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명 모일지 정말 몰랐나?..'안일한 판단' 법원에 비판 목소리

박상휘 기자 2020. 8. 1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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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집회 허가' 뒤늦은 아쉬움..n차 감염 공포 커져
보수단체 회원들이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2020.8.1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지난 8일 경복궁 집회와 15일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을 통해 코로나19 추가 전파가 현실화되면서 해당 집회를 허가한 법원의 판단에 뒤늦은 아쉬움이 나온다.

19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8일과 15일 집회에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최소 1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당국은 "집회에서의 접촉으로 인한 추가적인 감염 확산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증상과 상관없이 가까운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신속하게 검사를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참석자는커녕 교인 명단조차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라 이들을 전원 추적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심지어 집회 참석자들이 추적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끄거나 현금만을 사용한 정황도 나오고 있어 참석자를 모두 찾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최근 애초부터 해당 집회를 불허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를 허가한 판사에 대한 해임 요구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 15일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리게 된 까닭은 14일 서울행정법원이 광복절 집회 금지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박형순)는 민경욱 전 의원이 이끄는 4.16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국투본)이 서울시의 옥외집회금지 처분 효력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고, 일파만파가 신청한 집행정지 신청을 전부 인용했다.

법원은 "집회의 장소, 방법, 인원 수, 의무적으로 지켜야 할 방역수칙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해 제한적으로 집회를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집회 자체 개최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서울시의 처분은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워 위법하다고 볼 소지가 적지 않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보수단체인 일파만파에서 신청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선 신고된 집회 시간보다 실제 집회 시간은 4~5시간으로 비교적 짧고, 100여명의 소수 인원이 참석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판단, 집회를 전면 허용했다.

물론, 결과적으로 5000명 이상이 모인 대규모 집회가 됐다고 해서 법원의 애초 판단이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법원이 판단한대로 일파만파 집회가 100여명의 소수 인원이 짧은 시간 안에 끝나고 국투본과 겹치지 않는다면 해당 집회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법원이 해당 단체들의 집회 신고가 그대로 지켜질 것이라는 안이한 판단에는 아쉬움이 따른다. 15일 이전 10개의 보수단체가 비슷한 이유로 집회 허가를 신청했고, 소규모 단체의 집회를 연이어 허용하면 결과적으로 대규모 집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집행정지 인용을 반대하며 이같은 우려를 제기했었다. 신고 인원과 실제 집회 시간이 다를 수 있고 소규모 집회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더라도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면 대규모 인원이 모일 수 있다는게 서울시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해당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며 이를 일축했다.

결론적으로 해당 집회는 여러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이미 광화문 집회 참석자 중 불법행위를 저질러 체포된 30명 중 3명은 자가격리 대상자였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집회에서 무대 위에 올라가 연설을 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는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된 상태다.

광화문 집회발 'n차 감염'이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피해는 일반 시민들이 입는다는 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면서 자영업 등 소상공인들은 매출이 더 떨어질까 울상을 짓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같은 우려를 피력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방역수칙 위반 사항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청원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sanghw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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