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밖 외계에서 온 '오우무아무아' 정체는?

김유대 입력 2020. 8. 1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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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무아무아 상상도(©Joy Pollard, The International Gemini Observatory/NOIRLab/NSF/AURA)


2017년 세계 천문학자들의 눈은 지구에서 약 3천 4백만km(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약 89배) 떨어진 우주 공간을 향합니다. 하와이대학의 한 연구팀이 발견한 천체 때문인데요.

지금까지 관측된 천체들과는 매우 다른 특징을 가졌는데 태양계 밖 다른 행성계에서 만들어져 태양계로 들어온 최초의 '성간(인터스텔라) 천체'로 파악됐습니다. 천체 이름은 하와이어에서 따온 '오우무아무아(Oumuamua)', 먼 곳에서 온 메신저라는 의미입니다.

인류 최초로 다른 행성계에서 만들어진 천체를 관측한 만큼, 각국의 연구진들은 낯선 천체의 비밀을 풀기 위해 오우무아무아를 추적해 왔습니다. 성간 천체의 정체가 드러나면 우주의 기원을 밝히거나 현대 천문학의 난제인 '암흑물질'의 비밀에 접근하는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암흑물질 : 우주에 널리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까지 직접 관측하지 못하고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물질로, 블랙홀의 구성물질로도 알려져 있다. 성간 천체의 물질이 암흑물질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천문학자들의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태양계 내 혜성과 소행성들은 평균 초속 19km로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반해 오우무아무아는 초속 87km라는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였습니다. 천체의 모양 역시 길이 2백m, 폭 30m 정도의 시가 담배 모양으로 추정됐습니다.


초속 87km, 외계인이 타고온 우주선?
이 때문에 천문학자들 사이에선 오우무아무아가 소행성인지 혜성인지를 놓고 논란이 있었고, 일각에선 외계인의 우주선이란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2018년 NASA의 우주망원경 스피처(Spitzer)로 관측한 결과, 오우무아무아는 마치 로켓 엔진을 달고 있는 것처럼 속도를 높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태양 중력만으로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비중력 가속운동이었습니다.

이런 관측 결과를 토대로 천문학자들은 오우무아무아가 태양을 지날 때 물 성분의 얼음이 녹아 가스 형태로 빠져나가면서 가속이 붙어 일반적인 천체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내게 된 것이라고 봤습니다.

"오우무아무아는 수소 얼음 덩어리"
그런데 미국의 한 연구팀은 오우무아무아 표면의 200% 이상이 물로 덮여있어야 이런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5월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연구팀이 제시한 건 우주에서 아직 발견된 적 없는 수소 얼음입니다. 수소 얼음은 천체 표면에 6%만 덮여 있어도 오우무아무아처럼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겁니다.

오우무아무아가 처음 생긴 곳 역시 수소가 풍부하면서 우주에서 온도가 가장 낮은 곳으로 알려진 '거대분자운' 중심부일 가능성이 크다고 미국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우주에 있는 별들 사이에는 먼지와 기체가 있는데 이를 성간물질이라고 합니다. 별은 이 성간물질이 있는 곳 중에서도 밀도가 높고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분자운에서 태어납니다. 주로 수소 분자로 구성된 거대분자운의 크기는 수십에서 수백 광년이고, 온도는 섭씨 영하 270도로 매우 낮습니다.

한국천문연구원 연구팀 "수소 얼음 아니다"

하지만 이런 연구 결과에 대한 반론이 제기됐습니다. 한국천문연구원 티엠 황 박사와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연구센터 아브라함 로브 교수 연구팀이 "오우무아무아의 정체는 수소 얼음 덩어리가 아니다"라는 논문을 발표한 건데요. 해당 논문은 17일 천체물리학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도 게재됐습니다.

연구팀은 수소 얼음 덩어리가 거대분자운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해봤습니다. 결론은 거대분자운에서 수소 얼음으로 만들어진 성간 천체는 태양계까지 올 수 없다는 겁니다.

연구팀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1만 7천 광년 떨어진 거대분자운(GMC W51)에서 수소 얼음덩어리가 만들어진다고 가정했습니다. 2백m 크기인 오우무아무아의 수소 얼음 덩어리가 거대분자운에서 태어났다면 성간물질을 통과하는 긴 시간 동안 기체 입자들이 충돌해 열이 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이 열 때문에 오우무아무아는 1천만 년 이내에는 사라지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는 건데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분자운에서 태어났더라도 1천만 년은 오우무아무아가 태양계에 도달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라는 결론입니다.

오우무아무아가 지금보다 훨씬 큰 5km 정도의 크기로 태양계에 진입한 뒤 지금과 같은 2백m 정도로 작아졌다는 가정도 할 수 있지만, 연구팀은 이 역시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현재의 물리학 이론으로는 그 정도 크기의 수소 얼음 덩어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겁니다.

"우주 기원 단서되는 성간천체 연구"

그렇다면 오우무아무아는 어떤 물질로 구성돼 있을까요?

아브라함 로브 교수는 "오우무아무아가 수소 얼음 덩어리가 아니라는 것은 알아냈지만, 어떻게 태어나고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는 천문학자들에게 남겨진 숙제"라면서 "이런 성간 천체 연구는 우주의 기원을 밝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해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우무아무아는 현재 빠른 속도로 태양계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2017년 9월 태양과 가장 가까운 곳을 지났고, 최초 관측된 2017년 10월에는 지구에서 3천 4백만km 떨어진 곳에서 이동했습니다. 이후 2017년 11월 화성 궤도, 2018년 5월 목성 궤도, 2019년 1월 토성 궤도를 지났으며 2022년에는 해왕성 궤도를 지나 태양계 밖을 벗어날 것으로 예측됩니다.

오우무아무아에 이어 지난해 9월에는 보리소프라고 이름 붙여진 두 번째 성간 천체가 관측됐습니다.

천문학자들은 칠레에 건설 중인 세계 최대 8.4m 탐사 망원경이 2022년에 본격 가동되면 매년 1~2개씩 새로운 성간 천체를 찾아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태양계 밖 외계 천체 발견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면서 "한국도 이러한 거대 연구시설을 이용해 태양계뿐만 아니라, 외계 행성계 기원 천체에 관한 연구까지 확장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유대 기자 (yd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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