세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 보유 주택 종합부동산세율 인상.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런 현상, 어떻게 해석?
여당 일각에선 다주택자가 늘었음에도 세 부담이 감소하는 것은 적절한 과세가 아니기 때문에 세제를 또 뜯어고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제도를 바꾸더라도 그에 맞춰 절세법을 찾는 현상은 합리적 경제 주체들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강조한다. 세제만 복잡해질 뿐, 절세 기법은 계속해서 ‘진화’할 것이란 얘기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제도 변경에 맞춰 절세하는 현상에 대해 재차 법을 바꿔 징벌하겠다는 발상은 세제를 부동산 정책의 들러리로 세우는 격”이라며 “주택 정책 목표는 다주택자 징벌이 아니라 서민 주거 안정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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