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일본 경제..2분기 성장률 사상 최악

정환보 기자 입력 2020. 8. 17. 15:46 수정 2020. 8. 1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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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7일 일본 도쿄의 한 쇼핑센터 앞에서 마스크를 쓴 쇼핑객들이 줄을 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일본 도쿄의 대형 쇼핑센터는 입장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이 제한돼 있다. 도쿄|AP연합뉴스


세계 3위 ‘경제대국’ 일본의 2분기(4~6월) 경제성장률이 사상 최대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지난해 4분기부터 역성장이 시작돼 이번까지 3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여기에다 감염병 재확산에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실정이어서 일본 경제가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질 것이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일본 내각부는 17일 물가 변동 영향을 제외한 올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7.8%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추세가 1년 지속할 경우로 산출한 실질 GDP 증가율은 -27.8%(연율 환산치)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의 -17.8%보다 10%포인트 낮은 수치로, 관련 통계를 역산할 수 있는 1955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역성장이다.

이 같은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지난 4~5월 일본 전역에 발효된 ‘긴급사태’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긴급사태 선포에 따른 외출자제령·이동제한령 등으로 2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 대비 -8.2%를 기록했다. 외식·여행·숙박업 등이 1~3월에 비해 본격적으로 타격을 입으면서 일본 GDP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급감했고, 이것이 전체 성장률 하락을 주도한 것이다.

수출은 상황이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앓으면서 ‘수출강국’ 일본을 떠받치는 수출은 자동차 제조업 등을 중심으로 18.5% 급감했다. 수입 또한 원유 수요가 줄어들면서 0.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투자’ 부문만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긴급 경제대책의 일환으로 정부의 재정지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지난해 4분기부터 ‘마이너스’를 기록한 일본의 성장률은 세 분기 연속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3개 분기 연속 역성장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처음이다. 통상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나타난 경우 ‘경기침체(recession)’로 분류하는데, 일본은 미국·중국 등 주요국에 비해 한걸음 빨리 침체에 들어선 데 이어 그 상황이 더 악화된 것이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일본 경제재생담당상(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4~5월 긴급사태 선언으로 경제가 인위적으로 멈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면서 “이를 저점으로 삼아 경제를 성장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밝혔다. 재난지원금 성격의 특별정액 급부금(1인당 10만엔·약 111만원) 등의 정부 정책 효과로 미국·유럽 등에 비해 감소폭을 억제했다는 견해도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긴 불황의 터널이 이제 시작일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긴급사태가 전면해제 상태인 3분기(7~9월)에는 명목 GDP를 약간 끌어올릴 수 있겠지만, 코로나19 확산세를 누그러뜨리지 못한다면 결국 침체의 늪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코로나19 환자는 지난달 말 이후 거의 매일 하루 1000명 이상씩 증가해 16일까지 누적 확진자는 한국의 4배에 육박하는 5만6926명(NHK 집계 기준)에 이르렀다.

앞서 확연한 재유행 추세에도 일본 정부는 여행 장려 정책인 ‘고 투(Go To) 트래블’을 밀어붙였다. 1조3500억엔(약 15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내수가 살아나기는커녕 코로나19 환자 수와 정부 비판 여론만 더 늘어났다. 대규모 3차 부양책이 발표될 가능성이 있지만, 일본은 물론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재확산 추세에 내수와 수출 모두 당장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5월 일본의 유력 싱크탱크인 일본경제연구센터(JCER)는 지난해 3분기 수준의 GDP를 회복하는 시점은 일러도 내년 후반기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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