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 피하려다 '위장전입' 만났나? 靑 인사기준 '흔들'

신은별 2020. 8. 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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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지 국세청장 후보자 3차례 위장전입 의혹
野 "딸 교육·부동산 투기 목적"  vs 金 "사실무근"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고용진 기재위 위원장 직무대행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핵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기재위 전체회의에서는 국세청장후보자(김대지)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을 의결했다. 2020.8.13/뉴스1

김대지 국세청장 후보자가 3차례나 위장전입을 했고, 자녀 교육과 부동산 투기 목적이었다는 의혹이 17일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김 후보자를 내정했다. 청와대의 '다주택 참모 주택 처분 논란'이 한창일 때로, 당시 청와대는 김 후보자가 "무주택자”임을 앞세웠다.

미래통합당은 "김 후보자의 잇단 위장전입은 딸의 8학군 진학과 주택청약에 유리한 조건을 점하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위장전입은 역대 고위 공직자들의 단골 낙마 소재였다. '청와대가 다주택자만 피하려다 부실하게 검증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 후보자는 "통합당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여야의 거친 공방이 예상된다.

김대지 국세청장 후보자. 국세청 제공

野 “딸 8학군 진학, 주택청약 목적 3차례 위장전입"

유경준 통합당 의원은 17일 김 후보자와 가족이 위장전입을 3차례 한 기록을 공개했다. 김 후보자는 캐나다 연수를 마치고 2009년 귀국하면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로 전입 신고를 했다. 배우자와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딸의 주소는 연수 전에 살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에 그대로 뒀다. "가족이 잠실동에 함께 살면서도 딸을 대치동 8학군 학교에 진학시키기 위해 위장전입한 게 아니냐"는 게 유 의원이 제기한 의혹의 골자다.

부산에 살던 김 후보자 모친은 2010년 8월 김 후보자의 잠실동 아파트로 주소를 옮겼다. 김 후보자 가족은 이듬해 1월 김 후보자 처제가 사는 서울 역삼동 아파트로 이사했다고 신고했다. 모친도 함께였다. 사돈끼리 동거를 하는 게 흔한 사례는 아니다. “청약 가점을 받기 위한 전입신고”라고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후보자는 강남구 자곡동 임대아파트 전세권을 갖고 있다. 2015년 7월 해당 아파트에 전입 신고를 했지만, 이후 4년 가까이 부산과 세종에서 근무했다. '실거주용 전세권'이 아닐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같은 기간 김 후보자의 배우자와 딸은 딸의 대학과 가까운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아파트에 전세를 살았다.

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김대지 국세청장 후보자는 과거 서울 잠실동에서 실거주하는 딸의 주소지를 대치동 은마아파트로 등록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유경준 미래통합당 의원실은 "교육 목적의 위장전입"이라고 주장한다. 뉴시스

김 “납득할 사정" vs 野 "납득 안돼”

김 후보자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대치동 아파트에 딸 주소지를 둔 건 “새로운 초등학교로 가는 것에 어려움을 호소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와 배우자, 딸은 2년 뒤 강남구 역삼동으로 이사했고, 딸은 8학군 소재 진선여중에 입학했다.

모친이 서울로 주소지를 옮긴 것에 대해 김 후보자는 “건강이 좋지 않아서 병원에 다니려고 한 것일 뿐, 모친 전입 신고로 청약 혜택을 본 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유경준 의원 측은 “병원 치료와 주소지 이전이 무슨 상관이냐”고 반박했다. 김 후보자는 ‘후보자와 배우자의 아파트 청약지원 내역’을 제출하라는 통합당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자곡동 전세 아파트는 “주말, 서울 출장 때 썼다”고 김 후보자는 설명했다. 임대인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실거주 여부를 점검했고, 인근 지역 신용카드 이용 내역으로 실거주를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해당 아파트가 계약금(30%), 중도금(40%), 잔금(30%)을 순서대로 치르면 소유할 수 있는 ‘분납임대주택’이라는 점은 석연치 않다. 유 의원은 김 후보자가 투자 목적으로 해당 아파트를 구매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2025년 분양 전환으로 10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얻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기간 배우자, 딸이 북아현동에 거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출장용 서울 아파트가 따로 필요했다'는 해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회원들이 1일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청와대 다주택 공직자의 주택처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대지는 무주택자” 라던 靑… 野 “사실상 1주택”

통합당은 “김 후보자는 사실상 1주택자로, 무주택자라는 청와대 설명은 허위"라고 주장한다. 자곡동 분납임대주책이 할부로 주택을 구매하는 개념이므로 실질적 무주택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청와대가 부동산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김 후보자를 무리하게 무주택자로 포장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대목이다.

청와대가 다주택자 배제를 우선 검증 순위에 두다 보니, 위장전입 문제를 만만하게 봤을 가능성도 있다. 위장전입은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불법적 재산 증식, 연구 부정행위, 음주운전, 성범죄 등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자 7대 인사 기준'에 속한다.

위장전입 인사 배제 기준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인사청문제도가 장관급까지 확대된 2005년 7월 이후 2회 이상 위장전입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김 후보자가 위장전입 의혹 3개 중 2개를 해소하면 '원칙적으로는' 걸릴 게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불법도 아닌 고위공직자의 '다주택'은 금지하고 명백한 불법(주민등록법 위반)인 '위장전입'엔 눈 감는 것은 중대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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