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정의당 "빚만 40여억원"..'포스트 심상정' 부재 속 재정난까지

윤지원 2020. 8. 1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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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돌파는 차기 당대표의 몫 될 듯
9월 조기 동시당직선거 당대표 후보군에
배진교·여영국·김종철·김종민 등 거론

'민주당 이중대'. 조국·윤미향 사태에서 정의당이 빠진 가치의 위기는 재정의 위기마저 불렀다. 21대 총선에서 진 빚만 40여억원에 달한다.

오는 9월 당대표 등을 새로 선출하는 조기 동시당직선거를 치르지만, '포스트 심상정'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에서 이른바 '진보정당의 위기'를 거론하는 이유다.

■ 총선 참패로 진 채무 45억원

17일 정의당 복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21대 총선은 정의당에 44억~45억원의 부채를 남겼다. 당 관계자는 "지난 총선에서 지역구에 총 73명의 후보를 냈다"며 " 당이 각 후보들에게 3000만원 가량을 지원했었는데 이렇게 진 빚만 헤아려도 20여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정의당 현역 의원 6인은 매달 세비의 절반을 특별당비로 납부하고 있을 정도로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다. 4급 보좌관보다 실수령 월급이 적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원래는 특별당비가 세비의 25% 수준(220만원)이었는데 앞으로 1년 간은 세비의 50% 가량(450만원)을 특별당비로 납부해야 한다"며 "지난 총선에서 큰 꿈을 품으며 무리를 했다"고 전했다.

21대 총선에서 정의당은 원내교섭단체(20석) 구성을 목표로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에 사활을 걸었다. 민주당 협조를 구하려고 '조국 국면'에서 침묵했지만 뒤통수를 맞았다. 미래통합당에 이어 민주당도 비례위성정당을 꾸리며 정의당은 총선에서 참패했다.

재정난은 지난 13일 발표된 정의당 혁신안에도 영향을 미쳤다. 중점적으로 검토했던 '당비 1000원' 지지당원제 도입이 결국 최종안에서 빠진 것이다. 기존 진성당원제가 월 1만원 당비를 요건으로 삼으며 가입 문턱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많았고, 혁신안 수립 과정에서 '당원제의 다각화'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정의당 관계자는 지지당원제 도입이 최종 불발된 배경을 "재정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 당비를 낮추는 결단이 쉽지 않았다"며 "진성당원과 지지당원 간 형평성 논란이 예상됐고, 그동안 1만원을 내 온 진성당원들이 1000원만 내도 되는 지지당원으로 전환하고자 할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신 부실재정을 메우기 위한 방안들이 포함됐다. 혁신안은 20억원 모금을 목표로 한 '정치자금모금위원회 신설'과 '매월 1000만원 후원금을 납부하는 후원회원 조직' 개설 등을 제시했다.

■혁신 없는 혁신안

'가치 혼선'이 부실재정으로 이어진 모습이지만, 정작 혁신안에 '가치 쇄신'이 빠졌단 비판도 나온다. 정의당 혁신위는 지난 5월 출범 당시 과제로 당 비전과 정책의 혁신, 당 정체성 재구축 등 전면적 변화를 내걸었다. 그러나 이들이 마련한 혁신안은 '부대표 확대 및 당대표 권한 축소' 등 지도체제 개편을 골자로 할 뿐, 가치 노선을 새로이 노정하진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소득불평등 극복, 생태사회로의 전환 등과 같은 낯익은 6가지 방향이 열거된 정도다.

성현 혁신위원은 지난 13일 혁신안 발표 간담회 현장에서 공개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혁신위는 심상정 대표의 (총선 실패) 책임 면피용으로 만들어진 기획이며, 그 기획조차도 실패했다"며 "부대표 수가 5명이 아니라 3명이라 실패했고, 강령 개정을 안 해서 (총선에) 실패했느냐. 당원들이 절망에 빠져 있어 혁신위를 출범시켰는데, 해결 방안이 담기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성 위원은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민심이 원하는 주제에 대해 독자성, 선명성 등을 먼저 내거는 것이 진보 정당의 역할인데 그런 것들을 못한 게 정의당의 문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민주당의 지지율이 추락했지만, 정의당이 입은 반사효과는 전무한 수준이다. 지지율은 반등 없이 5% 안팎에 머무른다. 청와대 참모진 다주택 논란·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등 여당의 '도덕적 흠결'이 민심 이반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데도 정의당이 진보 정당으로서 차별화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포스트 심상정은 누구

이 같은 정의당의 총체적 위기 돌파는 차기 당대표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심 대표가 총선 부진의 책임을 지고 조기 사퇴함으로써 오는 9월 조기 동시당직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당대표 후보군도 서서히 윤곽을 보이고 있다. 배진교 원내대표, 여영국 전 정의당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진보정치 2세대' 주자로 꼽히는 김종철 선임대변인, 김윤기 대전시당 위원장과 김종민 부대표, '땅콩회항' 사건을 폭로했던 박창진 정의당 갑질근절특별위원장 등도 거론된다.

당권 도전에 대한 정의당 인사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심 대표를 대체할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는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20대 국회에서)내가 당대표 선거에 나설 때에도 사람들이 이정미가 누구냐고 했다"며 "우리 정의당에서 '심상정·노회찬'만이 당대표를 해왔던 것은 아니지 않나. 기회가 없었던 것이지 역량을 쌓아온 이들이 많다"고 반박했다. 이어 "당이 쉽지 않는 상황이라, 정의당 색깔을 잘 드러내며 국민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분이 당대표를 맡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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