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혼란 부른 경제 조급증

박은하 기자 2020. 8. 16.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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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 "거리 두기 안 끝났는데 외식·여행하라니 의아"
할인쿠폰 중단..전문가 "지금은 방역이 최우선 부양책"

[경향신문]

서울과 경기 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지난 3월 수준으로 증가하고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적용되면서, 한국 경제의 3분기 반등 여부도 불확실해졌다.

16일 0시를 기준으로 정부는 외식·여행·전시·공연 등의 할인쿠폰 지급을 중단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서울·경기 지역의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시킨 데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의 농어촌 관광 30% 할인권, 문화체육관광부의 공연·영화·전시·체육·숙박·여행 6종 할인권의 신규 발행을 중단했다. 농식품부의 외식 지원 쿠폰은 14일 오후 4시부터 적립을 시작한 지 32시간 만에 중단됐다. 다만 온·오프 매장 병행 사용이 가능한 농수산물 할인쿠폰은 계속 발행된다.

내수 부양을 하려던 정부의 정책도 차질을 빚게 됐다. 코로나19에 긴 장마까지 더해져 휴가철 특수가 실종된 상황이다. 중부지방 기준 6월24일부터 시작된 장마가 54일 동안 지속되면서 호텔 체인 등을 제외하고는 한강 등 도심 나들이객과 피서객이 감소했다. 시장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는 GS리테일의 경우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0.9%, BGF리테일은 3.8%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물리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던 소비가 다시 위축돼 유통업체들의 실적은 더 악화될 수 있다.

장마로 인한 농수산물 가격 상승, 고용악화 등도 악재다. 지난달 채소류 가격은 16.5% 올랐다. 6~7월 감소폭이 줄며 개선 기미를 보이던 수출은 8월 들어 열흘간 일평균 수출액이 12.7% 감소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에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면서 해외 소비도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기가 V자형으로 빠르게 반등한다는 점이 희망적이지만, 미·중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부정적인 요인이다.

정부는 3분기에 최대한 실적을 내야 올 성장률을 플러스에 근접하게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경제 살리기 조급증이 방역에 대한 국민의 혼란을 불러왔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6월 대한민국 동행세일, 이번 발급 중단된 8종 소비쿠폰 지급 등이 포함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3분기에는 코로나19의 확산이 종식된다고 전제했다”고 말했다.

내수 소비가 위축된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두려움으로 대외활동을 줄인 때문인 만큼 방역이 가장 효과적인 경기부양책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일일 확진자 수 50명선을 경제활동과 방역이 공존 가능한 수치로 보고 있다. 지금 추세가 계속된다면 의료체계 붕괴로 인한 위기가 올 것”이라며 “지금은 우선순위를 바꾸어 방역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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