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민정당 이력' 김원웅 광복회장, "친일청산" 깃발 왜?

이창훈 2020. 8. 1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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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웅 광복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승만은 친일파와 결탁했다’, ‘‘ 대한민국은 민족 반역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라는 김원웅 광복회장의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 발언의 논란이 16일에도 이어졌다. 원희룡 제주지사와 미래통합당 등 보수 야권에서는 김 회장의 발언을 “무도한 주장”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김 회장은 왜 ‘친일청산’의 메시지를 광복절 경축식에서 꺼냈을까. 

◆박정희 전 대통령 ‘공화당’ 당직자 출신, 좌우 넘나든 김원웅

76세의 김 회장은 3선 국회의원 출신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집권 여당이던 ‘민주공화당’의 사무처 공채로 정치권에 입문한 김 회장은 총 12번 당적을 옮긴 대표적인 ‘철새 정치인’으로 꼽힌다. 2010년 정계를 은퇴했던 그는 지난해 3월 광복회장에 취임하면서 10년 만에 정치권에 다시 발을 디뎠다. 

김 회장은 1944년 중화민국 쓰촨성 충칭시에서 조선의열단 김근부 지사와 전월순 여사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대전고를 졸업해 서울대 정치학과에 진학한 김 회장은 재학 중 박정희 대통령의 한일기본조약 체결에 반대하다 투옥되는 등 학생 운동에 앞장섰다. 그러나 졸업 후 공화당에 취직, 1980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취임한 뒤 민주정의당이 창당되자 당적을 옮겨 사무처 직원으로 근무했다. 이후 민정당이 1990년 야당인 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과 함께 3당 합당으로 민주자유당이 되자 김 회장도 이에 합류했다. 

국회의원 출마를 준비하던 김 회장은 민자당을 탈당, 3당 합당을 반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한 ‘꼬마 민주당’에 합류해 1992년 공천을 받아 대전 대덕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다. 1996년 재선 도전에 실패한 그는 1997년 ‘3김 청산’을 이유로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2000년 대전 대덕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김 회장은 2년 만인 2002년에 노 전 대통령을 돕겠다며 한나라당을 탈당, 개혁국민정당을 창당해 노 전 대통령을 측면 지원했다.

2003년 노 전 대통령 당선 후 열린우리당에 합류한 김 회장은 공천을 받아 대전 대덕에서 3선 의원으로 당선됐다. 2008년 국회의원 선거와 2010년 대전시장 선거에서 낙선했던 김 회장은 선거 패배로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김 회장은 3선 의원 동안 당적을 ‘꼬마 민주당’, ’한나라당’, ‘열린우리당’으로 옮겨타며 진보→보수→진보를 넘나들면서 양측 진영에서 ‘철새’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7월 15일 대전시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백선엽 장군 안장식에서 육군 의장대원들이 백 장군의 영정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국가보훈처 제공
◆정쟁으로 몰고 가는 전가의 보도, ‘보수=친일’프레임?

김 회장의 친일청산 주장은 취임 후 계속 이어졌다. 지난해 광복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친일찬양 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고 백선엽 장군의 국립현충원 안장 논란에 대해 “국민의 정서상 그가 살아온 친일 반민족 행위나 그 이후에, 해방 이후에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하고 한 그런 사태에 대해서 지금 반대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우리가 이해해야 될 것 같다”며 “독립군을 토벌하던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국군 육군참모총장이 됐다. 그중에 한 명이 바로 백선엽”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최근 국립묘지에 안치된 친일 인사 묘를 강제 이전하는 ‘파묘(破墓)법’(국립묘지법 개정안)이 추진되면서 김 회장의 ‘친일청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 회장의 ‘보수=친일’ 낙인찍기가 과거 ‘철새’로 대표되던 취약한 정치 기반을 만회하고 존재감 부각을 위한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통합당 “국민 이간질”… 반기문 “진영논리 따라 지지세만 구축”

미래통합당은 16일 논평에서 “광복회를 정치적 망치로 휘두르려는 김 회장은 각성하라”며 “대한민국 독립운동 정신의 본산을 사유화하려 하지 말라. 75년 전의 극심한 갈등으로 회귀하고 싶은가. 광복절이 상처를 입었다”고 김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좌파의 우파 공격 핵심 전술인 친일 몰이가 초대 대통령과 애국가마저 부정하는, 즉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며 “우파가 좌파를 빨갱이로 좌파가 우파를 토착 왜구로 단죄하는 세태가 지속한다면 대한민국은 결코 미래로 나갈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장제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국민을 이간질하는 것이 바로 매국 행위”라며 “광복의 벅찬 감격마저도 편 나누어 찢어발기고, 증오하고, 저주하는 기념식이 왜 필요하냐”고 성토했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광복 75주년을 기념해 낸 메시지에서 국민 화합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평등과 공정, 그리고 정의를 국정 철학의 하나로 내세웠습니다. 국민이면 누구든지 마땅히 누려야 할 가치”라며 “그러나 이 가치가 정권 차원에서 그리고 선택적으로 주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그 속에서는 화합과 결속이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지금 이로 인한 폐해가 그대로 국민의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정부는 유념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 애국정신과 세계시민 의식으로 무장된 국민이 국가의 미래를 개척해 나아갈 것”이라며 “국가 지도자들이 당장의 정치적 이득에 얽매여 이념과 진영논리에 따른 지지 세력 구축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숙고해 보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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