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중도 공략하던 통합당, '전광훈-태극기'에 발목 잡히나

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2020. 8. 17.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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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중도층 공략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미래통합당이 코로나19 재확산 추세 속에서 이른바 '전광훈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극우 성향의 태극기세력을 이끌고 있는 사랑제일교회 전 목사가 자가격리 지침까지 어기고 8‧15 광화문 집회를 주도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통합당은 침묵 중이다.

통합당은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했을 뿐, 자가격리를 위반한 전 목사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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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코로나19 재확산 관련 '전광훈 책임론' 언급 없어
親호남‧중도 행보 속 태극기세력 포용까지..'딜레마' 전전긍긍
당내선 무대응 전략에 무게..극우세력 눈치보기 일각 지적도
전광훈 목사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보수단체 광복절 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이한형기자
호남‧중도층 공략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미래통합당이 코로나19 재확산 추세 속에서 이른바 ‘전광훈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극우 성향의 태극기세력을 이끌고 있는 사랑제일교회 전 목사가 자가격리 지침까지 어기고 8‧15 광화문 집회를 주도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통합당은 침묵 중이다.

당내 다수 의원들이 반(反)정부 세력 규합 차원에서 전 목사 등 태극기세력과 선긋기를 주저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중도층이 또 이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포문 연 여권, 코로나19 재확산 책임론 제기…통합당은 ‘전략적 침묵’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를 계기로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산세가 급격히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 주요 인사들은 16일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사랑제일교회 등 일부 교회가 주도한 광화문 집회 강행 사태에 대해 “국가방역 시스템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며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작심 비판했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당권주자들 사이에선 비난과 함께 전 목사에 대한 보석 결정을 취소 후 재차 구속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반면 통합당 측은 잠잠했다. 통합당은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했을 뿐, 자가격리를 위반한 전 목사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다만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모든 국민은 정부 대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한다”고만 했다.

반정부 기치를 걸고 집회를 강행한 세력들과 규합 가능성을 고려한 포석으로 읽힌다. 코로나19 재확산 책임론에 직면한 전 목사에 대해서도 언급 자체를 하지 않은 것이다. 앞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광복절 집회에 당 차원 참석엔 선을 그었지만, 개별 의원들의 참여는 지도부 차원에서 막을 수 없다는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당 소속 현역 의원 중에선 홍문표 의원만 광복절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지역구 주민들 중 30여명의 종교인들이 집회에 왔다고 해서 잠시 격려 차원에서 만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무대응 전략 vs 신속한 선긋기…통합당 ‘전광훈 딜레마’

통합당 내에선 일단 ‘무대응 전략’이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5‧18정신과 경제민주화를 담은 정강정책 개정과 친(親)호남 행보를 통해 중도층 확장을 노리는 차원에서 태극기세력과 결별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내 한 수도권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광복절 집회엔 전광훈 목사 세력만 있던 것도 아니고 탈원전 반대, 의사협회 등 다양한 단체들이 있었는데 굳이 전 목사만 비판할 필요는 없다”며 “지금은 집회에 대해 동조도, 반대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한 초선의원도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논란이 될 것”이라며 “전 목사에 대해 어떤 언급을 하든 우리당이 오해를 살수 있다. 그래서 논평을 못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의 침묵이 길어질 경우, 자가격리 조치까지 위반하며 집회를 강행해 전염병 재확산의 원인을 제공한 전 목사를 자칫 옹호하는 듯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전 목사는 통합당의 전신 자유한국당 시절 황교안 전 대표가 주도한 장외투쟁에 적극 참여해 당과 가까운 이미지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 한 재선의원은 통화에서 “수도권 중도 민심으로 볼 땐, 코로나 재확산 위기에서 집회를 연기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중도층을 고려한 스탠스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내 관계자는 “사실 전 목사는 보수를 망치는 주범이다. 빨리 선을 그어야 한다”며 “침묵하는 것 또한 국민들에겐 동조하거나 묵시적 인정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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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sagamo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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