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치료 1명 460만원..구상권 청구땐 전광훈 수십억 물판

문희철 2020. 8.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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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첨탑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교회 신도를 통해 코로나19가 전국의 병원·어린이집·요양시설 등으로 확산하자 구상권 청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형사적 책임을 묻는 것과 별개로, 구상권은 민사상 발생한 손해를 청구하는 행위다. 예컨대 누군가 불법행위를 저질러 다수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면 정부가 방역 비용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지자체, 일부 확진자에게 손배소송 제기

18일 사랑제일교회 소재지인 서울 성북구의 구립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대기 중이다. 뉴스1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경고하기 위해 종종 구상권을 언급했다. 지난 6월엔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직접 “구상권 청구를 적극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8·15 거리집회 등 대규모 집회·행사를 앞두고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등이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18일까지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구상권을 청구한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는 “중앙부처에서 지금까지 구상권을 청구한 적은 없다”며 “향후 사랑제일교회 등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계획도 지금으로써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누적 확진자 추이. 연합뉴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은 다르다. 일부 지자체는 방역 과정에서 특정 지역 방문 사실을 숨기거나 거짓 진술한 일부 확진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고 있다. 광주광역시가 송파 60번 확진자에게 구상권 청구했고, 전라북도 익산시도 대전 74번째 확진자에게 민사적 책임을 물었다.

대구광역시는 지난 6월 18일 대구지방법원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과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정해용 대구시 소송추진단장은 “방역 활동이나 감염병 치료 등을 위해 공공에서 지출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19 확산에 대해서 서울시는 “전광훈 목사 등에게 구상권을 포함해서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서정협 서울시 시장권한대행도 지난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시 구상권이 청구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1인당 평균 치료비만 460만원
지자체가 사랑제일교회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에게 구상권을 청구한다면 이들의 불법행위로 코로나19가 확산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중수본에 따르면, 코로나19 양성 판정이 나온 전광훈 목사는 자가격리 통보 직후 거리집회에 참석해 연설했다. 반면 사랑제일교회는 “자가격리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실제 소송이 제기되면 손해배상 규모는 천문학적 금액이 될 전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코로나19 입원·진료비로 1만5132명에게 695억원이 사용됐다(7월 23일 기준·음성 유증상자 진료비 포함). 1인당 평균 460만원가량이다. 예컨대 사랑제일교회에서 시작한 코로나19 감염자가 1000명이라면, 46억원의 치료비가 든다는 뜻이다.

전광훈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17일 구급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스1


여기에 보건당국이 지급하는 자가격리자 지원금(월123만원·4인가족기준)도 배상 청구액에 포함될 수 있다. 실제로 송파 60번 환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면서, 광주광역시는 입원치료비(2200만원)·검사비(1억1228만원)에 자가격리비(6764만6000원)까지 청구했다. 대구광역시도 코로나19로 사용한 금액(1460억원)의 약 70%(1000억원)를 손해배상금액으로 청구했다. 이 금액에는 진단검사·진단비는 물론 병원 입원비와 생활치료시설을 운영하는 데 투입한 금액, 그리고 자가격리자 생활지원금까지 포함돼 있다.

여기에 국가 지정 격리 병상에 투입되는 인력과 방역 조치 전반에 필요한 간접적인 피해 금액까지 포함한다면 배상 청구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전광훈 목사가 입원 중인 서울의료원.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는 국가 차원에서 구상권을 청구한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지방지법 민사합의 22부(이동연 부장판사)는 지난 1월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 일가와 청해진 임직원, 세월호 선장 등에게 국가가 지출한 비용의 70%(1700억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수색·구조비용과 피해자 배상금, 장례비·치료비까지 구상권 청구 범위로 인정했다.

다만 법정공방이 예고되기 때문에 승소 여부는 쉽게 가늠하기는 어렵다. 또 구상권 청구 소송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세월호 참사 관련 구상권 청구 소송은 1심 선고에만 약 4년이 걸렸다.

한편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18일 오전 10시 기준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438명을 기록했다. 전광훈 목사와 그의 부인·비서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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