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상 등교는 포기해야 하나요"..2학기 시작한 학교 '혼란'

이성희 기자 2020. 8. 17.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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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3분의 1'만 등교에
기존 학사일정 급수정 진땀
학생·부모·교사 모두 답답
감염·학력격차 불안 '이중고'

[경향신문]

학교들이 18일부터 일부 초·중학교를 시작으로 2학기 개학을 할 예정인데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있어 교육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17일 서울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 앞을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서울 A초등학교는 2학기 개학을 하루 앞둔 17일 부랴부랴 각 가정에 ‘등교일수 재조정’을 알렸다. 지난주만 해도 ‘2학기에는 분반 없이 학년에 따라 주 3~4회 등교하겠다’고 공지했는데, 일주일도 안 돼 ‘1학기 방식대로 등교하겠다’고 다시 알린 것이다.

코로나19가 서울·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재확산하면서 교육당국이 등교인원 제한 지침을 강화한 데 따른 것으로, 당장 18일 개학하는 일부 학교 현장은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은 다섯 차례 연기 끝에 순차적으로 이뤄졌던 지난 1학기 등교수업을 떠올리면서 “올해 정상 등교는 포기해야 하는 것이냐”며 걱정하고 있다.

교육부는 다음달 11일까지 수도권 유치원 및 초·중학교의 등교인원을 재학생의 ‘3분의 1’로 제한했다. 비수도권에는 ‘3분의 2’ 제한을 권고했다. 당초 교육부는 기초학력 저하와 학습격차 확대 등을 우려해 2학기 등교인원을 ‘3분의 2’로 늘리는 등 등교수업 확대 방안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신규 확진자가 연일 세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학생 확진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11일부터 17일 0시까지 서울에서만 강남·서초·노원·성동구 등에서 학생 확진자가 19명 발생했다. 경기도에서는 학생 2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이날 파주에서만 4명이 늘었다. 부산에서도 학생 확진자가 총 10명으로 증가했다.

지침이 바뀌면서 일선 학교들은 학사일정을 급히 바꾸고 있다. A초등학교의 경우 원래 18일 개학 당일 4개 학년 학생이 등교할 예정이었으나 3개 학년의 절반만 학교에 오도록 했다. 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2학기 등교일수가 줄 것으로 예상되자 개학날에도 영어와 과학 등 교과목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경기도 B중학교도 ‘3분의 2’ 지침에 따라 일주일에 2개 학년이 매일 등교하는 방식으로 학사일정을 짰다. 그러나 등교인원이 ‘3분의 1’로 묶이면서 학사 일정을 일부 조정해야 한다. 학부모 C씨(43)는 “개학이 코앞인데 학교에서는 아직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격상하는 걸 보고 2학기에도 (아이가) 주 1회 정도만 학교에 가겠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교육부 지침은 한시적인 것이어서 다음달 11일 이후 상황이 또 바뀔 수 있다. 앞으로도 코로나19 확산 여부에 따라 등교일수가 줄었다 늘었다 할 수 있는 것이다. A초등학교 D교사는 “매주 가정에 배포하는 주간 학습계획을 학기 계획에 맞춰 세우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바꾸고 있다”며 “불확실성을 안고 살아가는 요즘”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코로나19 감염을 불안해하면서도 온라인 수업에 따른 학력격차를 우려하고 있다. 경기 동탄에 사는 E씨(45)는 “(코로나19 유행이) 조금 괜찮아졌나 싶으면 또 번지는데 날씨가 추워지는 2학기가 더 걱정”이라며 “아예 가정학습을 할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의 F씨(39)는 “우리 아이는 일주일에 한 번 학교에 가는데 매일 등교하는 지역도 있다고 하니 학력격차가 벌어질까 걱정”이라며 “주 1회 등교로 확정되면 학원을 한 군데 더 보낼까 싶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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