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제일교회' 집단 확진에 퍼지는 기독교 혐오 논란

한승곤 2020. 8. 1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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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19 확진자 400명 넘어서
일부 시민들 "기독교 혐오스러워" 비난 쏟아내
전문가 "불확실성이 클 때는 개인 아닌 집단에 책임 전가하는 경향 있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슬기 인턴기자] "기독교 진짜 혐오스럽네요." , "코로나 방역수칙 좀 지켜주세요."

서울 성북구 소재 사랑제일교회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것을 계기로 기독교계에 대한 섣부른 비판 여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문제는 비판을 넘어 특정 종교 혐오로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 전문가는 책임 소재를 따지는 과정에서 개인 보다는 집단에 대한 비판이 더 효과적이라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한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신자들의 확진 사례가 지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전국 누적 확진자가 현재 438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 교회 교인 1명이 12일 처음 확진된 뒤 16일까지 314명, 17일 123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이에 방역 당국은 집회 참석자 전원에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을 것을 거듭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이 교회 교인 중 일부는 검사 요청에 불응하고 연락을 두절하는 등 방역 당국에 협조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랑제일교회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 감염 여파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포털 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기독교를 힐난하고 혐오감을 드러내는 게시물들이 끊이지 않고 올라왔다./사진=트위터 및 포털사이트 캡처

일부 교인들이 방역 당국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사랑제일교회를 비롯한 기독교를 향해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대학생 최 모(24) 씨는 "기독교 진짜 혐오스럽다. 이게 대체 무슨 난리인가. 일반화하면 안 되는 거 알지만, 솔직히 살면서 만났던 기독교인 중에 정상인 사람 못 봤다"라며 "맨날 교회 오라고 강요하고 유난 떠는데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 이번에도 집회 하지 말라고 정부에서 그렇게 강조를 했는데 우르르 모이고. 다들 제정신 아닌 거 같다"라고 비난했다.

포털 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기독교를 힐난하고 혐오감을 드러내는 게시물들이 끊이지 않고 올라오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 A 씨는 "대한민국 기독교 진짜 혐오스럽다. 코로나가 그 사회의 어둠을 보여준다는 얘기가 있는데 한국의 병은 기독교계 사이비가 아닌 기독교 그 자체다"라며 힐난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기독교 전체를 향한 비난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직장인 남 모(25) 씨는 "당국의 방역 수칙을 계속 잘 지키면서 예배하는 교회들도 많은 거로 알고 있다. 특히 온라인 예배 위주로 하는 교회들도 많지 않나. 물론 검사 요청에 불응하는 것은 잘못됐다. 그러나 일부의 잘못된 모습을 가지고 기독교라는 종교 자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남 씨는 "평소에도 워낙 기독교를 향한 안 좋은 시선이 많아서 이런 일이 터지면 더 쉽게 비난과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 같다. 잘못은 일부가 하는 데 왜 비난의 시선은 전체가 감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토로했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일부 보수단체 주최로 문재인 정권 부정부패·추미애 직권남용·민주당 지자체장 성추행 규탄 집회가 열린 가운데 광화문 일대가 일부 통제되고 있다. 이날 집회는 서울시의 집회금지명령으로 대부분이 통제됐으나, 전날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과 중구 을지로입구역 등 2곳에서는 개최가 가능해지면서 인파가 몰렸다./사진=연합뉴스

사랑제일교회 등 기독교계 전반으로 비판 여론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17일 사과 입장을 밝혔다.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코로나19 재확산의 중심에 교회가 있음을 참담한 심정으로 인정하며, 사회 모든 구성원들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한국 교회가 방역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집단적인 자기 중심성을 드러낸 바 있다. 이는 시대와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헤아리지 못한 한국 교회 지도자들의 무지와 자만, 욕망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라며 "지속적으로 궤변을 늘어놓으며 극단적 정치 행동을 이어가는 전광훈 씨의 행동은 법에 의해 판단 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 교회가 코로나19 확산 책임과 관련해 일부의 문제라는 변명을 거두고 현재의 상황을 우리 모두의 책임으로 인식해야 한다"라며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교회의 본질과 대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거듭 사과 입장을 표명했다.

전문가는 전염병과 같은 불확실성이 높을 때는 개인보다 집단 전체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특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 19와 같은 불가항력적이고 불확실성이 높을 때는 개개인보다 개개인이 속한 집단 전체를 비난하는 것이 책임의 전가가 더 커지게 된다. 책임 소재를 물어야 할 때 집단 전체를 비난하는 것이 책임 전가가 커지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특히, 부정적인 측면이 강할 때는 나와 다른 집단을 만들고 구분하면서 불안감을 회피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라며 "하나의 교회 혹은 교인의 문제를 기독교 전체의 문제라고 비난하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이지만 이를 통해 나와 다른 집단을 만들고 상대 집단을 비난하면서 안도감을 가지려는 심리가 있다. '나는 저들과 다르다'라며 타인과 나를 분리하고, 분리하는 과정에서 우월감이나 안도감 등을 갖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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