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아 칼럼]민주당, 부동산 '너머'를 보라

김민아 토요판팀 선임기자 2020. 8. 1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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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1일 ‘제21대 총선 평가 토론회’를 열었다. 윤호중 사무총장이 좌장을 맡고, 정해구 전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이 발제에 나섰다. 정 전 위원장은 민주당의 총선 압승 요인으로 ‘20~40대의 지지’를 꼽았다. “젊은 세대의 감수성에 좀 더 섬세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정작 토론자 4명을 포함해 무대에 오른 6명은 모두 50~60대 남성이었다. 요즘 정부·지자체나 공공기관들은 각종 위원회를 구성하거나 토론회를 열 때 세대·성별 안배에 신경을 많이 쓴다. 정작 40대 이하와 여성의 강력한 지지로 176석을 얻은 집권여당의 토론회는 달랐다. 단순한 해프닝이었을까.

김민아 토요판팀 선임기자

토론회로부터 4주가 흐른 지금, 민주당 지지율이 미래통합당에 뒤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리얼미터가 17일 공개한 주간 여론조사(10~14일)를 보면 민주당은 34.8%, 통합당은 36.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리얼미터 주간 통계 기준으로 보수정당이 민주당을 앞선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2016년 10월 이후 3년10개월 만이다. 양당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만큼 통계적으로는 동률이다. 다만 여론조사는 수치보다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 민주당 지지율은 7월 초 40%선이 무너진 뒤 하락세를 보여왔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43.3%, 부정 평가는 52.6%로 나타났다. 지난 14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선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40%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조국 사태’ 당시와 같은 39%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권 주류의 인식은 지지율 하락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쪽에 가까운 것 같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심기일전해서 당면 문제에 총력을 기울이며 뚜벅뚜벅 국정현안을 챙겨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진성준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상황적 요인이 더 크다. 박원순 시장 문제도 나왔고, 부동산 폭등 상황에 호우 피해까지 컸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좀 지나면 호우 피해도 없어지지 않겠나. 부동산 시장도 안정되면 상황 요인은 제거될 거다. (반등의) 계기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가격 급등과 호우 피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이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은 타당하다. 그러나 호우 피해가 복구되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면 지지율이 반등할 것이란 전망은 ‘위시풀 싱킹(wishful thinking·희망사항)’에 그칠 수도 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우리는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라고 믿는다”는 명문장을 남겼다. 패러디하면, 정치인은 ‘대중은 단순하게 정치적 의사를 바꾸는 사람이고, 나는 고도로 복잡한 정치적 행위를 하는 사람’이라 믿을지 모른다.

틀렸다. 대중은 단순하지 않다. 집값이 내려간다고 그동안의 분노와 좌절감까지 모두 잊힐 리 없다. 정치에서 ‘내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태도’이다. 직(職)보다 집을 택했다는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경질됐으니 넘어가자. 동반사표 내자고 해놓고 자신은 자리를 지킨 비서실장이 있다. ‘그렇게 해도 집값 안 떨어진다’는 여당 의원도 있다. 박 전 시장의 죽음을 두고 “‘미투 처리 전범’을 실천했다”던 또 다른 의원도 있다. 모두 핵심 지지층인 20~40대와 여성을 실망시킨 이들이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17일 ‘위기에 마주 설 용기가 필요합니다’란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당내 소신파로 꼽혀온 조 의원은 “좋은 게 좋다고, 더 이상 미운털 박힐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수시로 자기검열 했음을 고백한다”면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 ‘지금까지 해온 대로 잘하자’ 식의 정면돌파론은 위기를 더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라도 국민 눈높이, 국민 정서와 싱크로율을 높여야 한다. 국민과 괴리되지 않는 상황 인식이나 정책 방향이 절실하다”며 당의 획기적 변화를 촉구했다. 앞서 남인순 최고위원은 민주당 소속 부산시의원 성추행 문제와 관련해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조차 드리기 죄송한 상황이 됐다. 이번에 민주당이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떠나간 민심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자성했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독립적 헌법기관이다. 조·남 의원과 같은 목소리들이 더 커져야 한다. 그 소리가 주권자에게 가서 닿아야 한다. 지지율은 주권자의 마음이 움직일 때 돌아올 것이다. 문제는 ‘부동산 그 이상’이다.

김민아 토요판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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