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광복절 축사 논란.."사퇴해야, 모멸감"지역에서 후폭풍

박미라 기자 2020. 8. 1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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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원희룡 제주지사가 광복절 경축식에서 한 발언을 둘러싸고 지역 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제주지역 정치권에서는 지사직 사퇴 요구까지 나왔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 15일 오전 10시 제주 조천체육관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준비한 축사 대신 즉석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제주시 을)은 1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글을 올려 “김원웅 광복회장의 제75주년 광복절 기념사는 친일 반민족 인사들이 과거에 대한 반성과 처벌없이 사회 지도층 인사로 추앙받거나 국가유공자로 추모되는 현실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라며 “하지만 원 지사는 ‘태어나보니 일본식민지였고 거기에서 신민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일반 국민으로 치환했다. 개인적 출세만을 꿈꾸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쓰는 자기 합리화를 위한 표현 아니냐”고 밝혔다. 그는 또 광복절 기념식에서 제주4·3 추모배지를 떼자는 것이 진정 제주도청 총무과장의 개인적인 생각이었느냐고도 물었다.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전 의원도 1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통해 “정치하려면 최소한 한국의 역사, 특히 근현대사 공부는 좀 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공과에서 공만 부풀어졌으니 과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애국선열들이 지하에서 통곡하겠다. 너무 어이없어 한마디 적는다”고 밝혔다.

제주도의회에서도 논란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원철 도의원은 18일 성명을 내고 “지난 광복절 행사에서 원 지사는 도지사로서의 신분을 망각한 채 도민 전체를 극우로 만드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행사를 파행으로 만들었다. ‘앞으로 이런식의 기념사를 또 보낸다면 광복절 경축식의 모든 계획과 행정집행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는 대목에 이르면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다”며 “지사직을 사퇴하고 정당인으로 되돌아가라”고 밝혔다.

원 지사가 광복절 경축식에서 제주4·3배지를 뗀 채 참석한 것에 대한 논란도 이어졌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18일 논평을 내고 “4·3의 시발점이 된 1947년 3·1절 기념대회의 주요 외침은 일제 잔재의 청산이었다”며 “광복절 경축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아 4·3 배지를 달지 않았다는 제주도의 답변은 궁색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원 지사가 광복절 경축식에서 4·3배지를 떼야하는 이유는 없다”며 “원 지사는 이번 4·3 배지 배제 논란에 대해 직접 해명하고 4·3유족과 도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5일 오전 10시 제주 조천체육관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원 지사는 김률근 광복회 제주도지부장이 대독한 김원웅 광복회 중앙회장이 기념사에 유감을 표명하고, 준비한 원고 대신 즉석에서 발언을 했다. ‘친일파 파묘’ 논란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원 지사는 “국민 대다수와 제주도민이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매우 치우친 역사관이 들어가 있는 기념사를 광복회 제주도지부장에게 대독하게 만든 처사에 매우 유감”이라며 “제주도지사로서 기념사의 내용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태어나 보니 일본 식민지인 상태에서 신민으로 살아가면서 선택할 수 없는 인생경로를 살았던 많은 사람이 있었다. 모두가 식민지 백성으로 살았던 것이 죄는 아니”라며 “다만 일본 앞잡이들은 단죄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역사 앞에서 인간은 한계가 있고, 역사 앞에서 나라를 잃은 주권 없는 백성은 한없이 연약하기 때문에 공과 과를 함께 봐야 한다”며 “해방정국을 거쳐 김일성 공산군대가 대한민국을 공산화시키려고 왔을 때 목숨 걸고 나라를 지킨 군인 중 일본군에 복무했던 분도 있었다. 한국전쟁에서 나라를 지킨 공을 보면서 역사 앞에서 공과 과를 겸허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는 많은 분의 공이 있었고, 그 공의 그늘에는 과도 있었다”며 “75주년 광복절을 맞는 역사의 시기에 이 편 저 편으로 나눠 하나만 옳고 나머지는 단죄화 돼야 하는 시각으로 역사를 조각내고, 국민을 편가르기 하는 일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원 지사의 발언에 광복회원과 독립유공자 유족은 항의했고, 독립유공자 포상을 받은 유족이 행사장을 떠나기도 했다.

한편 광복절 경축식에 원 지사와 함께 4·3배지를 떼고 참석했던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18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광복절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4·3을 상징하는 ‘동백꽃 배지’를 떼고 기념식에 참석한 부끄러운 과오를 보였다”며 “제주의 대표 기관장으로서 상처와 아픔을 드린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또 광복절 행사장에서 원 지사의 돌발발언에 대해 “말할 수 없는 모멸감을 느꼈다”며 “서로의 입장차는 있으나 (원 지사의 발언은 역사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15일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앞서 의전팀 차원에서 주요 기관장에게 ‘행사장에서 4·3동백꽃 배지를 떼자’고 제안했다고 해명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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