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 서울·부산 보궐선거에 야당의 사활을 건다

김대중 칼럼니스트 입력 2020. 8. 18. 03:20 수정 2020. 11. 1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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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여당이 죽을 쑤고 야당이 호기를 잡아도 야당이 공천 잘못하거나 잡음이 일면 '말짱 도루묵'
김대중 칼럼니스트

지난 3년간 문재인 정권의 폭정으로 실의에 빠져있던 보수 진영이 모처럼 웃고 있다. 집권 좌파 정권이 제풀에 망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4·15총선에서 압도적 우세를 차지하면서 그들의 권세는 하늘을 찌를 듯 기고만장했다. 울산선거·조국·윤미향 등 권력비리 사건을 덮고 추미애씨를 내세워 검찰을 ‘애완용 검사’들로 대체(代替)하는 오만을 떨었다. 급기야 부동산 정책에서 국민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오히려 ‘우리는 잘하고 있다’며 염장을 질렀다. 마침내 여론조사에서 미래통합당이 더불어민주당을 앞섰다. 대통령 평가에서도 부정이 긍정을 앞섰다. 문 정권은 잘못된 정책들을 멈추거나 바꿀 생각이 없다. 이 정권은 끝까지 ‘마이웨이’다.

한때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정치의 순환에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4·15 총선 직후 2년 뒤 대선에서 정권을 교체하는 것은 무망(無望)하다고 봤다. 야권이 제대로 정비를 잘해야 4년 뒤 총선에서 실지(失地)를 회복할 기회가 있고, 그래야 다음 대선에서 명실상부한 보수 진영의 복귀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나마 희망적인 얘기였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서울과 부산의 보궐선거가 중간에 등장했다. 부산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서울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사망으로 인해 내년 4월 보궐선거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이 선거의 결과에 따라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은 크게 변동할 것이고 그 결과는 당연히 그로부터 1년 후에 치러질 대선의 판도를 좌우할 것이다. 보궐선거는 8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문제는 야당이 보궐선거에 누구를 후보로 세우느냐에 있다. 민주화 이후 역대 모든 선거의 판도를 좌우한 것은 첫째 공천이고 둘째 단일화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특히 보수 진영에서 극명하게 입증됐다. 선거 때마다 공천 잘못해서 망했고 단일화 못 해서 다 이긴 선거를 좌파 진보 진영에 내준 것이 지난 20여 년 선거의 흑역사였다. 박근혜 대통령 때 친박공천 파동으로 선거에서 졌고 4·15 지난 총선에서도 황교안 세력의 공천 잘못으로 참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거슬러 올라가 이회창씨는 이인제씨를 포용하지 못해 김종필을 업은 김대중에게 참패했고 노무현은 정몽준을 단일화로 묶어 대권을 잡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한 인터뷰에서 "김대중·노무현의 대선 승리는 당연한 것이 아니고 의외의 특수한 조건들이 결합돼 만들어진 우연의 승리"라고 술회했다.

아무리 여당이 죽을 쑤고 야당이 호기(好機)를 잡아도 야당이 공천 잘못하거나 그 과정에서 잡음이 일면 그야말로 '말짱 도루묵'이다. 이념적 연대성이 강한 좌파들은 분파하거나 분열하면 그 세계에서 매장당할 수 있지만 그런 장치나 정서가 없거나 약한 보수 우파 진영은 대체로 자기 사람 심기에 골몰하고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자만심으로 헛발질하기 일쑤였다.

야권에 있어 서울·부산 보궐선거의 핵심도 바로 거기에 있다. 공천 잘하면 살고, 구태의연하게 누구 줄 타고 어느 분파 믿고 장난질하면 야당 죽고 나라 거덜 나기 십상이다. 누구를 공천할 것이냐도 중요하지만 공천 과정이 투명하고 객관적이며 잡음이 없는 것이 중요하다. 정확하고 공정한 조사를 통한 여론의 집약이 필수적이다. 당의 정책 노선이나 이념성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여론을 되도록 많이 반영하는 절차가 도입돼야 한다. 정치는 책임질 줄 아는 프로(정치인)가 하는 것이 맞는다. 프로들이 신통하지 않다고 단발로 인기를 탄 비(非)프로나 연예·인기인들을 들여다보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런 요건들을 잘 체득해서 관리할 지도부의 역량이 지금 야당에 있느냐가 승패의 또 다른 관건이다.

진중권씨는 미래통합당 지도부가 최근 5·18을 함께 기념하고, 세월호 진상조사에 협력하고, 두 대통령의 구속에 대해 사과하려 하는 것은 평가할 만하다며 박근혜 사면 요구, 4대강 재평가, 건국절 논쟁, 개표 조작(4·15 총선) 주장을 ‘퇴행적 행태’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그들 행보가 통합당의 진심인지, 아니면 세태의 눈치를 보는 기회주의적인 것인지 묻고 싶다. 그것이 이번 보궐선거와 다음 대선에서 보수 진영의 사활이 걸린 문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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