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버텨왔는데.." 시민들, 교회발 재확산에 분노·허탈

채윤태 2020. 8. 1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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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지침 따르며 '방콕'했는데 또..
"화가 나서 어찌할 바 모르겠다"
피로도 쌓인 의료진 "다시 원점.."
자영업자·비정규직은 생계 끊길판
학부모들 비대면 수업 연장에 속상
19일 오전 서울 중랑구 금란교회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교인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교회발 코로나19 재확산’에 방역지침을 충실히 따랐던 시민들이 분노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하는 상황에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18일 <한겨레>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살펴보니 많은 시민들이 분노와 좌절감, 허탈감을 나타냈다. 한 축구 커뮤니티에는 “공연 관람도 취소하면서, 거의 집에만 있고 홈트레이닝을 하고 지냈다. 직장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직종이라 정상적인 출근을 6개월 동안 못 하고 있었는데 허탈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 재테크 카페에는 “화가 나서 어찌할지 모르겠다. (사랑제일교회 예배 및 집회 참석자들이) 제발 검사라도 빨리빨리 받아야지 왜 안 받고 숨어 있는지 모르겠다”며 “마스크 쓰고 다니는 게 그렇게 어렵나? 누군 안 답답한지 아나? 증상이 있으면 집에서 지켜보고 검사받는 게 어려운가? 어른이면 어른답게 행동합시다”라고 분노를 나타냈다.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 있던 의료진은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다시 찾아온 ‘코로나 전투’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 전공의인 이아무개(32)씨는 “2~3주에 한번씩 레벨디(D) 보호장구를 입고 검체를 채취하고 문진을 했다. 수개월 동안 더위와 싸우며 일해왔지만, 조만간 선별진료소를 찾는 사람이 줄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컸다”며 “다시 확진자가 늘어나니 원점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의료진 모두 심적·체력적으로 지친 상황에서 사기가 매우 떨어졌다”고 말했다.

수도권 교회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비공개로 열린 긴급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정세균 국무총리가 참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미 경제적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들은 또다시 찾아온 재확산세에 좌절하고 있다. 서울의 한 네일숍을 운영하고 있는 남궁아무개(46)씨는 “여름이라 손님이 많아야 하는데, 손님이 좀 오려고 하다가 지난 주말 광화문 집회 이후 뚝 끊겼다. 하루에 2~3명 정도만 온다. 그냥 가게를 닫아야 하나 고민을 했지만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로 버텼다. 그런데 영 좋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직장을 잃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휩싸여 있다. 교육 관련 업체 비정규직 직원인 이세중(31)씨는 “비대면 강의, 학원 강의 축소로 회사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직원들에 대한 매출 압박도 커지고, 최근 다른 부서 비정규직 직원들은 대거 계약해지됐다”며 “나는 다행히 계약해지되진 않았지만, 일이 있을 때만 비정기적으로 출근하고 시급으로 급여를 받게 됐다. (재확산으로) 나도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필라테스 강사 윤아무개(40)씨는 “광화문 집회 이후 수강생이 줄었다. 개인적으로 감염 우려도 되고 수업을 나가고 있는 헬스장들이 문을 닫으면 생계가 끊길까봐 무섭다”고 말했다.

공연 수익 비중이 큰 인디 음악인들은 장기간 공연을 열지 못해 우울감을 드러냈다. 싱어송라이터 오지은씨는 지난 15일 트위터에 “‘우울해진다, 처진다’ 이런 수준이 아니고 정말 이 일을 접어야 할까 싶을 정도의 암울이다. 많은 뮤지션들이 그럴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어쿠스틱 듀오 랄라스윗의 멤버 박별씨는 “나 이제 뭐 먹고 살지…” “이제 슬슬 공연할 수 있겠다 싶어서 나는 막 알아보고 다녔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로 격상할 줄도 모르고. 허허 참 씁쓸하네”라고 말했다.

한 인디 음악 기획사 관계자는 “아티스트들이 모두 ‘수익이 안 돼도 공연을 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공연에 대한 열망이 크다. 인디 음악은 공연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다들 어려워하고 있다. 연말 공연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화가 날 정도”라고 털어놨다.

개학을 앞두고 학교가 비대면 수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자 학부모들도 속이 탄다. 경기도 김포시의 한 중학생 학부모 이아무개(45)씨는 “오늘(18일) 개학을 했는데, 짝수·홀수 번호 나눠서 한주씩 학교에 나가고 있다. 안 나가는 주에는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 우리 부부가 맞벌이라 다시 전면적으로 온라인 강의로 한다면 걱정이 된다”며 “아이도 온라인 수업에 집중을 못하고 답답해한다. 차라리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한다”고 걱정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감염 재난 시기에는 집단과 개인의 책임 있는 행동이 중요하다. 여러 사람들이 불편을 무릅쓰고 경제적 손해를 보면서까지 방역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일부 종교단체 등이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은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낼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혐오로 이어지면, 감염된 사람들이 숨게 돼 모두가 위험해지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채윤태 배지현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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