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발] 문재인 대통령의 '야당 복', 이젠 끝났다/신승근

신승근 2020. 8. 1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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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근 ㅣ 논설위원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외면하고 싶을 것이다. 부동산 정책의 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데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진단한다. 코로나19, 수해 탓도 덧댄다. ‘박근혜 탄핵’ 이후 4년 만에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지지율 역전, 집권 뒤 최저에 이른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 4·15 총선 압승 4개월, 부동산 입법 등으로 일하는 여당의 모습을 보였는데, 여론조사는 반대로 움직이니 당혹스러울 것이다.

일시적인 현상일까, 아니면 잠시 유예했던 민심이 폭발하고 있는 것일까?

집값 폭등은 문재인 정부 초반부터 시민들이 아우성친 최대 민생 현안이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집값을 잡겠다며 23번의 크고 작은 대책을 쏟아냈지만, 현실은 반대로 움직였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번번이 “안정되고 있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를 했다.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를 탓한다. 잘못이 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 지 3년이 지났다. “그동안 뭐 했냐”고 국민은 묻고 있다. “충분한 시간을 줬는데 이 정도면 무능한 것”이라 판단하는 걸 탓할 수 없다.

신상필벌도 불명확하다. 정책 실패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주중대사로 갔다. 김조원 전 민정수석 등 ‘직보다 집을 택한’ 이들의 행태가 민심을 자극했다면 노영민 비서실장 유임은 또 다른 절망을 안긴다. “그렇게 사람이 없단 말인가.” 윤석열 검찰총장, 최재형 감사원장 논란은 어떤가. 중용하고 상찬하다 이젠 내쫓지도 못한 채, 비난전을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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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지 감수성은 남다르다고 믿었다. 그런데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에 침묵하는 청와대를 보면서 의구심은 커졌다. 4·15 총선 승리 뒤 탁현민은 청와대 의전비서관으로 복귀했다. 안희정 전 지사 모친상엔 대통령 조화를 보냈다. 인간적 도리를 탓할 건 아니라고 하지만, 적잖은 이들이 청와대의 이중성으로 해석하는 걸 막을 수는 없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큰소리칠 수 있었던 건, 상당 부분 야당 덕이다. 국회를 마비시키고 거리로 뛰쳐나간 통합당, 태극기 부대와 손잡은 탄핵 정권의 2인자 황교안 전 대표는 ‘국민 밉상’이었다. 5·18 망언, 세월호 망언을 내뱉는 이종명·김순례·차명진 같은 이들 덕에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누렸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일시적 현상일 수도, 실정에 대한 도도한 민심 이반의 시작일 수도 있다. 분명한 건 민심과 괴리된 정부는 몰락한다는 것이다. 4·15 총선 압승은 뜻밖의 성과에 가깝다. 올해 초만 해도 집값 폭등, ‘조국 사태’ 등으로 여당이 참패할 것이라 예견한 민주당 의원이 많았다. 그런데 반사이익도 못 챙기는 ‘야당 복’에 ‘케이(K) 방역 성공 신화’까지 보태져 민주당이 대승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뜻밖의 성과를 강고한 국민적 지지로 착각하며 지난 넉달을 보낸 게 아닌지 살펴야 한다. 남 탓은 해법이 될 수 없다. 176석의 압도적 의석, 17개 상임위원장을 석권한 민주당은 야당이 발목 잡아 국정을 운영할 수 없다고 둘러댈 수 없다. 이제 민주당에 압도당하면서도 국회 안에 머무는 통합당, 기본소득 도입 등 진보적 정강·정책을 수용하고, 박근혜·이명박 정부의 실패에 대해 사과를 준비하는 보수정당과 경쟁해야 한다. 과거 경제민주화를 폐기했듯 언제 또 바뀔지 모른다. 하지만 국민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이끄는 변화에 지지율 상승으로 화답한다. 통합당 지지가 창피하지 않다는 이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4일 발표한 조사에선 2022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45%로 ‘정권 유지’(41%)를 앞질렀다. 진보진영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100년 가는 정당’을 호기롭게 외쳤지만 실패한 열린우리당의 데자뷔를 보는 듯한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민심이 문 대통령과 민주당을 떠나는 건 야당의 방해 때문이 아니다. 조응천 의원의 지적처럼 “편 가르기에 말로만 민생”을 외친 게 아닌지, 청와대와 민주당은 냉철히 되돌아봐야 한다. 열성 지지층을 넘어 중도층의 아우성에 겸허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성과를 내세워야 할 집권 4년차에 과거 정부를 탓하는 건 무능을 실토하는 자해행위일 뿐이다. 국민의 요구에 답을 내놔야 한다. 여론 흐름을 일시적 현상으로 차단할 묘책은 청와대와 민주당이 찾아야 한다.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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